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지는 해이다. 어떤 후보를 단체장으로 뽑을 것인지 지역 유권자들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4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를 찾은 시민들이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2026년 병오년(丙午年)은 시민들에게 중요한 '선택의 해'다. 그 선택으로 우리의 삶은 보다 나아질수도, 더 퇴보할 수도 있다. 특히 올해 6월3일엔 각 지방자치단체의 수장을 뽑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시민들이 원하는 지방권력의 자질과 조건은 어떤 것이 있을까. 취재진이 대구 곳곳을 다니며 길 위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가감없이 물어봤다.
12월 22일 저녁 대구 달서구 와룡시장을 찾은 계명대 외국인 유학생(미얀마)들이 시장에서 장을 본 봉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노진실 기자
◆와룡시장의 시민들…'경제' '청렴' '일자리'
지난달 22일 오후 6시 대구 달서구 와룡시장.추운 날씨에도 저녁 시장을 보려는 시민이 적잖았다. 주부 강경희(51)씨는 "내가 평생 살아온 대구가 좀 더 잘 살게 돼 자신감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대구가 경제적으로 다시 한번 '호황'을 맞길 바란다"며 "대구를 잘 살게 해줄 사람이 시장으로 뽑혔으면 한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시장내 한 제과점 종업원은 "똑똑하면서도 청렴한 사람이 단체장으로 뽑혀야 한다"고 했다.
시장 입구에서 만난 김모 어르신(84)은 "나는 선거에 크게 관심을 안 갖고 살았지만, 그래도 인품과 능력을 고루 갖춘 사람이 돼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대구에 사는 외국인들은 어떤 사람을 대구시장감으로 여길까.시장에서 먹거리와 생필품을 사고 있던 미얀마 유학생(계명대 재학)들은 "대구는 서울보다 덜 북적이고, 사람들이 친절하고, 나무와 산이 많은 아름다운 도시"라며 "다만, 대구에선 아르바이트 등 일자리 찾기가 어렵고, 임금도 높지 않다. 대구 경제를 더 나아지게 해줄 인물이 시장이 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12월 23일 군위읍에서 만난 이지선씨가 단체장의 자질 및 바라는 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노진실 기자
◆군위군민들…'아직 낯설어' '능력' '균형발전'
군위군은 2023년 7월 경북에서 대구로 편입됐다. 군위는 TK공항(대구경북 민·군 통합공항) 건설, 군부대 이전 등 대구 핵심 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이다. 군위군민들은 이번에 처음으로 대구시장을 뽑는다. 지난달 23일 오전 군위읍을 찾아갔다. 군민들에게 현재 난립하고 있는 대구시장 후보들은 아직 낯선 존재였다.
군위에서 평생을 살았다는 남만호(75)씨는 "대구시장은 처음 뽑아본다. 그런데 시장 후보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투표일이 다가와봐야 누구를 뽑을지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아무래도 능력있고 똑똑한 사람이 시장이 되는게 좋지 않겠나"라고 했다.
군위읍 중앙길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50대 여성도 "아직은 대구시장 선거보다 군위군수 선거에 더 관심이 많다"며 "만약 투표를 한다면 대구시를 끝까지 운영할 책임감있는 후보에게 한표를 던지겠다"고 말했다.
군위 청년들 목소리도 들어봤다. 군위에서 초·중·고교를 나왔고, 직장도 군위에 있다는 이지선(28)씨는 "이곳에 터를 잡고 사는 입장에선 '일자리'와 '병원'이 가장 간절하다. 좋은 일자리가 많아져서 군위가 고향인 청년들이 희망을 갖고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료 인프라가 더 확충됐으면 한다. 군위엔 전문 의료기관이 부족해 어르신들이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대구지역내 균형발전'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다음 대구시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어르신에게도 '대구시장 자격'에 대해 물어봤다. 의성에서 태어나 군위에서 50년 넘게 살았다는 이모(93)씨는 "똑똑하고 많이 배운 사람들이 후보로 나오겠지만, 결국 다른 데 한눈팔지 말고 오롯이 대구를 잘 살게 해주는 사람이 최고가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12월 23일 밤, 동대구역에서 만난 복기연씨가 자판기 커피를 들고 다음 대구시장에게 바라는 점에 대해 말하고 있다. 노진실 기자
12월 23일 밤, 동대구역에서 만난 경북대 학생이 이번 지방선거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학생의 가방에 경북대 마스코트인 '호반우' 키링이 달려 있다. 노진실 기자
◆동대구역의 시민들…'먹고 살거리' '일자리'
대구의 관문인 동대구역은 늘 대구시민과 타지인이 오가는 장소다. 만남과 헤어짐이 교차한 애환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지난달 23일 밤, 동대구역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지방권력'의 자격에 대해 물어봤다.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커피 한잔으로 추운 몸을 녹이고 있던 복기연(72·동구 율하동)씨는 "시민들이 '먹고 살거리'를 많이 만들어주는 사람이 대구시장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자식들이 대구에서 멀쩡한 대학을 나오고도 일자리가 없어 서울로 가야 했다. 대구 부모 중에 나만 그렇겠냐"라며 "지방사람이 서울에 취직을 해도 경제적으로 자리잡기까지 월세방을 전전하며 고생을 해야 한다. 설령 부모 옆에 살고 싶어 대구에 돌아오고 싶어도 이곳에서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다더라"고 말하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복씨는 "성실하게만 일하면 대구에서 안정적으로 삶을 꾸려나갈 수 있게,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주는 사람이 시장에 당선되길 바란다"며 "한가지 더 바란다면 독불장군식으로 밀어붙이지 말고, 시민의 말에 항상 귀 기울이는 사람이 뽑혔으면 한다"고 말했다.
동대구역에서 만난 20대 청년도 '일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북대 공과대학 1학년인 김모씨는 "고향은 다른 지방도시인데, 대학 때문에 대구에 왔다"며 "나중에 졸업하면 고향이나 대구에 취직해 정착하고 싶다. 그래서 지방 경제를 좋게 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낼 능력이 있는 분이 꼭 시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6년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지는 해이다. 어떤 후보를 단체장으로 뽑을 것인지 지역 유권자들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4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를 찾은 시민들이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동성로의 시민들…'책임감' '실용' '살기 좋은 환경'
대구 중구 동성로는 지역을 대표하는 상권이다. 시민들에겐 추억이 깃든 상징적인 공간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달 24일 찾아간 동성로는 쇼핑객과 나들이객들로 크게 붐볐다.
동성로 지하상가에서 만난 신모(43·서구 내당동)씨는 "시장이든 구청장이든 '자리의 무게'를 아는 사람이 단체장으로 뽑혀야 한다"며 "지역민과의 약속을 최우선으로 두는 사람, 끝(임기)까지 최선을 다하는 책임감 강한 사람이 당선돼야 한다"며 뼈있는 말을 던졌다. 중도 사퇴로 대구시장 자리를 공석으로 만들어 이후 각종 정부 지원정책 등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는 현실을 빗된 말로 들렸다.
시내 나들이를 왔다는 한 60대 시민은 "우리나라 정치는 '진영논리'가 너무 심하다"며 "그런 것에 너무 매몰되지 않고, 당리당략보다 오롯이 대구와 시민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실용적인 정책을 펴는 사람이 시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5살 아들의 손을 잡고 나온 최서현(39)씨는 "아이 키우는 입장에선 다른 건 크게 바랄 게 없다.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아이도 노인도 모두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관심이 많은 사람이 단체장이 돼야 한다"고 했다.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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