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등의 요구에 따라 설계 변경된 대구 팔현습지 보도교 조감도.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 자료 발췌
대구 금호강 팔현습지 보도교 설치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재점화할 태세다. 2022년 3월 착공 당시부터 주민 간 '찬반' 갈등이 불거진 가운데, 최근 설계 변경을 통한 사업 공사 재추진 과정에서 또다시 주민 의견이 엇갈려서다. 찬성 주민들은 끊어진 산책로 연결 및 주민 보행 안전 확보를 주장한다. 반면, 반대 쪽은 습지의 생태적 가치를 내세우며 국가습지보호구역 지정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8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달 말 수성구청과 동구청에 공문을 보내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의 일환인 팔현습지 보도교 공사에 대한 주민 의견 수렴을 요청했다. 올해 2차례에 걸친 설계 변경을 통해 '아치교+강관거더교'→'하로판형교+강관거더교', 보도교 간 이격거리는 30→60m 등을 도출해 내면서다.
문제는 주민 간 '사회적 합의' 여부다. 이 사업은 17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공사다. 하지만 2022년 3월 착공 이후 환경단체발 환경파괴 논란 등이 불거지며 주민 간 의견이 갈렸다. 보도교 설치를 둘러싼 주민 찬반 대립이 현재까지도 진행형이다.
보도교 설치를 찬성하는 박춘식 '금호강 산책로 연결 주민추진단' 단장은 이날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보도교 설치는 자연 훼손이 아니다. 주민 삶의 질 향상과 자연의 공존을 위한 필수 기반시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도교 설치는 금호강 환경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팔현습지 인근 금호강은 해마다 범람해 주민 안전을 위협해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도교를 놓는 것이다. 시민들이 자연을 한층 더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자연과 공존하기 위한 취지임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박 단장은 "국가사업이 정권, 담당자가 바뀐다고 해서 좌지우지되선 안된다"며 "어떤 정책이든 반대하긴 쉽다. 지난 2~3년간 반대단체들이 요구한 모든 절차를 수행했다. 요구하는 대로 설계도 바뀌었다. 그런데도 중단이 장기화된다면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만은 없다"고 했다.
반면,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보도교 건설의 전면 철회를 요구한다. 팔현습지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이면우(대구 동구)씨는 "보도교 설치로 자연을 망가뜨릴 게 아니라, 되레 국가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호해야 한다"며 "이 곳을 매일 걷는데, 여긴 수리부엉이를 비롯해 천연기념물과 보호종 19종이 서식하는 자연의 보고다. 예상되는 공사기간(2년) 동안 동물들이 어떻게 살아남겠나. 서식지는 파괴되고, 동물들은 다 떠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도 산책로는 충분하다. 오히려 공중으로 설치되는 길은 위험과 유지비용만 증가시킨다. 이 공사로 득을 보는 건 인근 호텔과 파크골프장을 이용하는 사람들 뿐이다. 실제 지역주민 의견은 무시한 채 사업이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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