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영남일보DB
경북 경산시 압량면 일대에서 다가구주택 4곳을 신축하며 '건축왕' 행세를 하던 김씨 부자(父子). 아버지 A씨는 건물을 짓기 위해 금융권 대출을 최대한 끌어 썼다. 토지 매입비와 공사비는 전세 임차인을 모집해 받은 보증금으로 충당했다.
하지만 월세 수입은 없다시피 한 상황에, 갚아야 할 대출 이자와 세금, 관리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결국 A씨에겐 기존 투자자들의 돈을 갚기 위해 신규 세입자 보증금을 '돌려막기'를 하는 게 유일한 해법이었다. 건물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지 않는 이상 채무를 감당할 능력은 사실상 없었다.
이런 A씨 상황을 곁에서 지켜보며 누구보다 상황을 가장 잘 알던 인물은 다름 아닌 그의 아들이자, 공인중개사인 B(32)씨다. A씨가 벼랑 끝으로 몰리자, B씨는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바로 세입자들의 눈을 가리는 일이었다.
2021년 12월 B씨는 피해자 이모씨와의 계약을 중개하면서 '깡통 전세'를 떠넘겼다. 해당 다가구주택은 이미 임대차보증금과 근저당권 채권최고액 합계가 주택 감정가(7억9천만원)를 훌쩍 넘긴 상황. B씨는 '안전하다'며 피해자를 꼬드겼다.
이런 방식으로 이들 부자 사기단은 2021년초부터 2023년말까지 11명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 명목으로 7억4천여만원을 송금받아 가로챘다. B씨는 이 과정에서 중개의뢰인 9명에게 선순위 보증금 정보를 허위 고지하는 등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했다.
B씨는 결국 사기 및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대구지법 형사8단독 김미경 부장판사는 B씨에게 징역 2년4개월을 선고했다. 김 부장판사는 "B씨는 공인중개사 자격을 갖고 부친의 사기 범행에 가담했다. 피해자 수가 많고, 피해액도 크다"며 "다만, 이 사건 범행은 부친에 의해 주도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피해금은 A씨 채무 변제나 사업 비용 등으로 충당되고 B씨가 실질적으로 수익을 얻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시했다.
한편, 피해자 37명을 상대로 총 24억원 상당의 사기 범행을 벌인 부친은 징역 7년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된 상태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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