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논설위원
제러미 벤담의 공리주의 하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경구가 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하지만 이게 한편으론 함정이다. 공리를 '이익을 공유하는' 뜻의 공리(共利)로 왜곡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리주의를 사회주의 사상으로 오인한다. 전혀 아니다. 정확한 표기 공리주의(功利主義)는 개인의 이익과 공명을 추구하는 경향을 말한다. 지극한 자본주의이자 개인주의적 사유(思惟)다. 행위의 옳고 그름은 인간의 이익과 행복·쾌락을 늘리는데 얼마나 기여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게 공리주의의 핵심 개념이다.
오래된 명화는 반복해서 봐도 질리지 않는다. 영화 '졸업'을 다섯 번 본 건 순전히 주옥같은 삽입곡 때문이다. 사이먼과 가펑클의 'Scarborough Fair'는 애청곡이자 애창곡인데 한동안 스카브로 페어를 미국에 있는 시장으로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영화 OST인데다 미국 남성 듀오가 불렀으니까. 하지만 스카브로 페어는 중세 말 영국 요크셔 스카브로에서 열렸던 여름철 임시 시장이다. '스카브로 페어'는 잉글랜드 구전 민요를 사이먼과 가펑클이 리메이크한 곡이다.
색즉시공(色卽是空)은 오해가 많은 언어다. 반야심경에 나오는 심오한 글귀로 '유형의 만물은 일시적일 뿐 그 실체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흔히 색즉시공의 색(色)을 '형체'가 아닌 '색정(色情)'의 색으로 인식한다. 2002년 개봉한 코믹 에로 영화 '색즉시공'이 의미 왜곡의 빌미를 제공했을 법하다.
대원군을 흥선군 이하응으로만 알고 있는 것도 착각이다. 대원군은 왕의 친자가 없어 방계(傍系)로 왕위를 계승할 경우 임금의 생부에게 주는 존호(尊號)다. 조선 시대엔 고종의 아버지 흥선대원군 말고도 3명의 대원군이 있다. 선조의 친부 덕흥대원군, 인조 아버지 정원대원군, 철종의 친부 전계대원군이다.
기실 우린 의외로 오인(誤認)하거나 오기(誤記)하는 게 많다. 예컨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제목 탓인지 오페라로 착각하고, 조만간 열릴 축구 경기를 예고하며 "상암 대첩"이라 말한다. 대첩(大捷)은 '크게 이긴다'는 뜻이니 이땐 대전(大戰)이라 해야 한다. 여자 이름 드니스(Denise)와 남자 이름 데니스(Denis)를 가리지 않고 "데니스"라 읽어선 곤란하다. 조안(Joan)을 존으로 통칭하면 남자 이름 존(John)과 구분할 수 없다. '호주 출신 소프라노 조안 서덜랜드'로 표기하는 게 맞다.
'타이스의 명상곡'이란 표현을 보편적으로 써다 보니 타이스를 작곡가로 잘못 알기도 한다. 프랑스 작곡가 마스네의 오페라 '타이스' 중에서 명상곡이다. 고흐의 유사한 두 개의 작품 '별이 빛나는 밤'과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도 헷갈릴 소지가 농후하다. 영국 여류작가 셸리의 괴기소설 '프랑켄슈타인'에서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만든 과학자인데도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인 줄 오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인터넷엔 '묘령의 남성'이란 얼토당토 않은 구절도 나온다. 묘령을 '나이를 알 수 없는' 뜻으로 곡해한 것이다. 묘령(妙齡)은 스무살 안팎의 꽃다운 여자 나이로 방년(芳年)과 같은 말이다. '탐스럽다' '푸짐하다'는 뜻의 소담스럽다는 '소박하고 아담하다'는 의미로 자주 오용된다. 나르시시스트, 복불복, 삼수갑산도 틀리기 쉬운 단어들이다.
베트남 호치민과 사이공, 중국의 조려영과 자오리잉은 같은 도시, 같은 배우다. 하지만 흔히 착각한다. 그래도 소소하고 유쾌한 오인이다. 극우들의 보수 참칭에 비하면. 논설위원
공리주의 자본주의적 思惟
영국 요크셔 스카브로 페어
대원군은 임금 생부의 존호
'소담스럽다' 딴 의미로 오용
극우 보수 참칭 착각의 발로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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