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모 기자<사회1팀>
손님을 맞는 건 늘 기분좋은 일이다. 하지만 준비는 충분했는지, 실수는 없을 지, 손님 앞에 내놓을 '우리의 얼굴'은 부끄럽지 않은지 등을 쉼없이 체크하는 세밀함이 반드시 동반된다. 손님이 모인 자리를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2025 경주 APEC 정상회의도 그랬다. 정부를 비롯해 경북도와 경주시, 경찰 등은 축제 준비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부었다. 세계 21개국 정상과 대표단, 4천여명의 취재진이 경주로 집결해서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본 무대는 큰 흠을 잡을 게 없을 정도로 잘 끝났다. '경주선언'은 의장국으로서 한국의 역할을 선명하게 보여줬다. 경주는 '문화 외교의 현장'으로 우뚝 솟았다.
도시 이미지 제고 효과도 봤다. 문화유산을 재해석한 굿즈, 한복과 갓을 쓴 자원봉사자, 전통과 디지털을 결합한 전시 등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문화 소비국'에서 '문화 발신국'으로 변모한 것이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성공적 행사 개최와 방문객들의 안전 문제를 책임진 현장 인력들의 땀과 눈물을 제대로 어루만져주지 못한 것. 행사기간 중 경주에서 만난 한 경찰관은 말했다. "나이가 50이 넘었는데, 11일째 노숙 중입니다." 웃으며 말했지만 뼈가 있어 보였다. 슬픔도 묻어났다. 그는 행사기간 내내 아스팔트 바닥 위에서 끼니를 때우고, 차갑게 식은 도시락으로 허기를 달랬단다. 영화관 복도 바닥에 깔린 모포 위에서 쪽잠을 자기도 다반사였다.
경찰들 외에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자리에서 조용히 모든 수고를 감내하며 일한 이들이 수두룩하다. 경호와 통제, 일정 운영과 의전, 회의장을 지킨 스태프와 운영요원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이 없었다면 '성공적인 APEC'은 불가능했다. 이들의 말투엔 피곤함과 무덤덤함이 동시에 묻어났다. 모든 고단함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당장 포스트 APEC를 언급한다. 하지만 이를 논하기 전에 되묻고 싶다. 이번 행사 성공은 누구의 노력때문인가. 그 뒤엔 어떤 희생이 있었는가. 경주는 이제 '글로벌 관광도시'로의 도약을 준비한다. 10대 후속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각종 국제회의 유치와 도시 브랜드 정립을 위한 전략도 마련 중이다. 도시 외교와 경제, 문화의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포부는 분명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국격은 화려한 무대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무대 뒤의 고생은 감춰야 하고, 불편은 감수하라는 식의 '마인드'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무엇을 보여줬는가'만큼 '누구를 어떻게 대했는가'도 돌아보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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