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잡힌 물고기’의 비애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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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12 06:00  |  발행일 2026-01-11
TK 공항·통합 표류하지만
광주전남·대전충남은 성공적
지역 정치권은 별 대응없어
자초한 정치볼모 각성해야
6월 선거 변화계기 됐으면
정재훈 서울취재팀장

정재훈 서울취재팀장

연말연시 속이 많이 상했다.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의 극적 타결, 그리고 대전·충남의 행정통합 선언을 지켜보며 부러움과 원망이 교차했기 때문이다. 꽉 막혀 있던 현안을 정부와 지역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했단 사실, 그 '과정'이 너무나 부러웠다. 도대체 왜 우리는 저렇게 하지 못했을까.


군공항 이전과 행정통합은 사실 우리 지역이 가장 먼저, 가장 절실하게 매달렸던 현안이었다. 몇 년 전만 해도 대구경북(TK)이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이 됐던 때, 정부 여당의 핵심 요직을 차지했을 때 우리는 이 문제들을 거의 다 풀어낼 듯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들 문제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막판엔 미세한 엇박자가 나기 시작하더니 결국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았다. 마지막 단추를 꿰지 못한 채 흘려보낸 수년이 지났고 결과는 참담하다. 우리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인데 남들은 저만치 앞서 달려가고 있다. 첫 광역 행정통합이라는 상징성도, 정부 지원을 받아낼 수 있는 상황도 놓쳤다. 과연 언제쯤 우리는 세계로 뻗어가는 신공항을 품고 '특별시'로 우뚝 설 수 있을까.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


답답함을 넘어 분노를 자아내는 건 지역 정치권의 태도다. 물론 군공항 이전에는 막대한 기부대양여 재원 마련이라는 난관이 있고, 행정통합에는 일부 지역의 반발이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난관이 있다고 멈춰 서 있으면 정치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갈등을 조정하고 중앙정부를 설득해 예산을 따오고, 반대하는 주민들을 만나 설득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누구 하나 "정치생명을 걸고 이 문제를 매듭짓겠다"며 나서는 이가 없다. 물론 아직 공약이 본격적으로 나올만한 때가 아니지만 원론적인 답변 뒤에 숨어있는 형국이 너무나 안타깝고 화도 난다. 치열한 자성의 목소리도, 판을 뒤집을 구체적인 해법도 보이지 않는다. 당 대표 및 일부 의원들은 엄동설한에 국회에서 천막 투쟁을 하며 사력을 다하고 있는데, 일부는 조를 짜서 해외로 골프 여행을 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더 화가 났다. 참 한가하다 싶다.


얼마전 한 중앙 언론의 칼럼이 뼈를 때렸다. 조선일보의 경제칼럼니스트는 광주 공항 이전 협상 타결을 언급하며, 이는 호남이 민주당의 '잡힌 물고기' 신세를 벗어나고자 끊임없이 발버둥친 결과라고 분석했다. 특정 정당만 믿고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실리를 위해 전략적으로 움직였기에 얻어낸 성과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구를 향해 조언했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가 다시 살아나려면 "정당 혁신을 앞장서 이끌고, 과감하게 대안 세력을 키워주는 적극적 행동이 필요하다"고. 구구절절 옳은 말이라 몇 번이고 되뇌이며 읽었다.


뼈아프지만 인정해야 한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우리 지역은 '잡힌 물고기'다. 타 지역에서 보는 시선이 정확할 것이다. 솔직히 어장 관리조차 필요 없는 '집토끼' 신세라고도 할 수 있다. 선거 때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몰표를 던져주니, 중앙 정치권이 굳이 공을 들여 먹이를 줄 이유가 없다. 우리가 스스로를 '정치적 볼모'로 만든 셈이다.


다가오는 지방선거, 시장과 도지사가 되겠다고 나선 인사들에게 엄중히 요구한다. 꼬인 실타래를 어떻게 풀 것인지 구체적인 로드맵과 실행전략을 제시하라. 신공항 건설과 행정통합은 단순한 개발 사업이나 행정구역 개편이 아니다.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 청년들이 고향을 등지지 않게 붙잡을 수 있는, 우리 지역의 생존이 걸린 마지막 동앗줄이다. 꼭 책임을 지겠다고 표현하라.


정재훈 서울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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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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