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진 소설가
1881년 11월28일 오스트리아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가 태어났다. 전기소설로 특히 유명한 츠바이크는 1920∼1930년대에 명성을 떨쳤다. 대표작으로는 흔히 '마리 앙투아네트-어느 평범한 여자의 초상'이 손꼽힌다. 그는 발자크,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등을 집중 탐구한 책도 펴냈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누구인가? 오스트리아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와 신성로마제국 황제 프란츠 1세의 막내딸이다. 또 프랑스 국왕 루이 16세의 부인이다. 게다가 프랑스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단두대에서 처형당한 왕비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츠바이크는 그녀를 "평범한 여자"로 규정한다.
국어사전은 평범을 "뛰어나거나 색다른 점이 없는 보통"으로 풀이한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뛰어난 인물인지 여부는 단정하기 어렵지만 색다른 점이 없는 보통 사람으로 분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두대 죽임을 당한 세계사의 왕비를 "평범한 여자"로 규정해서는 객관적 설득력을 얻을 수 없다.
츠바이크의 표현은 일상의 언어가 아니라 정치의 수사이다. 그가 볼 때 "평범한 여자" 마리 앙투아네트를 단두대로 처형한 당시의 혁명가들은 "광기에 빠진 악마들"이다. 독자들은 츠바이크의 발언을 통해 그가 평범하지 않은 작가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츠바이크의 사례는 문학작품과 역사학이 어째서 사회과학이 아니라 인문학의 범주에 들어가는지 확인시켜준다. 과학은 기존의 법칙을 발견해내는 학문이므로 관련 글의 결론에 동의가 안 되는 것은 이해 부족 탓이다. 물론 천동설 지동설 논란에서 보듯 과학의 진실은 바뀌기도 한다. 그래서 인간은 유한하다.
역사학과 문학작품은 그렇지 않다. 광해군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글을 쓰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한용운, '님의 침묵')"라거나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김소월, '진달래꽃')" 같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도 무방한 것이 문학이다. 글을 쓴 문인에 공감하지 않는 것은 무식 탓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천상천하 유아독존(석가)"의 존재이다. 그러한 인식이 사회화된 곳이라야 인문학의 가치가 인정받는다. 도서관이 마을마다 있고, 도서관 애호 주민이 많은 사회라야 참된 공동체를 지켜갈 수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평범 여부는 토론할 일이지만, 다른 주장을 펼친다고 그를 미워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유아독존(唯我獨尊)이 아니라 유아독존(幼兒獨存)이 되고 만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TK큐]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장애인 이동권은 어디까지 왔나](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11/news-m.v1.20251128.d24ad28e5cae4d2788a23ae2d86f4b82_P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