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혁 광주과기대 석학교수는 한국의 디지털 전화을 이끌어온 선구자로 손꼽힌다. 연구자로 시작해 대기업 CEO, 공공정책 자문관을 거쳐 지역 인재와 기업을 육성하는 시스템 구축에도 역할을 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한국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이끌어 온 선구자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 있다. 전자공학도로 출발해 국내 대표기업의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고, 공공정책에까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차인혁 광주과기대 석학교수다. 차 교수는 특정 분야에 집중하기보단 변화와 필요에 따라 스스로의 영역을 확장해 왔다. 연구원, 대기업 CEO, 공공정책 자문관을 거쳐 현재는 국내 스타트업들이 세계 무대로 나가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경북 K과학자'로 또 한번 변신한 그는 지역 인재와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나가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힘을 보태는 중이다. 특히 경북이 글로벌 변화의 흐름 속에서 끊임없는 교류와 소통, 도전을 통해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끄는 '방향타' 역할도 수행해 나가고 있다.
◆ 국내 최초 빅데이터 플랫폼 개발 등 ICT 산업 발전에 기여
차 교수는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드렉셀대학교에서 MBA를 취득한 뒤 연구소와 대학은 물론 공공기관, 대기업을 넘나들며 자신의 영역을 끊임없이 확장해 왔다.
루슨트 테크놀로지 벨(Lucent Technologies Bell) 연구소와 인터디지털(InterDigital)사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미국 특허 197건을 출원하는 등 '글로벌 테크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연구는 정보통신 핵심 기술 전반을 아우른다. 신경망(RBFN)을 활용한 신호처리 이론 및 응용(이미지 복원·채널 이퀄라이제이션·비선형 필터링 등), 5G·6G 물리적 링크 통신 및 보안 기술, 신뢰 플랫폼 (Trusted Platform) 검증, M2M 통신의 신뢰성 등이 대표적이다.
귀국 이후 그는 삼성 SDS에서 국내 최초 빅데이터 플랫폼 'Brightics' 개발을 지휘하며 빅데이터 혁신의 문을 열었다. SK텔레콤에서는 국내 최초 범용 IoT 플랫폼 및 양자 암호통신용 난수발생 칩(Quantum random number generator chip) 개발과 해외 우수 AI칩 관련 투자를 주도했다. 한국 ICT 산업 발전을 앞당기는 데 큰 기여를 한 셈이다.
2022년에는 국내 최초 라이프스타일 기업인 CJ그룹의 AI 연구소 'CJ AI 센터'를 설립, 디지털 전환을 이끌었다. 세계 최초의 '버츄얼 휴먼' 4K 공중파 송출, 시인과 AI가 함께 펴낸 시집 '9+i', 위성 데이터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인 성과다. 특히 AI 기반 영화 상영 일정 최적화는 CGV의 매출 증대로 연결되며 AI 활용의 성공 사례를 보여줬다.
2023년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 정부위원 자격으로 강연하고 있는 차인혁 교수. 차교수는 경북 K과학자로 변신해 지역 인재 육성에도 큰 역할을 할 계획이다. 경북도 제공
◆ 사람 중심의 디지털 전환, 기술은 결국 사람을 위한 것
차 교수는 국가를 위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민간위원으로서 디지털트윈 코리아 전략을 집대성하고 포항과 부산에서 디지털트윈 실증 과제를 이끌었다.
2028년 이후 우리나라의 유럽연합(EU) 수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EU의 공산품 대상 지속가능성 규제(ESPR: Ecodesign for Sustainable Product Regulations) 체계에 대한 선제적 인지에 기반한 범부처 대응 선도, 한-UAE 간 디지털정부 관련 각종 협력 등의 분야에 기여했다.
광주과학기술원의 석학 교수로서 대학 간 글로벌 협력을 위한 특사로 활동하는 등 국가 디지털 정책을 자문하며 교육 현장에도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2020년 CIO 포럼의 '올해의 CIO', 2021년 소프트웨어 산업인의 날 장관 표창,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장관상(2021년, 2022년) 등 굵직한 수상은 그가 일군 혁신의 무게를 증명한다. 기술에서 경영, 정책, 교육, 투자까지 이어지는 그의 경력은 단일 분야 전문가가 아니라, 변화와 필요에 따라 자신의 전문성을 확장해 온 '다층적 리더십의 여정'이다.
차 교수가 특히 강조한 부분은 기술이 아닌 '전환적 리더십과 문화'다. 그는 "한국이 국가의 존립을 넘어 세계적인 차원에서 더 큰 역할을 하기 위해선 경쟁과 입신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공동의 가치를 향해 헌신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성과를 내는 것에 만족하는 기술자나 지도자가 아니라, 사회적 신뢰를 쌓고 미래 세대가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을 만드는 리더들을 어떻게 발굴하고 육성할 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철학은 그의 경력 곳곳에서 드러난다.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 재임시 SW 창의캠프, AI 교육, 리모트 인턴십 등 청년 인재 프로그램을 직접 도입했고, CJ 앰배서더스를 운영했다. CJ 앰배서더스는 글로벌 역량을 갖춘 임직원들을 '대사(Ambassadors)'로 임명한 뒤 8개 주요국에 파견, 외교관들과 정기적으로 교류하며 상호 협력 의제를 발굴하고 실행하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차 교수의 리더십이 단순한 '기술혁신'이 아니라, 사람을 성장시키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차인혁 교수가 아부다비 글로벌 투자 기업인 MGX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 지역 함께하는 글로벌 리더십
차 교수는 지역의 젊은 세대가 세계와 연결될 수 있어야 지역과 국가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경북도 K-과학자에 합류한 것도 이같은 철학에서 비롯됐다.
그는 경북의 스타트업들이 성장 잠재력을 지녔지만 해외 시장 진출 경험과 네트워크 부족이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대면 자문과 원격 상담을 병행하며 기업별로 △해외 시장 대응 전략 △서비스 기획 △시장 진입 △투자 유치 로드맵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컨설팅이 아니라 '사업가·연구자·투자자·정책가의 경험을 통합한 멘토링 시스템'으로 기업들이 실제 해외 시장에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또한 그는 "지역 인재가 수도권으로 흡수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에 머물러도 세계와 연결돼 성장할 수 있는 경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과거 CJ에서 기획했던 리모트 인턴십 프로그램의 확장 모델을 경북에 적용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지역에서 글로벌 기업과 협업하고 해외 시장을 경험하며, 세계적 리더와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다. 또한 CJ 앰배서더스와 유사한 '경북 특사(GB Envoys) 프로그램'을 통해 경북의 젊은 공무원들과 기업인들이 해외 인재들과 접촉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경북도에 제안했다.
지역 발전의 핵심은 단순한 기술 지원을 넘어, 지역에서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지역 기반 글로벌 인재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경북이 글로벌 변화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디지털 혁신의 거점이 될 수 있다고 그는 확신한다.
결국 기술보다 사람, 성과보다 생태계, 경쟁과 입신보다 헌신을 중시하는 리더십으로 귀결된다.
그는 K-과학자 활동을 통해 지역 스타트업이 세계로 나아가는 길을 열고, 지역 청년이 자신만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길 바란다. '기술을 통해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이란 그의 오랜 철학은 경북을 넘어 미래 세대에게 더욱 중요한 가치가 되어가고 있다.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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