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옥 대구강북경찰서 경비과 경장
대구 강북은 북구 내에 금호강을 기준으로 북쪽 지역에 자리 잡은 도농복합도시다. 필자는 이곳을 관할하는 대구 강북경찰서에서 3년째 재난·재해로부터 주민의 생명·신체·재산 보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 지역의 특징은 북쪽의 도덕산을 기점으로 함지산, 태복산으로 둘러쌓여 있다는 점이다. 도시 중심부에는 팔거천이라는 강이 흐르는 도심과 자연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아름다운 도시이다.
이곳에서 3년간 근무하는 동안, 올해처럼 물과 불에 관련된 사고들이 많이 발생했던 적이 없다. 대표적으로 함지산 대형 산불과 노곡동 마을 침수가 있고, 특히 함지산 산불은 담뱃불에 의해 발화된 인재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날을 돌이켜 보면, 순식간에 번져나가는 싯붉은 불빛과 하늘을 뒤덮는 검은 연기와 수십대의 헬기, 집이 불에 타지 않을까 발을 동동 구르며 대피소로 이동하던 주민들의 모습들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하지만 이런 대형 재난으로부터 인명피해가 없었다는 것은 신과 자연이 우리에게 내려준 선물이자, 경고의 메시지를 함께 던진 것일 수도 있다.
치산치수(治山治水)가 중요한 이 지역에 이미 큰 재난들이 발생했음에도, 함지산을 오르다 보면 담배꽁초가 등산로 이곳저곳에 버려져 있고, 여전히 산모퉁이에 숨거나 등산로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종종 목격되곤 한다.
우리 경찰과 관할 지자체는 산불 예방과 신속한 진화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 산불 대비 주민대피훈련을 실시하였고, 재난재해 대비회의를 통해 상호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등 현장 대응력을 강화하고, 실제 상황에서 신속한 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도 시민들의 선진의식과 협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위로 돌아가고, 제2의 함지산 산불이 일어날 것이다. 따라서 법적인 제도를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산불이 주민 누구든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인식을 갖는 게 핵심이다.
예를 들어 홍보문구도 '산불위험, 산불조심'이라는 추상적 표현보다는, 담배를 피지 맙시다(과실로 불을 낸 경우 산림법 53조에 의거,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라는 보다 분명한 표현을 사용하는 게 조금 더 경각심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리라 본다.
끝으로 하늘이 내리는 가뭄, 태풍 등 재난도 막아내는데, 하물며 산불과 같은 '인재'와 가까운 재난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예방할 수 없는 재난이라도 사전에 철저한 준비로 피해를 줄이도록 노력하는 것이 곧 우리를 지키는 지름길임을 명심하며 각종 재난 재해로부터 국민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이재옥<대구강북경찰서 경비과 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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