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달리 초대형 산불이 잦았다. 이를 아는 산림청은 요즘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산불위험이 높은 가을 행락철이 다가와서다. 그래서다. 올해 가을철 산불조심기간을 예년보다 열흘 이른 10월20일부터 조기 운영했다. 영남일보 취재진도 꼭 필요함에도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산불감시원의 하루를 함께 했다. 왠지 모르게 긴장감이 함께 엄습했다.
5일 오전 대구 동구 공산동 팔공산 대왕재 산불 감시탑에서 영남일보 기자가 망원경을 이용해 산불 감시를 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연기 색깔로 산불을 가려내는 사람들
지난 5일 오전 대구 동구 공산동 팔공산 자락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산불감시원 16명이 일하는 곳이다. 동구에서 산림 면적이 가장 넓은 지역을 지키는 '숲의 파수꾼들'이다. 주요 임무는 산불 발생을 조기에 감지하고 시스템을 가동하는 일이다.
산불 감시원들의 주 활동 무대는 지역 내 13개 초소와 감시탑. 취재진은 이날 산을 오르기 전 '그저 산불을 감시하는 게 고된 일일까' 하는 마음을 가졌었다. 막상 현장에 와서보니 그런 마음은 불시에 달아 났다.
우선, 취재진은 감시탑에 올라 망원경으로 민가와 산을 쉼없이 살펴봤다. 금세 어질어질했다. 어디가 어딘지 도통 가늠하기 힘들었다. 피로가 밀려서 눈이 절로 감겨졌다. 주변이 온통 수풀인 좁은 감시탑에서 온종일 있으면서 식사와 용변까지 해결해야 하는 고충을 듣고 혀를 내둘렀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구나'라며 스스로 반성을 하게 됐다.
현장에서 취재진이 놀랐던 것은 숙련된 감시원들의 연기 식별 능력이다. 연기 색깔만으로 불의 종류를 한눈에 파악한단다. 농산물 부산물 소각은 까만 연기를, 산불은 처음엔 하얀 연기를 피운다. 이들은 노란 송화가루가 타는 노란 연기까지 구분해낼 정도다.
산불감시원 역할은 지켜보는 데만 있지 않다. 연기가 보이면 초소 간 연락을 통해 정확한 발생지점을 확인하고, 구청 상황실 등으로 긴급 보고한다. 이는 헬기 및 진화대 출동시스템 가동의 신호탄이다. 주변 지리에 훤한 감시원들은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미로 같은 농촌 길을 헤매지 않도록 현장에서 소방관을 안내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하루짜리 감시원'인 취재진은 감히 넘볼 수 없는 영역이었다.
5일 오전 대구 동구 공산동 팔공산 대왕재 산불 감시초소에서 영남일보 기자가 산불 감시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안전'과 '생계'를 동시에 염두에 둬야
감시원들은 '시민 안전과 숲 보호'라는 책임감이 굳건하다. 하지만 현장에선 인간적 고민이 끊임없이 교차한다. 복잡미묘한 삶이다. 가장 큰 어려움은 주민들의 불법소각행위를 저지하는 것. 한 감시원은 "그래도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 이번 봄, 가까운 경북에 큰불이 나면서 경각심이 많이 고취됐다"면서도 "오히려 요즘엔 주민들보다는 주말에만 텃밭을 가꾸러 산을 찾는 외지인들이 문제"라고 했다.
신규 감시원의 지형 숙지 및 돌발 상황 대처 능력 확보에 필요한 시간은 최소 3년. 하지만 정부 정책에 따라 매년 인력의 20%를 교체해야 한다. 감시원들은 매년 경쟁하며 경력을 유지해야 하는 불안정한 환경에 놓일 수밖에 없다. 최근 드론이나 AI 기반 CCTV 같은 첨단 기술이 활용되면서, 자신의 역할이 점차 축소될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마음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다.
공산동 산불감시본부 김상구 반장은 "감시원들이 무리하게 직접 불을 끄려 하기 보단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시스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산불진화는 시스템 힘으로 해야 한다'는 이들의 말엔 자칫 영웅 심리로 뛰어들었다가 사고를 당할 수 있는 동료에 대한 염려가 묻어났다. 또 한편으론 자신의 위치에서 묵묵히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인간미도 느껴졌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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