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종찬 광복회장 “광복 80주년이 ‘독립지사 모시는 마지막 해’…유족회원제 도입해 광복회 활성화”

  •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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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27 17:27  |  수정 2026-01-27 17:55  |  발행일 2026-01-27
광복회, 마지막 봉사로 정상화…이 회장 “부채 20억, 2년반 동안 7억 갚아”
“비상계엄 사태, 실망…군의 전통은 의병·독립군·광복군으로 세워야”
“대구는 독립운동 중심지…독립기념관 ‘분원’ 필요해”
이종찬 광복회장이 영남일보와 광복회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이종찬 광복회장이 영남일보와 광복회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이종찬 광복회장에게 광복회는 마지막 봉사를 위해 찾은 현장이다. 올해 90세가 된 그는 광복회 재정 정상화와 독립유공자 예우 확대, 지역 독립기념관 확충 등을 핵심 과제로 삼고 마지막 봉사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회장은 대구의 독립운동사 위상을 거듭 강조하며 독립기념관(분원) 건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구는 국채보상운동의 발원지이고, 독립운동이 치열했던 중심지"라며 "대구형무소에 독립운동 관련 수감자가 서울보다 많았는데 지금은 그 흔적조차 사라졌고, 지역 역사도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영남일보는 이 회장을 만나 그의 마지막 봉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광복회를 왜 '마지막 봉사'라고 표현했나.


"상해에서 태어났고, 이제 90세다. 광복회에 온 것도 '마지막 서비스'라고 생각하고 있다. 회장을 더 연기해서 뭘 더 하고 싶다, 그런 욕망은 없다. 다만 마지막 봉사로 광복회를 정상화시키고 싶다."


▶운영 상황이 녹록지 않아 보이는데.


"인계받을 때 부채만 20억원이었다. 가장 급한 건 장학금이 담보로 잡혀 있다는 점이었다. 장학금이 사라지면 안 되니까, 지난 2년 반 동안 허겁지겁 갚아서 7억원 정도의 부채를 탕감했다. 자금 여유는 사실상 없다. 예산이 깎인 뒤 후원금이 들어오기도 했는데, 그걸로 갚고 또 갚아왔다."


▶현 정부의 보훈·역사 정책 기조는 어떻게 평가하나.


"이재명 대통령이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는 세상은 안 만들겠다'고 한 말이 큰 도움이 됐다. 실제로 현행 예우제도는 '3대 중 1명'만 혜택을 주는 구조가 있었다. 대통령의 그 발언 이후 '3대는 예우를 해주자'는 주장도 힘을 받을 수 있었다. 다만 예산 문제도 있어 절충이 진행 중이다."


▶보훈의 원칙과 방향은 어디에 둬야 한다고 보나.


"보훈에는 '독립·호국·민주' 세 기둥이 있다는 대통령의 언급이 있었다. 독립운동, 호국(고엽제·상이군경 등), 민주화운동(4·19, 5·18 등)을 축으로 하겠다는 건데, 방향 설정이 비교적 분명하다고 평가한다. 우리는 그 방향을 제대로 정립해달라고 국가보훈부와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비상계엄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어떻게 평가하나.


"솔직히 실망했다. 군이 정치에 개입하는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저도 군 출신이지만, 군이 정치를 지배하는 '일본군의 전통' 같은 사고를 끊어야 한다고 본다. 다시 말해 군의 전통을 어디에서 찾느냐가 중요하다. 군이 정치를 지배했던 일본군의 전통을 따를 것인지, 아니면 의병·독립군·광복군의 전통을 계승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그걸 분명히 하지 않으면 군이 다시 정치의 전면에 나서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


▶군의 역사·정체성을 어떻게 정립해야 한다고 보나.


"군의 전통은 의병·독립군·광복군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교육해야 한다. 그래서 육군사관학교에 그런 전통을 불어넣고 흉상도 세웠다. 제도 개선도 필수다. 다시는 군이 정치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구조를 법에 분명히 명시해야 한다. 입법적으로 어디에 담을지 기술 문제가 남았지만, 저는 정치권에 이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진영 갈등이 크다.


"대화가 부족하다. 과거엔 대통령들도 야당 지도자들과 자주 만났다. 영수회담만이 대화가 아니다. 국회 단계에서도 솔직하게 얘기해야 한다."


▶국회 운영과 선거제도 문제도 지적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은 여야 의석이 100대 200처럼 보이지만, 득표로 보면 48대 41 같은 구도다. 그런데 41%의 국민이 3분의 1 권한밖에 행사하지 못하고, 여당이 밀어붙이면 야당은 퇴장만 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승자독식 제도 때문에 득표와 의석의 격차가 너무 크다. 여야 모두 유권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고, 선거법도 손봐야 한다."


▶광복 81주년을 맞는 광복회의 최대 현안은 무엇인가.


"슬픈 사실은 독립운동을 직접 한 분은 다섯 분만 남았지만, 현재 거동 가능한 분은 단 한 분뿐이라는 사실이다. 나이도 102세다. 저는 광복 80주년이 사실상 '독립지사를 모시는 마지막 해'라고 보고 있다. 이에 후손과 유족을 중심으로 활동이 옮겨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2세들도 고령이라 모임이 잘 진행되지 않는다. 그래서 '유족 회원 제도'를 만들었다. 기존엔 1가구에서 보상받는 분만 회원이었는데, 이제는 독립지사의 활동을 확장하기 위해 가족(독립지사)이 지명한 사람을 유족회원으로 두고 이사직까지 할 수 있게 정관을 바꿨다. 세대가 바뀌면서 좀 더 활발한 활동과 모임이 이뤄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대구경북의 역사적 위상은 어떤가.


"쉽게 말하자면 대구는 센터다. 과거 대구형무소에 독립운동 관련 수감자가 서울보다 많았다.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지역들보다 대구에서 더 활발하게 독립운동이 일어났다는 뜻이다. 대구는 그만큼 독립운동과 깊은 연관이 있는 도시다. 그런데 역사적 가치를 가진 대구형무소가 없어졌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제라도 대구의 독립운동사를 적극적으로 시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대구경북의 역사적 위상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했는데.


"대구는 국채보상운동이 시작된 곳이고, 독립운동의 중심지였다. 그런데 지금은 영남이 마치 극우의 본산처럼 왜곡되고 있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예전 대구는 진보의 상징이었다. 이 같은 대구의 역사를 무시하고 단지 극우의 프레임으로 대구를 바라보는 시선이 안타깝다. 이건 역사에 대한 무지이기도 하고, 정치적 편의라고 본다."


▶대구에 독립기념관 분원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안동에 있다, 대구에 왜 또 세우냐는 말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구는 독립운동의 중심지였기 때문이다. 나는 과거 홍준표 전 시장도 만나 '대구는 국채보상운동의 발원지이고, 항일운동이 치열했던 곳'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홍 전 시장으로부터 독립기념관 설립 약속도 받았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에는 다양한 후보군이 출마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모두 훌륭한 분들이지만, 나는 시장이 누가 되든 그 약속을 승계해 달라고 요청할 생각이다."


▶임기(2027년 5월 말까지) 동안 역점 사업은 무엇인가.


"'1개 도에 독립기념관 하나씩'이다. 지역에는 독립운동 정신을 함양하는 거점이 필요하다. 또 역사학 전공자들이 일할 곳이 없는 현실도 있다. 이에 점점 역사학자들이 줄어들기 때문에 향후 연구 실적과 수준도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기념관이 생기면 연구·교류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센터와 지역의 유기적 채널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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