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섭 영주발전연구소장. 최영섭 소장 제공
영주발전연구소를 2000년부터 운영해 온 최영섭 소장은 "인구 10만 선 붕괴는 지역 소멸이 '현실'이 됐다는 신호"라며 관광자원 고도화, 국가산단 연계 산업유치, 청년·외국인 정주 확대를 한 묶음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영섭 소장은 영주 토박이로, 동국대 사회학과와 행정대학원을 마친 뒤 중앙단위 조직과 지역 현장을 두루 경험해 왔다. 2000년부터는 영주발전연구소를 운영하며 지역 발전의 중장기 로드맵을 구상해 왔다고 한다.
그는 지역 소멸을 "모든 지방이 함께 겪는 공통 과제"라고 전제하면서도, 현장 체감은 더 급박하다고 했다. "국가 차원의 대책과 지방 차원의 대책이 결합될 때 효과가 크지만, 국가 대책만을 마냥 기다리기에는 지역 현실이 너무 심각하다"는 것이다. 영주의 인구 10만 선 붕괴를 두고도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소멸의 가속화는 시간문제"라며 "지자체가 무엇을 먼저 선택해 실행하느냐에 따라 소멸이냐, 소생이냐가 갈린다"고 말했다.
최 소장이 제시한 해법은 '한두 개 사업'이 아니라 축을 세워 도시를 다시 짜는 방식이다. 첫 번째 축으로 그는 관광의 체질 개선을 꼽았다. "소백산과 부석사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자원인데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진단이다. 관광객이 '왔다 가는' 구조를 '머물고 소비하는' 구조로 바꾸려면 자산을 상품으로 만드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선비촌에 대해선 "투자비만 늘어났지 실질적인 콘텐츠는 거의 없는 상태"라며 "내방가사 박물관이나 유교 문화관처럼 구체적인 볼거리를 채워 수익 구조를 만들어 내는 집중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보 방식도 바꾸자고 했다. "요즘은 유튜브가 대세"라며 "유능한 크리에이터를 채용해서라도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를 두고 "행정은 또 다른 창조 행위"라고 표현했다.
두 번째 축은 산업 유치다. 최 소장은 영주가 첨단 베어링 단지를 국가산단으로 지정받은 점을 들어 "여기에 방위산업체를 집중적으로 유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단일 기업 유치가 아니라 협력업체까지 함께 들어오는 집적 구조가 만들어져야 고용이 늘고 인구가 붙는다는 논리다. 그는 "방산 업체와 협력업체가 동시다발로 입주한다면 베어링 단지와 결합해 영주시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고, 안정적인 인구 증가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탄소 전원개발사업, 드론 특구 같은 무공해 산업도 유치 가능성이 크다"며 산업 포트폴리오를 넓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 번째 축은 청년·가족 정책이다. 최 소장은 "젊은 인구 유입이 관건"이라며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예산을 젊은이들, 혹은 젊은 부부들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발성 지원이 아니라 도시 이미지 자체를 바꾸는 정책 묶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대규모 영유아 시설 확충, 어린이 전문도서관 신설, 다자녀 가정에 대한 '전국 최고 수준' 지원 등을 예로 들며 "영주 하면 젊은 사람들이 살기 좋은 도시가 연상될 정도로 밀고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인구정책의 시야를 더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와 유학생, 졸업생 등 '정주 인구'가 될 수 있는 집단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현재 농사철 중심으로 드나드는 외국인 노동 구조를 "연중 거주로 전환하는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역특화형 거주 자격인 F2-R 비자를 언급하며 "외국인을 상대로 5년까지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게 하는 제도"라면서 "외국인 졸업생이나 노동자에게 가족까지 거주 자격이 주어지면 고용시장 유지, 지역 상권 활성화, 인구 증가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업은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갈린다"며 실행 속도를 강조했다.
행정 운영의 방식에 대해선 '효율'과 '소통'을 기준으로 두자고 했다. 시청사 이전 논란과 관련해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의사"라며 "여론조사 등을 통해 먼저 의견을 묻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실은 1층으로 내려와야 한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민원실 옆이라도 좋고 시민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가장 낮은 층에 위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청사 신축·이전에 대해 "외형을 중시해 크고 웅장하게 짓는 것이 업적이 될 수는 있지만, 건설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지, 그 막대한 비용을 들여 짓는 것이 맞는지, 차라리 그 비용으로 주민을 위해 쓰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은 아닌지, 이전 뒤 남는 공간 활용까지 총체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했다.
최 소장은 "영주의 기본은 선비정신에 바탕을 둔 정직성, 도덕성이 생명"이라며 "민본 정신과 애향심 같은 토대 위에서 모방은 하되 한 발 더 나가 새로운 모델로 재창조하는 '오픈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이 꺼지는 속도만큼 정책도 빨라져야 한다는 게 그의 결론이었다.
권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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