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의료현장에 AI가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영상 판독 보조와 음성 기록에만 머물던 기술은 수술실과 응급실, 병동 운영, 환자 일상 관리로까지 넓어지며 활용 범위가 크게 확대됐다. 수술 오차를 줄이고, 응급 중증도도 예측한다. 병원 밖 건강 데이터를 진료와 연결도 한다. 대구 의료계의 AI 활용바람은 단순한 장비 교체가 아니다. 의료의 안전·정확·속도·연결성을 함께 끌어올리는 진료 방식의 재편에 가깝다.
계명대 동산의료원이 도입을 추진 중인 싱크로트론 기반 양성자 치료기 'ProTom Radiance 330'. 펜슬빔 스캐닝 기술을 적용해 암 조직에 고에너지를 정밀 조사하고, 주변 정상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는 차세대 암 치료 장비다.<영남일보 DB>
◆수술·치료…경험을 보완하는 데이터
AI 영향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수술과 고난도 치료 영역이다. 수술 성적은 집도의 숙련도와 당일 컨디션, 시야 확보, 환자 해부학적 특성 같은 변수에 좌우된다. 로봇수술이 이러한 변동 폭을 줄였다면, AI는 여기에 실시간 분석과 교정 기능을 더해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수술 과정이 감각 의존에서 데이터 기반으로 서서히 이동하는 추세다.
칠곡경북대병원은 차세대 로봇수술 시스템 다빈치5(사람 손동작을 그대로 재현해 떨림을 줄이는 수술 로봇)를 들여와 AI 로봇수술센터를 가동했다. 이 장비는 집도의 손 움직임을 미세 단위로 환산해 보정한다. 조직 장력과 기구 각도를 숫자로 보여준다. 병원은 장비 4대를 동시에 운용해 긴급 수술 일정을 유연하게 배치하고, 복잡 수술의 대기 지연을 줄이고 있다.
영남대병원은 신장결석 수술 로봇 '자메닉스(결석 위치를 계산해 레이저 방향을 알려주는 장비)'를 활용한다. 장비는 시술 중 결석 이동과 환자 호흡 변화를 실시간 반영해 조준점을 수정한다. 과거 수 차례 촬영과 재조준이 필요했던 단계가 단축되면서 마취 시간이 줄고, 잔석률(돌이 남는 비율)도 낮아졌다.
방사선 치료 분야의 자동화도 속도를 내고 있다. 칠곡경북대병원의 '헬시온(치료 준비부터 방사선 조사까지 자동화한 장비)'은 계획 수립·환자 위치 보정·조사 전달을 하나의 흐름으로 통합했다. 치료실 입실과 동시에 촬영과 정합(영상 맞추기), 조사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그 영향으로 회차별 오차가 줄고 하루 치료 회전율도 높아졌다.
계명대 동산병원이 구축 중인 양성자 치료기 '프로톰 래디언스(ProTom Radiance·양성자 빔으로 암을 정밀하게 겨냥하는 장비)'는 펜슬빔 스캐닝(연필 끝처럼 가늘게 쏘는 방식)으로 종양 경계에 맞춰 에너지를 나눈다. 주변 정상 조직의 선량을 최소화해 소아암과 두경부암처럼 후유증 관리가 중요한 영역에서 활용이 늘고 있다.
◆영상의학…놓침을 줄이는 안전장치
영상의학과에서 AI는 '1차 필터' 역할을 한다. 수백 장의 영상을 사람이 일일이 확인하던 구조에서, 의심 영역을 먼저 표시해 판독 순서를 다시 정하는 방식이다.
칠곡경북대병원은 유방 영상에 루닛·지니어스(암 의심 부위를 표시하는 프로그램), 뇌 영상에 제이엘케이 솔루션(뇌출혈·뇌경색 가능성을 분석하는 AI)을 적용했다. 의료진과 컴퓨터학부가 개발한 캐드에이아이-비(CadAI-B·초음파에서 결절을 자동으로 찾는 기술)는 경계와 크기를 추적해 측정 오차를 줄였다. 전국 11개 대학병원에서 공동 활용한다.
