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만남의 광장' 공연 모습. <창작플레이 제공>
"여기가 어떤 장소인데. 여기가 곧 우리고, 우리가 곧 여기 아이가!"
마치 타임캡슐을 열어본 듯, 그 시절 동성로를 떠올리게 하는 정겨운 90분이었다. 지금은 사라진 동성로의 '만남의 광장'이 작은 무대 위에서 되살아난 듯 했다.
내년 3월15일까지 대명동 아트벙커에서 장기공연 중인 창작플레이의 연극 '만남의 광장'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 대구 동성로를 배경으로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작품은 공연 시작 전부터 그 시절의 감성을 한껏 불러온다. 공연장에 들어서면 1990년대에 유행하던 노래들이 흘러 나오고, 무대 세트 위에 놓인 레코드판과 라디오, 오래된 PC와 공중전화기가 눈길을 끈다. 막이 오르기 전부터 같은 시대를 공유하는 이들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젊은 세대에게는 낯설면서도 매력적인 레트로 감성을 선사한다.
연극 '만남의 광장' 공연 모습. <창작플레이 제공>
이야기는 '지영'의 편지로부터 시작된다. 친구들과 함께 타임캡슐을 묻고 10년이 지난 어느 날, 만남의 광장이 사라진다는 소식을 들은 지영은 세 친구에게 손편지를 보낸다. 극은 네 주인공인 광수·선미·영호·지영의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전개된다.
저마다 다른 개성을 지닌 네 친구의 인연은 1997년, 설렘 가득한 소개팅 자리에서 시작된다. 소개팅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IMF 외환위기로 시련을 마주한 광수를 선뜻 돕겠다고 나서기도 하고 어머니의 죽음으로 힘들어하던 지영을 기꺼이 돕는 등 순수한 우정을 쌓아간다. 이밖에도 1999년 세기 말을 비롯해 2002년 온 국민이 붉은 악마가 돼 응원하던 순간 등 추억의 장면들이 이어진다.
연극 '만남의 광장' 공연 모습. <창작플레이 제공>
작품의 묘미는 관객과의 호흡이다. 극 초반, 이야기의 중요한 매개체인 편지를 한 관객에게 맡기는 등 관객들이 극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또한 상황에 따라 관객들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며 자연스레 극에 스며든다.
또 다른 특징은 등장인물 모두가 구수한 대구 사투리를 구사한다는 점이다. 지역 관객에게는 대사에 종종 등장하는 익숙한 지명과 더불어 친근감을 불러오는 요소다. 여기에 배우들의 노련한 코믹 연기가 더해져 극은 지루할 틈 없이 흘러간다. 몇 년째 짝사랑만 하는 두 사람과 유쾌한 '닭살 커플'의 모습이 대비되는 것은 물론, 적절한 애드리브로 끊임없는 웃음을 선사한다.
이야기는 대체로 유쾌하게 흘러가지만, 감동도 놓치지 않는다. 특히 어머니의 죽음 이후 방황하는 지영을 지지하는 세 친구의 모습은 감동을 전한다.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객석에서는 어느새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연극 '만남의 광장' 공연 모습. <창작플레이 제공>
극은 다시 편지로 끝을 맺는다. 이번엔 타임캡슐 속에 들어있던 편지들을 지영이 읽는다. 이에 앞서 네 친구들의 대사가 노이즈가 섞여 되풀이되는데, 이들의 추억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며 여운을 남긴다. 추억의 장소는 사라졌지만, 그곳에 존재했던 그들의 우정은 여전하다는 듯이 말이다.
한편 연극 '만남의 광장'은 창작플레이와 봉산문화회관의 지역 명소 소재 창작극 개발 프로젝트의 세 번째 작품으로, 올해 대구문화예술진흥원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에 선정돼 지난 9월 봉산문화회관에서 초연된 바 있다.
정수민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TK큐] 보이지 않는 사람까지 생각한 설계…웁살라의 이동권](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12/news-m.v1.20251215.bfdbbf3c03f847d0822c6dcb53c54e24_P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