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체험, 영남이가 간다] “설날엔 떡국이죠”…‘사랑해밥차’가 나누는 ‘정(情)’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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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2-12 16:47  |  수정 2026-02-12 20:01  |  발행일 2026-02-12

설 명절(17일)을 앞둔 12일 오전 9시, 대구 두류공원 인근에 위치한 무료급식소 '사랑해밥차' 현장은 이미 분주했다. 명절이면 더 서글퍼지는 외로운 노인들에게 따뜻한 떡국 한 그릇을 대접하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모였다. 영남일보 취재진도 오늘 하루 국자를 들고 그 틈 속으로 들어갔다.


12일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운영된 무료급식소 사랑해밥차 현장에서 최시웅 기자가 배식을 앞두고 떡국 떡을 손질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12일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운영된 무료급식소 '사랑해밥차' 현장에서 최시웅 기자가 배식을 앞두고 떡국 떡을 손질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시키지 않아도 돌아가는 일사분란함


이날 무료급식소 현장에 모인 자원봉사자는 약 40명. 누가 어떤 일을 맡을지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지만, 사람들은 알아서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식재료를 나르고, 거대한 솥을 걸어 올리는 모습은 일사불란했다. 기자는 눈치껏 떡국 떡을 포장지에서 꺼내는 일을 했다. 스탠리스 소재로 된 큰 통에 떡을 쏟아낸 뒤 포장지를 쌓아두자 어디에선가 불쑥 손이 나타나 쓰레기를 모조리 수거해갔다. 통에 담긴 떡은 또 누군가가 가져간 후 물을 부어 불리기 시작했다.


떡 준비를 마치자, 이번엔 손에 식칼이 쥐어졌다. 떡국 고명으로 올릴 고기 손질을 하라는 것. 살짝 해동된 소고기를 다지다 보니 허리가 저려왔다. 손아귀 힘도 슬슬 떨어졌다. 바로 곁엔 20년 가까이 이곳에서 일해온 베테랑 봉사자가 여유롭게 웃으며 신참내기 봉사자와 대화를 나눴다.


어린 학생들의 서툰 손길도 분주히 움직였다.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6학년인 두 자녀와 함께 온 이경진(40·동구 율하동)씨는 "아이들 학교 봉사시간을 채워주고 싶어 시작했다. 되도록 '노동'의 참된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봉사를 경험시켜주고 싶었다"며 "오늘로 세 번째 봉사활동인데 막상 현장을 겪은 아이들이 먼저 나서서 오자고 하더라"며 웃어 보였다.


12일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운영된 무료급식소 사랑해밥차 현장에서 최시웅 기자가 배식을 앞두고 대형 가마솥에 끓고 있는 떡국 국물을 조리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12일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운영된 무료급식소 '사랑해밥차' 현장에서 최시웅 기자가 배식을 앞두고 대형 가마솥에 끓고 있는 떡국 국물을 조리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봉사자가 든든해야 정(情)도 나간다


본격적인 조리 준비가 한창이던 오전 10시, 잠시 일손을 멈춘 봉사자들에게 뜨거운 김이 오르는 어묵탕이 배달됐다. 이들은 "우리부터 배가 든든해야 어르신들께 웃으며 떡국을 드릴 수 있다"고 했다. 뜨끈한 어묵탕 한 그릇은 현장의 나눔 온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한숨 돌린 봉사자들은 다시 앞치마 끈을 조여 맸다. 기자는 이번엔 밥차에 직접 올라 떡을 삶았다. 떡이 한가득 담긴 무거운 통을 수차례 들었다 놨다 하는 통에 팔과 손목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떡이 너무 퍼졌다"며 핀잔을 듣는 바람에 잠시 위축되기도 했다. 바쁜 현장 분위기는 쓸데없는 감정을 금세 씻어내게 했다.


봉사자들 곁엔 어느새 기다란 배식 줄이 형성됐다. 11시50분이 되자 배식이 시작됐다. 통상 1천명 정도 사랑해밥차에서 끼니를 해결한단다. 설날 같은 특별한 날엔 평소보다 많은 어르신이 찾는다. 이날은 1천200인분 식사를 준비했다.


12일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운영된 무료급식소 사랑해밥차 현장에서 최시웅 기자를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이 취약계층에게 떡국과 반찬을 배식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12일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운영된 무료급식소 '사랑해밥차' 현장에서 최시웅 기자를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이 취약계층에게 떡국과 반찬을 배식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최영진 사랑해밥차 대표는 "오늘은 설날이라 떡국을 준비했다. 떡국 한 그릇에 기뻐할 사람들을 생각하며 봉사자들 모두가 힘을 내고 있다"며 "설 당일(17일)은 쉬는 대신 오늘과 다음주 목요일(19일)에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몰릴 것으로 보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밥차라는 거대한 톱니바퀴는 누군가의 '자발적인 선의'에 이끌려 돌아가고 있었다. 물론 거기엔 고된 노동도 뒤따른다. 떡이 퍼졌다고 핀잔을 듣는 신참내기 봉사자도, 10년을 하루같이 자리를 지킨 베테랑도 결국은 1천200인분의 무게를 함께 짊어진 현장의 일원이었다. 설날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하지만 그 온기를 완성하는 건, 결국 서로의 배고픔을 살피는 배려의 손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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