정만진 소설가
1795년 10월31일 존 키츠가 태어났다. 키츠는 세계문학사에 이름을 남긴 유명 시인이지만 겨우 25세에 타계했다. 활동 기간도 4년에 불과했다. '천재는 요절한다'는 속언이 맞나 싶은 안타까움에 저절로 애도하는 마음이 일어난다.
우리나라에도 요절한 문학 천재들이 많다. 나도향은 20세이던 1922년 동아일보에 장편소설 '환희'를 연재해 천재로 촉망받았지만 26세이던 1926년 세상을 떠났다. 23세에 '오감도'를 발표한 이상도 26세이던 1937년 폐결핵으로 숨졌다. 윤동주도 29세에 옥사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이토록 고운 시를 쓴 청년이 옥사라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김유정도 1937년 29세에 병사했다. 김유정이 사망 열흘 전에 쓴 편지가 남아 있다. "필승(소설가 안회남)아. 나는 날로 몸이 꺼진다. 이제는 자리에서 일어나기조차 자유롭지 못하다. 밤에는 불면증으로 하여 괴로운 시간을 원망하고 누워 있다. 그리고 맹열이다." 서신은 "이러다가는 안 되겠다. 달리 도리를 차리지 않으면 이 몸을 다시는 일으키기 어렵겠다. 나는 참말로 일어나고 싶다. 지금 나는 병마와 최후의 담판이다. 흥패가 이 고비에 달려 있음을 내가 잘 안다"로 이어진다.
조금 더 읽으면 "돈이 생기면 우선 닭 30마리를 고아먹겠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시대의 천재가 가난과 병고에 시달리면서 죽어가고 있다. 닭을 고아먹는 것이 생애 마지막 소원이었다니, 그의 편지 속 표현을 원용하자면 "참말로" 눈물겹다. 그의 대표작 '동백꽃'도 닭 이야기로 끝난다. "닭 죽은 건 염려 마라, 내 안 이를 테니." 마름집 닭을 죽인 작중 '나'의 약점을 마름집 딸 점순이 활용하고 있는 장면이다. 그리고 뭣에 떠다 밀렸는지 점순이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김유정의 고향 춘천에는 '김유정역'도 있고 '김유정우체국'도 있다. 김유정문학관 소재지의 길 이름도 '김유정로'이다. 작가는 요절하였지만 그에 대한 향토의 예우에는 정성이 깃들어 있다. 그만하면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라 금언임을 알겠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상] 월정교 위 수놓은 한복의 향연··· 신라 왕복부터 AI 한복까지](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10/news-m.v1.20251031.6f8bf5a4fea9457483eb7a759d3496d2_P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