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유원지 전경. 영남일보DB
도심 속에 위치한 대구 수성못은 산책·휴식·피크닉이 가능한 곳이다.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 가족들의 나들이 코스이기도 하다. 1969년 유원지로 지정되고, 이 곳을 찾는 이들은 더 늘었다. 이젠 과거의 추억을 간직한 채, '문화 힐링' 공간으로의 변신을 조용히 꾀하고 있다.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해보면, 수성못은 본래 농업용수를 공급하던 저수지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도심 속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관광·휴식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젊은 세대에겐 미디어아트 음악분수의 화려한 조명과 K-팝이 흐르는 트렌디한 장소이다. 중장년층에게 수성못은 흑백사진처럼 아련한 추억의 한 페이지다. 강변가요제가 열리던 야외무대, 뱃놀이를 즐기던 유선장, 그리고 봄이면 벚꽃 잎이 흩날리던 산책로는 모두 시민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요소다. 수성못 일대에 조성된 수성유원지는 1965년 공원으로 결정됐다가 4년 뒤 유원지 시설로 용도가 변경됐다. 1974년 6월엔 구역이 확장됐다. 2007년엔 영상음악분수가 들어서며 큰 주목을 받았다. 수성못 북서쪽엔 총 연장 858m 안전펜스까지 설치돼 시설 안전성을 높였다. 2020년 7월엔 도시계획시설 일몰제 탓에 유원지 면적이 대폭 축소되는 변화를 겪었다.
대구 수성구청이 그리고 있는 수성유원지 개발 계획. <수성구청 제공>
현재 수성못은 문화·예술 행사와 연계한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도심 생태·환경 및 조경이 어우러진 공익시설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수성구청은 유원지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절제된 개발'을 지향하고 있다.
수성유원지의 미래는 시나브로 감각적 디자인으로 채워지고 있다. 총 사업비 300억원을 투입, 기존 노후된 수상무대를 대체하는 수상공연장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수성브릿지(사업비 150억원)도 조성, 수성못과 들안길을 연결할 계획도 갖고 있다. 수성구청은 올해 7월부터 2028년 7월까지 수성유원지 일원을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지정했다. 무질서한 개발을 막고 계획적인 관리를 하기 위해서다. 2006년엔 상동지석묘군이 대구시지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보호구역 내 현상변경 허용 기준(지석묘군 외곽 기준 최대 500m)이 2014년 고시됐다.
일각에선 이런 규제로 인해 수성아르떼 부지 일원(유원지 동측)은 개발이 상대적으로 저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적인 해법이라기보다는 미래 구상이 뜻대로 진행되질 않자 시간을 버는 임시 조치라는 해석도 있다.
과거의 향수를 간직한 채, 미래의 문화 트렌드를 선도하려는 수성못의 도약은 긍정적이다. 다만, 일몰제 후 축소된 공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채울지, 그리고 20년 가까이 개발을 지연시켜온 규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수성구청의 명확한 해법 제시가 필요한 상황이다. 대구의 자부심이자, 머물고 싶은 세계적인 명소로의 도약은 이러한 행정적, 개발적 숙제를 풀어내는 데 달려 있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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