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대리인 강수영 변호사를 통해 본 대구 희망원 사건 쟁점은 …‘소송 없는 배상’ 시급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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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2-08 20:06  |  수정 2026-02-08 22:44  |  발행일 2026-02-08

대구시립희망원 피해자 전봉수(61)씨에 대한 국가 배상 판결은 단순히 한 개인의 승소를 넘어 향후 유사 소송의 중요한 가이드라인이 될 전망이다. 취재진은 전씨의 소송대리를 맡은 강수영 변호사(법무법인 맑은뜻)를 통해 재판 쟁점을 꼼꼼히 따져봤다.


법무법인 맑은뜻 강수영 변호사.

법무법인 맑은뜻 강수영 변호사.

◆"자발적 입소" 주장 꺾은 '조사 확인 의무'


피고(국가)는 당시 상담일지를 근거로 전씨가 "대구역 앞에서 노숙하다 스스로 입소를 원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전씨 기억과 완전히 배치된다. 전씨는 1998년 천안역에서 납치되듯 봉고차에 태워져 대구로 오게 됐다고 증언했다. 강 변호사는 "국가의 주장은 독방에 강제 수용된 상태에서 희망원이 일방적으로 작성한 상담일지에만 의존한 것이다. 명백한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법원도 국가 행위를 '사실관계를 명료히 파악하지 않은 위법'으로 봤다. 전씨의 연고지가 분명한데도 국가가 가족 찾기 등 '사회 복귀 가능성 조사 의무'를 저버린 채 연고 없는 부랑인으로 단정한 것 자체가 위법한 공무수행이라는 취지다.


◆'부랑인 집단수용' 자체가 위법


이번 판결의 또 다른 축은 수용 근거가 된 행정명령 자체가 위헌적이며 무효라는 선언이다. 재판부는 해당 법령이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봤다. 더욱이 절차마저 무시한 채 전씨를 23년 6개월간 감금하고 노역에 강제동원한 행위를 인권침해로 규정했다.


강 변호사는 "판결문은 부랑인 단속의 근거가 된 행정명령이 위법하다는 점을 매우 길게 설명했다. 진실화해위원회(진화위) 결정문에서도 이미 그 근거를 밝힌 바 있다,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에서도 법원이 재차 논증하기도 했다"고 했다.


◆배상액 13억원과 남은 과제는


전씨가 국가에 청구한 손해배상액 '18억8천만원'은 부산 형제복지원 판례(수용기간 1년당 약 8천만원)를 기준으로 삼았다. 국가는 가혹행위 증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13억원 배상을 명했다. 강 변호사는 "부산 형제복지원 가혹행위 수준과 비교해 배상액을 감한 것으로 추측한다"고 했다. 강 변호사는 "진화위 결정을 부인하며 시간 끄는 관행을 멈춰야 한다. 결정 즉시 일정 범위 내 배상을 선행하는 법률 제정이 시급하다"며 "피해자 자산 관리 지원도 필요하다. 거액이 주어지는 만큼, 국가나 제3의 기관이 이를 신탁받아 관리할 근거 법령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이번 판결은 국가가 소송 과정에서 행해진 2차 가해와 지체된 시간을 기록한 '정부 입법의 근거'가 돼야 한다. 고통 없이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는 '사회적 기록'으로 남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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