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사제만으론 부족”…대구경북 전공의들이 짚은 지역의료 본질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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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2-29 16:28  |  발행일 2025-12-29
“의사 수보다 중요한 건 남게 하는 구조”
10년 의무복무 이후가 관건…지역의사제의 한계
지역을 지키는 의료진에 대한 보상 필요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이 27일 서울 가톨릭의대 성의회관에서 지역의료 재건 방안을 주제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전공의들은 지역의사제의 한계를 지적하며, 지역 필수의료 현장에 의료인이 지속적으로 남을 수 있는 구조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챗지피티 생성>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이 27일 서울 가톨릭의대 성의회관에서 지역의료 재건 방안을 주제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전공의들은 지역의사제의 한계를 지적하며, 지역 필수의료 현장에 의료인이 지속적으로 남을 수 있는 구조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챗지피티 생성>

지역의료 붕괴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전공의들이 "지역의사제는 해법의 일부일 뿐"이라며 보다 구조적인 대안을 요구하고 나섰다. 의사 수 확대뿐 아니라, 지역에 의료인이 계속 남아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7일 서울 가톨릭의대 성의회관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보건복지부 간 간담회에서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의료를 재건하기 위한 방안들이 집중 논의됐다. 이 자리에서 전공의들과 정부 관계자들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지역의사제'만으로 지역의료 문제가 해결되긴 어렵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


특히 대구경북 현실을 가장 잘 아는 전공의 발언이 주목을 받았다. 오지인 대전협 대구경북지역협의회장(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은 "지역의사제 취지엔 공감하지만, 정책의 초점이 '의사 수'에만 맞춰져 있다"며 "의사들이 기피 지역과 필수의료 현장에 왜, 어떻게 남아서 일하도록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핵심"이라고 꼬집었다.


오 회장은 지역의사제의 구조적 한계도 짚었다. 지역의사제 출신 의사는 졸업 후 10년간 의무 복무를 해야 한다. 하지만 전공의·펠로우 과정을 거쳐 실제 독립적인 진료를 할 수 있는 기간은 5년 남짓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그 이후에도 같은 지역에서 같은 일을 계속할지 여부가 관건"이라며 "지역은 환자 케이스(수)가 적고, 동기들은 수도권에서 더 안정적이고 높은 보상을 받는 상황에서 매몰비용을 감수하고라도 지역을 떠나고 싶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그만두는 것보다 계속 남아 일하는 편이 더 이득이 되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복무형 지역의사제에서 계약형 지역의사제로 전환하거나, 근무 기간이 길수록 수가나 보상이 커지는 방식 등 10년 이후를 내다보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회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지역의료를 떠받치고 있는 의료진에 대한 보상이 정책 논의에서 소외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배출될 지역의사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지만, 이미 지역에서 오랜 기간 버티고 있는 선배 의료진에 대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지역의료 붕괴를 막고 있는 현재의 의료진을 지키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했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문제 제기에 공감했다. 복지부는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규제 완화와 재정 투입을 병행할 방침이다. 특히 지역의료 종사자들에게 장기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 어떤 제도도 안착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복지부는 의료혁신위원회와 향후 출범할 지역의사제 협의체에 대전협의 참여를 요청하며, 전공의 의견도 정책 설계 과정에 적극 반영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밝혔다. 또 수가 인상만으론 한계가 있다고 판단, 1조1천억원 규모의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를 통해 인건비와 인프라 등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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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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