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오 대구의료원장이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과 관련해 의료의 역할 변화와 통합돌봄의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대구가 초고령사회(65세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 차지)에 접어들면서 의료의 무게중심도 변하고 있다. 지금처럼 병원에서 치료받는 구조만으로는 급증하는 노인 의료 수요와 돌봄 문제를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급성기 치료 이후에도 집에서 이어져야 할 의료와 돌봄은 쉽지가 않다. 제도와 현장 사이의 간극이 그만큼 커서다. 이 같은 한계를 넘기 위한 대안으로 이달(12월)부터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이 본격 시작됐다. 병원이 환자를 기다리는 대신, 의료진이 직접 가정으로 찾아가는 방식이다. 특히 대구 유일의 공공의료기관인 대구의료원은 요양시설 방문진료 경험과 종합병원 인프라,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바탕으로 이 변화의 선봉에 섰다.
김시오 대구의료원장은 이번 사업을 단순한 방문진료 확대가 아니라, 초고령사회에 맞는 새로운 의료·돌봄 패러다임으로 규정했다. 의료와 돌봄을 분리하지 않고, 어르신들이 살던 곳에서 존엄하게 나이들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책임지는 구조를 만드는 게 목표다. 다음은 김 의료원장과의 일문일답.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대구는 지난해 4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지만, 대구의료원은 그 이전인 2023년부터 노인의료 수요 증가에 대비해 요양시설 방문진료와 진료 연계사업을 추진해 왔다. 현장에서 느낀 문제는 명약관화했다. 의료 수요가 높은 어르신들이 병원이나 요양병원 중심의 체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탓이다. 특히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 중 재가급여 대상자가 시설급여 대상자보다 훨씬 많음에도, 자택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을 위한 의료서비스는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은 공공병원으로서 외면할 수 없는 과제였다. 지역 노인의료에 대한 책임을 실질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판단했다."
김시오 대구의료원장이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과 관련해 의료의 역할 변화와 통합돌봄의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 재택의료센터 사업이 지역 의료체계에서 갖는 의미는.
"초고령사회에서도 병원 중심의 의료체계는 여전히 필요하다. 이제는 의료와 돌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 중요해졌다. 특히 급성기 치료를 마치고 퇴원한 어르신들이 가정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치료와 관리가 지속되기 어려운 현실이 반복돼 왔다. 그 결과, 요양병원이나 시설로 이동하는 선택이 관행처럼 이어졌던 측면이 있다. 재택의료센터는 이러한 구조 속에서 퇴원 이후에도 의료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어르신들이 가능한 한 가정에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지역 의료체계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환자가 병원에 오는 구조에서 병원이 집으로 가는 구조로의 전환'이라는 평가를 어떻게 보는가.
"재택의료센터의 주요 대상은 거동이 불편한 장기요양 재가 수급자이다. 이들은 의료 수요가 높음에도 거동이 어려워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요양병원이나 시설 입소로 이어지는 일이 적잖았다. 이러한 흐름을 바꾸기 위해선 의료진이 직접 가정으로 찾아가는 방식이 필요하다. 익숙한 집과 지역사회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는 초고령사회에서 반드시 정착돼야 할 새로운 의료·돌봄 패러다임이라고 본다."
▶ 대구의료원 재택의료센터의 차별점은.
"대구의료원 재택의료센터의 가장 큰 차별점은 종합병원 기반이라는 점이다. 방문진료 이후 추가 검사가 필요하거나 상태가 악화될 경우, 배후 진료과와 즉시 연계하거나 입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가정간호센터, 재활치료센터, 영양팀, 진단검사 및 영상의학팀 등 병원 내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 보다 포괄적인 의료 지원이 가능하다. 아울러 서남권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서 지역사회 유관기관들과 이미 구축한 협력체계를 토대로 대상자별 맞춤형 연계가 가능하다는 점도 중요한 강점이다."
김시오 대구의료원장이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차량에 탑승한 모습. '병원이 집으로 가는' 재택의료 모델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물리치료사가 함께하는 다학제 팀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이동이다. 외래 진료를 받기 위해 보호자와 함께 병원을 오가는 과정은 신체적·정서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 다학제 팀을 통해 가정에서 의사의 진료와 간호를 제공하고, 필요에 따라 물리치료나 재활치료까지 연계할 수 있다면 의료 접근성은 크게 개선될 것이다. 이러한 관리가 선제적으로 이뤄지면 불필요한 외래 방문이나 응급실 이용, 입원을 감소시킬 수 있다."
▶진료뿐 아니라 주거·영양·돌봄 서비스까지 연계하는 데 부담은 없었나.
"재택의료는 공공의료의 역할을 확장하는 사업이라고 본다. 대구의료원은 그동안 다양한 공공의료사업을 수행하며 지역사회 연계 경험과 노하우를 꾸준히 축적해 왔다. 주거·영양·돌봄 서비스는 지역사회 돌봄 자원이 수행하고, 의료원 사회복지사는 상담과 연계를 담당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역할 분담도 비교적 명확하다. 공공병원이 지역사회와 협력해 통합 돌봄을 실현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방향이라고 판단했다."
▶와상 상태이거나 중증 만성질환을 가진 어르신과 보호자는 어떤 변화를 체감하게 될 것 같은가.
"가장 큰 변화는 의료 접근성 개선이다. 외래 방문 없이도 자택에서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어르신들에게 큰 안정감을 준다. 정서적 안정과 함께 삶의 만족도 역시 높아질 것으로 본다. 보호자 입장에서도 돌봄 부담이 완화되고, 의료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드는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김시오 대구의료원장이 대구의료원 로고를 배경으로 병원의 역할과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검증하고 싶은 목표는.
"시범사업을 통해 실제 현장에서 어떤 어려움과 한계가 나타나는지를 면밀히 확인하려고 한다. 이를 토대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적극적으로 개선을 건의할 계획이다. 대구의료원이 지역 거점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재택의료 모델을 선도하고, 향후 통합돌봄 체계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는 데 기여하겠다."
▶'살던 곳에서 존엄하게 나이 들 권리'라는 관점에서 이번 사업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돌봄'은 가장 중요한 사회적 가치가 될 것으로 본다. 노인이 요양시설이 아닌 자신이 살아온 집과 지역사회에서 노후를 보내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자, 존엄의 문제다. 통합돌봄의 주체 역시 지역사회가 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다양한 주체들의 협력은 필수다. 대구의료원은 앞으로도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시민의 건강과 돌봄을 책임지는 공공병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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