대구파티마병원의 경우, 흉부 판독 앞단에 뷰노메드 체스트 X-ray(엑스레이 이상 부위를 미리 알려주는 AI)를 배치했다. 폐결절·기흉·삼출 같은 신호를 색상 지도로 표시해 판독 시간을 단축한다. 코어라인소프트 폐암검진 AI(저선량 CT를 비교해 위험도를 계산하는 프로그램)는 이전 영상과 현재 영상을 자동 대조해 결절 성장 속도를 수치화한다. 검진센터는 재검 안내 기준이 일정해지고 추적 누락이 줄었다.
판독 기록도 디지털화됐다. 셀비 메디보이스(Selvy MediVoice·음성을 문자로 바꾸는 시스템)는 의사의 말을 문장으로 변환해 판독문 초안을 만들어 준다.
◆응급의학…예측이 만드는 골든타임
응급실에선 '먼저 알아차리는 능력'이 생긴 게 핵심이다. 칠곡경북대병원의 딥카스(DeepCARS·심정지 위험을 예측하는 AI)는 활력징후와 혈액검사, 모니터 기록을 종합해 위험 점수를 산출한다. 단계가 올라가면 신속대응 관리실 RRT(중증 악화를 막는 전담팀)에 자동 전달돼 병동 방문과 처치가 앞당겨진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은 물류 체계를 자동화했다. 배송로봇 움실이(검체 이송 로봇)와 웅국이(약품 운반 로봇)가 한 달 800건 이상 이동을 대신한다. 승강기 호출과 도착 알림을 스스로 처리해 야간에도 동일한 속도가 유지된다.
영남대병원 한 의료진이 파스타 앱에 기록된 혈당 수치를 살펴보고 있다.<영남일보 DB>
◆간호·병동…일상을 지키는 디지털 규칙
대구가톨릭대병원의 보이스 이엔알(Voice ENR·음성 기반 전자 간호기록)은 환자 팔찌와 약품 바코드를 인식해 투약·채혈·수혈 기록을 즉시 저장한다. 수혈과 항암제처럼 위험도 높은 절차엔 이중 인증을 적용, 근접오류(사고 직전 단계)를 차단한다.
병실 안내는 전자 네임태그로 전환돼 개인정보 노출을 최소화했다. 스마트 약국 캐비닛(처방된 약만 열리는 자동 약품함)은 마약류와 냉장약을 구분 관리하고, 재고와 유효기간을 자동 갱신한다.
◆예방·관리…경험에서 데이터로
AI 활용은 진단을 넘어, 일상 관리로 확장되고 있다. 대구파티마병원의 뷰노메드 본에이지(뼈 사진으로 성장 나이를 계산하는 AI)는 손목 X-ray를 분석, 골연령과 예측 성장키를 산출한다. 결과는 표준 성장 곡선과 함께 제공돼 성조숙증·성장 지연 치료 시점 결정에 요긴하게 활용된다.
만성질환 관리에선 영남대병원의 CGM 서비스 파스타(채혈 없이 24시간 혈당 측정 시스템)가 쓰인다. 식사·운동·수면과 혈당 변화를 연결해 위험 구간을 그래프로 보여준다. 외래 중심 진료가 일상 관리로 넓어지는 구조다.
데이터 활용이 늘면서 '데이터 주권(병원이 자체 데이터를 스스로 관리할 권한)'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북대병원의 '소버린 AI(병원이 직접 설계하는 인공지능)' 전략은 지역 환자 특성을 반영한 모델 구축이 목표다. 응급실 중증도 분석 국가 과제는 병원 간 정보를 연계해 이송 우선순위를 계산하는 시도다.
AI는 도구지만, 적용 방식에 따라 의료의 결이 확 달라진다. 예방과 관리, 운영 전반으로 범위가 넓어지면서 데이터를 다루는 기준이 지역 의료 품질을 결정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AI에 관심이 많다는 영남대병원 A 교수는 "AI는 의사의 결정을 대신하기보다 선택지를 넓혀 주는 나침반에 가깝다"며 "지역 병원이 자체 데이터를 제대로 축적하고, 검증 체계를 제대로 갖출 때에 비로서 그 기술이 환자 안전으로 연결된다"고 했다. 이어 "속도 경쟁에만 치우치면 오류가 커질 수 있다. 임상 경험과 알고리즘을 함께 검토하는 '이중 안전망'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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