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다고 안 걸리는 건 아냐”…독감, 10·30대가 새 취약층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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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1-01 11:15  |  발행일 2025-11-01
교실·사무실서 확산세 뚜렷
전문가 “11월 이전 예방접종이 최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바탕으로 제작된 인포그래픽. 2024년 독감 환자 비율을 연령대별로 비교한 결과, 10대(25.5%)와 30대(15.0%)가 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독감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KH한국건강관리협회 대구·경북지부 제공>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바탕으로 제작된 인포그래픽. 2024년 독감 환자 비율을 연령대별로 비교한 결과, 10대(25.5%)와 30대(15.0%)가 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독감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빈 KH한국건강관리협회 대구지부 진료과장(소아과 전문의)

안빈 KH한국건강관리협회 대구지부 진료과장(소아과 전문의)

허정욱 KH한국건강관리협회 경북지부 원장(내과 전문의)

허정욱 KH한국건강관리협회 경북지부 원장(내과 전문의)

대구 달서구 A고교 2학년 김모(17)군은 지난 9월 중간고사를 앞두고 갑작스런 고열과 근육통으로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는 독감. 같은 반 친구 여러 명도 비슷한 증상을 호소했다. 김군은 "며칠 전만 해도 괜찮았는데 순식간에 열이 39도까지 올랐다"며 "시험을 앞두고 공부도 못 하고 너무 힘들었다"고 호소했다. 직장인 이모(33)씨는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가 독감에 걸린 뒤 사흘 만에 본인도 쓰러졌다. 그는 "몸살인 줄 알고 출근했는데 열이 오르고 두통이 심해 결국 병가를 냈다"고 했다.


최근 독감 환자가 급증하면서 10대 청소년과 30대 직장인들이 '감염 취약층'으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밀집된 공간에서 생활하거나 사회활동이 활발한 연령대일수록 전파 위험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1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독감 환자는 10대가 60만1천935명(25.5%)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0~9세(49만136명·20.8%), 30대(35만4천563명·15.0%) 순이었다. 특히 10대 환자는 11월 6천582명에서 12월 28만6천546명으로 한 달새 40배 가까이 급증했다. 청소년층의 밀집 생활과 낮은 접종률이 주 원인이다. 학교와 학원에서 장시간 생활하고, 수면 부족과 학업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떨어지기 쉽다. 게다가 13세 이상 청소년은 국가 무료접종 대상에서도 제외돼 예방이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30대 직장인도 예외가 아니다. 회의·회식·대중교통 등 사회적 접촉이 잦은 데다, 자녀를 통한 가정 내 2차 감염도 흔하다.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며 겪는 피로와 스트레스 역시 면역력 저하의 요인이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코와 기관지를 통해 퍼지는 호흡기 감염병이다. 감염 후 1~4일의 잠복기를 거쳐 갑작스런 고열, 두통, 근육통, 전신 쇠약감 등을 동반한다. 열이 내린 뒤에도 일정 기간 바이러스가 배출돼 주변을 감염시키기 쉽다. 예방의 핵심은 시기와 접종률이다. 예방접종 후 항체가 형성되기까지 약 2주가 걸린다. 건강한 성인은 70~90% 예방 효과가 있다.


전문가들은 독감이 본격 확산되는 12월 이전, 10~11월 사이 접종을 마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A형 2종, B형 1종을 예방하는 3가 백신이 표준으로 사용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수년간 B형 '야마가타' 계통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며 3가 백신 전환을 권고했다. 국내에서도 3가 백신 중심의 공급 체계가 확대되고 있다.


안빈 KH한국건강관리협회 대구지부 진료과장(소아과 전문의)은 "독감은 해마다 유행 양상이 달라지기 때문에 매년 접종이 필요하다"며 "접종 부위 통증이나 미열 같은 일시적 부작용보다 합병증 예방 효과가 훨씬 크다"고 했다.


허정욱 KH한국건강관리협회 경북지부 원장(내과 전문의)은 "청소년과 젊은 직장인은 접종 시기를 놓치기 쉬운 세대이지만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예방접종은 나 자신뿐 아니라 가족과 동료의 건강을 지키는 최소한의 실천"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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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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