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릇노릇하게 구운 납작만두가 파 향과 붉은 고춧가루를 머금고 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아무 것도 들어 있지 않은 만두를 무슨 맛으로 먹나요?"
타지 사람들이 대구에 와서 가장 의아해하는 음식이 있다. 바로 납작만두다. 고기나 김치소가 가득한 만두에 익숙한 이들에게, 얇은 피와 당면 몇 가닥만 들어간 만두는 생경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대구 사람은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안다. 이 음식이 왜 수십 년간 대구 사람들의 입맛을 붙잡아왔는지. 아마 타지 사람도 곧 알게 될 것이다. 한 번 맛보면, 계속 생각나는 맛이니까.
◆ 가난 속에서 태어난 별미
대구의 10미 음식 중 하나인 납작만두.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납작만두의 뿌리는 1960년대 대구 남산동이다. 가난했던 시절, 서민들은 값싸고 구하기 쉬운 재료로 배를 채웠다. 밀가루로 만든 만두피를 얇고 넓게 빚어 부추, 대파, 당면을 속에 넣고 철판에 지져낸 것이 납작만두의 시작이었다.
초기 단골은 영남고와 남산초 학생들이었다. 주머니는 홀쭉하지만 늘 배고픈 학생들에게 납작만두는 우동, 라면과 함께 허기를 달래주는 최고의 한 끼였다. 1980년대 들어 입소문을 타고 대구 전역에 퍼졌고, SNS도 없던 시절, 납작만두 가게 앞엔 "맛있다"는 말이 줄지어 이어졌다. 그렇게 납작만두는 스며들 듯 대구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60여 년 납작만두가 대구를 대표할 수 있었던 비결은 '초심'에 있다. 지금도 대기업의 대량 생산 제품이 아닌, 아주머니들의 손끝에서 빚어진 현장 음식 그대로의 매력을 유지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 건의 택배 주문이 몰리고, 외국인 관광객, 연예인 단골까지 사로잡으며 전국구 음식이 된 지금도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대구시민에게 납작만두는 여전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소울푸드다. 길게 늘어선 줄과 후끈한 철판 위에서 퍼져 나오는 소리, 고소한 냄새는 대구시민이 함께 나누는 추억이다.
그래서인지 납작만두 가게는 손님도 대를 잇고, 사장도 대를 잇는다. 60년 넘게 '납작만두 집안' 전통을 지켜온 임수종 사장은 "아버지 손을 잡고 오던 아들이 이제는 자기 아이 손을 잡고 찾아온다"고 말했다.
납작만두는 속이 꽉 찬 다른 만두와 달리, 피가 주인공이다. 철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얇은 만두피는 바삭하면서도 쫄깃하다. 무엇보다도 철판과 기름이 만나 만들어내는 은은한 불향이 이 음식의 진짜 비밀.
담백한 맛은 양념장에서 완성된다. 간장에 고춧가루와 다진 파를 넣은 소스가 느끼함을 잡아주고, 때로는 떡볶이 국물과 어우러져 새로운 풍미를 낸다. 쫄면, 우동, 또다른 10미인 무침회 등과 함께 곁들여 먹는 모습 역시 대구만의 독특한 풍경이다.
◆ '3인 3맛' 납작만두
'대구 10미 시식단'으로 나선 외국인 크리스와 타지인 영현, 어린이 도이가 납작만두를 시식하면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영남일보 대구 10미 시식단' 칠레 출신 크리스티안(Christian A)씨, 경기도 출신 서영현씨, 대구 초등학생 김도이군은 납작만두를 '3인 3맛'으로 평가했다.
먼저 영현씨는 납작만두의 첫인상에서 차별성을 발견했다. "그냥 프라이팬에 구운 것 같은데 불향이 나서 너무 신기했다"며 "외형으로 봤을 땐 별 기대가 없고 오히려 느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적절한 간장과 파, 고춧가루가 간을 잡아줘서 너무 맛있다. 납작만두는 오히려 얇은 피와 양념장의 감칠맛이 주인공이라서 차별점이 확연히 느껴졌다"고 평가했다.
"솔직히 납작만두는 쫄면 등과 먹는 사이드 음식인 줄 알았는데, 대구에선 메인 메뉴가 돼서 신선했다"며 "그런데 먹어보니 왜 납작만두가 대구에서 특별한 지 알 수 있는 맛이었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크리스티안씨는 납작만두의 맛이 '부드럽다'고 표현했다. 또, 고춧가루와 간장 등으로 취향에 맞게 조절해 먹을 수 있다는 데 높은 점수를 줬다. 크리스는 "고춧가루와 간장을 많이 넣어서 아주 짭짤하게 먹을 수 있을 때가 가장 맛있었다"며 "함께 나온 우동과 쫄면과도 아주 잘 어울렸다. 그렇게 맵지도 않다"고 했다.
도이군은 두 접시를 뚝딱 비운 후 "반죽이 많아서 느끼할 수도 있을 거 같지만, 막상 먹어보면 간장이 느끼한 맛을 확 잡아준다"고 제법 어른스러운 평가를 내렸다. 친구들도, 형도 아주 좋아할 맛이라고 했다.
시식단 소개 : 서영현(올해 취업으로 대구에 첫발을 디딘 새내기 직장인), 크리스(칠레 출신, 대구 생활 2년 차 외국인), 김도이(대구 관남초 5학년, 솔직한 어린이 입맛)
◆ 집에서 즐기는 납작만두 레시피
갓 구워 접시에 담긴 납작만두.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1. 재료 준비 : 얇고 넓은 납작만두용 만두피를 준비한다. 미리 불린 당면과 부추도 잘게 다진다. 양념용으로 사용할 간장과 식초, 고춧가루, 양파도 준비한다.
2. 만두 빚기 : 만두피에 만두소를 한 스푼 정도 올리고, 가장자리에 물을 묻혀 반달 모양으로 접어 꾹꾹 눌러 붙인다.
3. 굽기 : 팬에 식용유를 넉넉하게 두르고, 중불~약불에서 앞뒤로 노릇하게 구워준다.
4. 완성 : 갓 구운 납작만두를 접시에 담고, 만두 위로 썬 양파와 대파를 올린다. 기호에 따라 고춧가루와 간장, 식초를 올려 맛있게 먹는다. 떡볶이 국물에 푹 찍어먹거나 무침회에 싸먹어도 별미다.
※팁 : 납작만두는 갓 지져내야 제맛이다. 미리 구워두면 특유의 쫄깃함이 사라진다.
서민지
디지털콘텐츠팀 서민지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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