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상사 시회적협동조합 임영락 대표가 자사의 배송트럭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승엽기자
기업에 있어 '연매출 100억원'은 상징적인 지표다. 산업 특성이나 비용 구조에 따라 일부 차이는 있지만, 총자산과 함께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을 나누는 기준으로 평가된다. 일반 기업도 힘든 연매출 100억원을 찍은 '괴물 사회적경제기업'이 대구에서 탄생했다. 2017년 설립 후 매년 폭풍성장을 이어가는 '무한상사 사회적협동조합'(이하 무한상사)이 주인공이다. 칼바람이 불던 작년 말 대구 동구 무한상사 사옥에서 임영락 대표를 만났다. 그는 그간 성과에 대해 겸손해하면서도 사회적경제의 향후 비전과 과제 등에 대해서는 뚜렷한 소신을 밝혔다.
▶무한상사는 어떤 기업인가.
"대구에는 1천370여개의 사회적경제 기업이 있다. 이들의 판로 개척을 돕는 사회적경제 종합유통채널이 무한상사다. 쉽게 말하면 사회적기업의 물건을 팔러 뛰는 '상사맨'이다. 공공시장에는 사회적 약자 기업에게 우선적 기회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우선구매'라는 제도가 있다. 이를 활용하고자 지역 사회적기업이 뭉쳐 조직을 출자·설립했고, 대구시에서 적극 밀어줘 오늘에 이르렀다. 현재 56개 사회적경제 기업이 출자했다. 지역 전체 사회적기업의 제품 유통 및 마케팅을 수행한다."
▶무한상사라는 사명이 눈길을 끈다. 국민예능 '무한도전'에서 착안했는지.
"당시 TV에 무한도전이 인기리에 방영되던 시절이어서 대중적인 이미지를 차용하려고 했던 의도는 없잖았던 것 같다.(웃음) 직원들 중에 무한도전 팬이어서 취업한 사례도 있다. 재미있는 점은 무한도전과 콜라보가 실제 이뤄질 뻔했었다는 거다. 2017년 무한상사 홍보를 위해 무한도전 팀과 접촉했고, 성사 직전까지 갔었다. 하지만, 그해 MBC가 파업하면서 협업이 무산됐고, 다음해 무한도전이 폐지됐다. 국민 MC 유재석씨가 무한상사 제품을 판매하는 그림을 보지 못한 건 두고두고 아쉽다."
▶설립 과정이 궁금하다.
"일반적으로 사회적경제 기업의 판로는 'B2B'(기업 간 거래)와 'B2G'(기업과 정부·공공기관 간 거래)로 나뉜다. 이들 시장의 판로를 찾고자 2016년 당시 대구에서 100여곳 회원사를 가진 <사>사회적기업협의회가 6개월간 매주 조찬 회동을 가졌고, 판로 개척을 돕는 통로를 만들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듬해 정기총회에서 조직 설립을 결정했고, 몇 달간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조직의 기틀을 잡았다. 그해 9월 권영진 당시 대구시장과 시의장, 8개 구·군 및 시 출자출연기관, 이전 공공기관 대표 앞에서 37개 사회적경제 활성화 비전을 선언했다. 이는 전국 최초 시도였다. 사회적경제에 관심 있던 문재인 정부 초창기 전국적 관심을 받았다."
▶무한상사의 시작은 어땠나.
"지금도 영업은 어렵지만, 당시엔 '북극항로'를 개척하는 기분이었다. 공공기관 계약구조가 복잡·방대해서 어느 지점을 어떻게 노크해야 할지 포인트를 찾는 게 어려웠다. 법과 제도를 새로 공부해야 했고, 계약은 그 다음 문제였다. 첫해 100여곳의 공공기관을 노크했지만, 문전박대 당했다. 문 닫을 걱정부터 들었다. 물건을 판다기보단 사회적경제를 이해시키는 데 주력했고, 건강성 있는 기업에게 시장 진출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처절하게 영업한 결과, 그해 매출 13여억원을 달성했다. 직원들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렸다."
무한상사 사회적협동조합 임영락 대표가 무한상사 성장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승엽기자
▶사회적기업 세일즈의 포인트는.
"민간기업도 그렇지만, 특히 공공기관은 계약에서 안정성을 중요시한다. 큰 이윤보다는 규모가 작더라도 리스크가 적은 계약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결국 기업의 실적 여부가 계약의 핵심 포인트인데, 지역 대부분 사회적 기업이 공공기관과 계약 선례가 없다 보니 영업이 힘들었다. 하나의 계약이 또 다른 계약을 창출하는 시장구조여서 첫 계약이 전부라는 생각으로 매달렸다."
▶경북 산불 때도 무한상사의 활약이 컸다고 들었다.
"올초 경북에 초대형 산불이 났을 때 대구지역 대부분 공공기관의 사회공헌사업을 대신 집행했다. 이들이 무한상사를 통해 이재민 생필품을 현장에 공급하거나, 지역마다 필요한 농산물 구매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3년 전 울진 산불 때도 밤 새우며 물품을 날랐던 기억이 난다. 이는 지역에 있는 사회적 기업들과 실시간으로 협력·소통할 수 있는 망을 구축했기에 가능했다. 수요처(지역)와 공공기관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 정보망은 큰 자산이다."
▶사회적 기업으로 활동하는데 있어 대구의 장점은.
"대구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도시다. 조직의 응집·결속력이 우수하고, 행정기관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준다. 이 같은 거버넌스 구축은 확실히 타 시·도 대비 대구가 우위를 갖췄다. 이는 단순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고, 충분한 시간까지 축적돼야 나오는 결과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사회적경제 판로개척 기관(무한상사)과 금융지원 기관(<재>사회가치금융)이 모두 존재하는 도시라는 점도 크다. 공공기관들도 사회적경제에 우호적이다. 사회적경제를 이해하고, 선택해줘서 무한상사가 클 수 있었다."
▶이윤은 남는지.
"솔직히 영업이익률은 '제로'에 가깝다. 일반 기업이라면 최소 10% 이익률은 나야 회사가 돌아가지만,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이윤은 거의 남기지 않고 있다. 다만,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사업 다각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겉은 커졌지만, 내실을 다져야 하는 시기다. 수익성 성장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새정부도 사회적경제 지원사격에 나섰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세계적인 트렌드다. 기업 활동을 통해 번 돈을 다시 지역사회에 환원하라는 의미다. 이는 사회적경제의 가치와도 일맥상통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사회적경제를 '사회연대경제'로 부르면서 지원에 힘 쏟는 이유다. 사회적경제 활성화는 곧 새정부의 핵심 가치인 국가 균형발전으로 이어진다."
▶대구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사회적기업은 철저한 지역 모델이다. 절대로 자원이 지역을 벗어나지 않는다. 지역에 자원이 머물면, 청년들도 지역에 머물고 결국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 기업들도 사회적경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현재 대구에는 코스피 기업만 22개사가 있지만, 사회적기업 제품의 구매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서울과 비교하면 사회적기업에 대한 온도차가 뚜렷하다. 공동이익과 사회적 가치 실현에 우선을 둔 사회적경제가 활성화되면 대구 사회는 좀 더 따뜻해지고 건강해질 것으로 믿는다."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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