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12·3 계엄 1주년, 그들의 애매함에 아직도 어지럽다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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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1-16 16:35  |  발행일 2025-11-16
아직도 답없는 ‘12·3’ 사태
계엄 입장두고 엇갈린 여야
성공한 與, 野는 혼란지속
국힘은 애매한 입장 버려야
계엄대신 미래 이야기할때
정재훈

아직도 또렸하게 기억난다. 작년 12월3일 저녁부터 다음날 오전 5시에 퇴근하기 전까지 모든 일들이. 사실 그 뒤부터 탄핵까지는 정말 매일매일이 싫었다. 일이 많아서가 아니었다. 그냥 혼란스러웠다. 왜 이런 상황이 됐는지에 대해 누구도 명확하게 설명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모든 것을 바라본 기자조차 납득이 안 되는데 국민들은 오죽했을까.


지금도 마찬가지다. '왜 그날 계엄이었는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헌정질서를 지키겠다는 게 이해가 되는가?


계엄 다음날에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했다는 인사의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의 말을 그대로 전하자면, 윤 대통령은 계엄을 통해 "국회에 혼을 내줬다"고 했다. 이후 최근까지 이어진 재판의 과정들을 보며, 계엄의 사유는 정말 '불장난'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또 단순히 생각하기엔 너무 어이가 없어서 또 되묻는다. 정말 맞냐고. 개인적 친분이 있는 군 출신 인사는 "지난해 계엄을 준비하는 내부 움직임이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왜 하필 그때, 대체 왜?


이런 도돌이표가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아직도 여의도에서 보수인사들을 만나면 기승전 계엄이다. 12·3 계엄 때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부터 시작해, 결국은 "그때 왜 그랬을까"에 대해 이야기하곤 한다. 답은 없다. 모두가 답답해서 그러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만 하면 한숨이 나오고 어지럽기까지 하다.


지난 1년 동안 여야의 상황을 한번 비교해보자. 계엄을 강하게 비판하며 '내란 프레임'을 들고 나온 더불어민주당은 '성공' 가도를 달렸다. 민주당은 착실히 대선을 준비해 정권을 탈환했고 여당이 됐다.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득표율보다 높은 지지율 60%대를 기록했다. 당정 갈등이 노출되긴 했지만, 아직까지 큰 문제없이 국정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어떨까. '계엄 옹호는 아니지만 OOO한다(예를 들어 탄핵은 반대한다와 같은)'는 애매한 프레임을 가져간 국민의힘은 이후 모든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 대선 직전 후보 교체 논란이 불거졌고, 계엄을 옹호하는 '윤어게인' 논란까지 안고 선거를 치렀다.


이런 분위기는 다음 전당대회까지 찬탄·반탄으로 갈라지게 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당 대표가 윤 전 대통령 면회를 다녀오고, 계엄을 옹호하는 황교안 전 총리를 지지하는 등 다시 스스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다들 계엄에 부정적이라는 단서만 달았지 애매한 말만 늘어놓는다.


국민의힘도 짧은 시간이지만 계엄의 강을 넘을 수 있는 기회는 분명 있었다. 대선에서도 그리고 다음 전당대회에서도 "우리도 계엄을 저지한 정당"이라는 프레임을 가져갈 수 있었다.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를 제외하면 그때마다 '당장의 표'에만 급급해 애매한 입장을 취했다. 문자 그대로 자멸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가 오는 12월3일 계엄 1주년 행사를 한다고 한다. 민주주의 회복을 기념하는 것은 뜻깊은 일이다. 다만 바라건데 다음의 1년은 계엄 사태가 잊히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이런 논쟁을 하기에는 대한민국의 상황이 너무 위급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계엄에 대해 재판이 치러지고 있기에 어떤 방식에서든 결론이 날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정말 미래만 볼 때다.


정재훈 서울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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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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