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대구 북구 강변축구장에서 축구 시합 전 몸을 풀고 있는 방우리 교사.<티키타카 풋살팀 제공>
최근 대구축구협회에서 인터뷰 중인 방우리 티키타카 풋살팀 회장. 이효설기자
대구수성라온풋살파크에서 풋살 경기 중인 방우리 교사.<티키타카 풋살팀 제공>
축구화 끈을 묶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축구장 문턱은 여전히 높고, 11대 11의 경기는 인원 맞추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여성 '축덕'(축구 덕후)들은 더 좁은 그라운드에서 더 적은 인원으로 공을 찰 수 있는 풋살을 택한다. 풋살은 축구의 축소판이면서 여자들이 축구에 진입하기 위한 가장 완벽한 관문인 셈이다.
대구 신기중 방우리(36) 체육교사는 그 관문을 열어젖혔다. 대학 때 우연히 접한 공 차는 재미를 잊지 못해 2022년 직접 티키타카 여성풋살팀을 창단했다. 현재 대구동구여성축구단 회원이며, 대구시 축구협회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대구축구협회 사무실에서 '여성 축구인' 방우리 티키타카 풋살팀 회장을 만났다.
▶풋살팀을 직접 창단하셨다고 들었어요. 계기가 무엇인가요.
"'보는 축구'에 만족할 수 없어서였죠. 공 차기 좋아하는 친구들 여섯 명이 모여 축구를 했는데, 어느 날 "우리도 대회에 나가자"고 누가 제안하더라고요. 대회에 나가려면 인원이 적으니까 팀원을 모집하게 된 거죠. '초보 여성들도 마음 편히, 제대로 배울 수 있도록 판을 깔자'는 생각에 무작정 사람들을 모은 게 시작이었어요."
▶ 팀원들을 모으고 운영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 '과연 올까' 싶었는데, 공고를 올리자마자 23명이 모였어요. 다들 축구화는 신고 싶은데, 공 찰 곳이 없었던 거죠.(웃음) 순수 취미로 하는 풋살인데도, 대구는 물론 부산, 영천, 구미에서도 팀원이 되겠다고 문을 두드렸습니다. 이 정도 인원이 되니까 팀원들이 돌아가며 구장 대관도 하고, 시합도 나가고 해 진짜 팀 같은 진용이 갖춰졌어요."
▶경기장에서 뛰는 순간, 어떤 기분이 드나요.
"직장인, 엄마, 전직 국대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다 사라지는 기분이에요. 오직 공과 나, 같이 뛰는 우리 팀원들만 남죠. 몸싸움을 하며 거친 숨을 몰아쉴 때, 내가 살아있다는 걸 느껴요. 예전엔 상대 선수가 넘어지면 달려가 "괜찮으세요?"하면서 걱정부터했어요. 이젠 그런 분위긴 싹 사라졌죠. 아무래도 축구하겠다는 여자들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가봐요. 주 2회 옥상 풋살장에서 만나 공을 차는데 전쟁터가 따로 없습니다."
▶골 넣을 때 기분은 어떤가요.
"골도 골이지만, 공이 원하는 대로 굴러갈 때나 필요한 패스를 적시적소에 해냈을 때의 만족감은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경기가 안 풀리다가 어느 순간, 바닥을 치고 확 뛰어오를 때가 있거든요. 아, 이건 진짜 짜릿해요. 이 맛에 공찬다니까요."
팀원들의 공에 대한 애정으로 풋살팀은 2023년과 2024년 게토레이 우먼스 풋살대회에서 연이어 우승했다. 지난해엔 제19회 예스구미배 풋살대회 여성부 우승을 거머쥐었다.
▶축구를 시작하고 나서 일상에도 변화가 있었을텐데요.
"'회복 탄력성'이 생겼어요. 축구는 골을 먹어도 다시 킥오프를 해야 하잖아요. 업무에서 실수해도 '괜찮아, 다음 플레이 잘하면 돼'라고 생각하게 됐죠. 무엇보다 체력이 좋아지니 삶의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뀌었어요. 훈련만 기다리며 일주일을 버티는 힘이 생겼다고 할 수 있지요."
▶축구, 풋살하는 여성 체육교사로서 노하우가 있을 것 같습니다.
"여학생들은 딱 두 부류 입니다. 체육을 좋아하거나, 너무 싫어하거나. 싫어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학교에서 체육시간에 즐거운 경험을 갖지 못했죠. 아직도 학교의 여학생 단체 시합은 피구 정도죠. 즐겁게 뛰는 아이들도 있지만 상당수는 공을 두려워해 피하기만 해요. 저는 체육을 가르치지만 축구 선수로 뛰고 있잖아요. 이런 친구들에게 운동을 재밌게 느낄 수 있도록 수업을 하는 노하우가 좀 있어요. 한명도 소외되지 않도록 하고, 위축된 학생에게 반드시 피드백을 주고 역할을 줘 제대로 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축구를 망설이는 여성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 '민폐 끼칠까 봐 못 하겠다', '축구는 남자들이 하는 운동 아니냐'하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축구는 원래 실수하면서 배우는 스포츠이고, 더는 남자들만의 영역이 아니에요. 일단 운동장을 밟아보세요. 잔디 냄새를 맡으며 달리는 그 해방감은 직접 느껴보지 않으면 절대 모릅니다. 오셔서 공 한 번만 차보세요!"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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