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대구콘텐츠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대구 게임·웹툰 청년 창작자 시민수다'에서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가운데)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이재성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 오른쪽은 민정기 DIP 원장. 이동현 기자
임자영 피터게임즈 대표가 지역 정착을 위한 대구시의 지원 사업 계획과 규모에 대한 질의를 하고 있다. 이동현 기자
27일 오후 대구콘텐츠비즈니스센터. 대구시와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DIP)이 마련한 '게임·웹툰 청년 창작자 시민수다' 자리에서 현장에 모인 50여 명의 창작자들이 가장 먼저 꺼낸 말은 "돈보다 장비가 급하다"는 주문이었다.
대구에서 모바일 게임을 개발 중인 한 대표는 PC와 콘솔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지만 지역 내에서 콘솔 개발 키트와 고사양 테스트 환경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개별 기업이 수천만 원에 달하는 개발 장비를 자체 구비하기에는 부담이 크고 공용 테스트베드 역시 모바일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글로벌 시장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최근 콘텐츠산업 통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 매출은 여전히 모바일 비중이 높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콘솔 부문이 두 자릿수 점유율을 유지하며 안정적 수익을 내고 있다.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기업이라면 플랫폼 다변화는 필수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과 이재성 문화체육관광국장, 민정기 DIP 원장이 참석해 현장의 질문을 직접 받았다. DIP는 현재 보유 장비가 모바일 중심이고 일부 장비는 노후화됐다는 점을 인정했다. 2026년 공모 사업을 통해 콘솔 개발 장비와 테스트 환경을 단계적으로 확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예산 규모나 확보 시점은 향후 사업 선정 결과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정주 여건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수도권에서 대구로 이전한 게임사들은 기존 10평 내외 입주 공간이 소규모 인디 팀에는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3~4명 규모 팀에게는 5~6평 정도의 작업실이 현실적이라는 주장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대구 도심 상가 공실률은 전국 평균을 웃도는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대학가 주변 소형 상가를 활용하면 임대료 부담을 낮출 여지도 있다. 대구시는 센터 내 공간 재배치와 함께 대학 및 민간 공실을 활용한 분산형 입주 공간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현장에서 반복된 또 다른 단어는 '고립'이었다. 타 지역에서 대구로 온 창업자들은 지역 내 인적 네트워크가 부족해 정보 공유와 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게임과 웹툰, 웹소설 등 인접 장르 간 정례 교류회와 컨퍼런스를 마련해 달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실제로 콘텐츠 산업은 IP 확장과 2차 창작을 통해 수익을 키우는 구조다. 웹툰이 게임으로, 게임이 영상으로 확장되는 사례는 이미 국내외에서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지역 내 교류 기반이 약하면 이런 연결이 쉽지 않다.
인력 문제도 거론됐다. 지역 대학에서 게임·디지털콘텐츠 전공자가 꾸준히 배출되지만 실무 적응을 거쳐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교육과 현장 사이 간극을 줄이는 기업 맞춤형 실무 교육과 취업 연계 프로그램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통계청과 교육부 취업 통계를 보면 비수도권 청년층의 수도권 이동 비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콘텐츠 산업 역시 예외가 아니다.
대구시는 2026년 말 준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대구글로벌웹툰센터'를 거점으로 기업 입주실과 창작실, 교육 공간을 집적화하겠다는 계획을 재확인했다. 산학연계 RISE 사업과 연계해 가용 자원을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지역 콘텐츠 산업의 체급을 키우려면 단순 시설 확충을 넘어 시장 접근성과 투자 유치 환경 개선까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콘텐츠 산업 매출의 상당 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며 지역 기업의 평균 매출 규모는 수도권 대비 낮은 편이다. 콘솔 테스트베드 확충과 소형 입주 공간 마련, 장르 간 네트워킹 정례화 또한 앞으로의 과제로 남아 있다.
이동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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