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케이블카는 1985년에 개통했다. 1.2㎞ 선로를 따라 6인승 캐빈 24대가 40초 간격으로 자동 왕복 순환한다.
주차장에 차가 3대다. 평일 낮이어서인지 한산하다. 저기 외벽을 돌로 촘촘히 치장한 건물이 팔공산 케이블카 하부 정류장이다. 알전구를 드리운 키 큰 낙엽수들과 어우러진 모습이 복고적인 산장 느낌이다. 단풍잎은 빨갛게 쪼그라든 채 팔락거리는데 목련은 벌써 꽃봉오리를 잔뜩 매달았다. 꽃봉오리 사이로 노란 캐빈이 빼꼼 산듯하다. 입춘이 지났으니 봄이다.
케이블카 정류장은 외벽을 돌로 촘촘히 치장한 모습이다. 알전구를 드리운 키 큰 낙엽수들과 어우러져 복고적인 산장 느낌이 난다.
◆ 팔공산케이블카
하부 정류장의 해발은 470m, 상부 정류장은 해발 820m다. 둘을 잇는 1.2㎞ 선로를 따라 6인승 캐빈 24대가 40초 간격으로 자동 왕복 순환한다. 캐빈은 스키장에서 흔히 보는 투명 창문 달린 곤돌라 형태이고 선명한 노랑이다. 팔공산 케이블카는 바람이 초속 15m이상이면 운행을 중단한다. 작은 모니터에 오늘의 날씨가 떠 있다. 오늘은 구름이 많고, 바람의 속도는 초속 5-10m다. "문은 자동으로 닫힙니다." 캐빈은 박차를 가하듯 성급히 속력을 내다가 구내를 빠져나오자마자 차분해진다. 그때부터 가까이 내려다보이던 지면이 점점 멀어지고, 이윽고 흡 호흡을 멈출 만큼 급격히 고도가 높아진다. 캐빈 양 옆에 루버창이 있다. 바람은 느껴지지 않지만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감각은 선명하다. 지금 캐빈의 속도는 초속 4m정도다.
팔공산 케이블카는 1985년에 개통했다. 당시에는 케이블카가 지금처럼 많지 않아 이곳은 금세 큰 인기를 끌었고 덕분에 주변은 식당과 호텔이 즐비한 관광단지가 됐다. 관광단지를 등지고 오직 산과 하늘만 바라본다. 그러다 아래로 잠깐, 좁은 등산로에 한눈을 판다. 하부 정류장에서 멀지 않은 탑골에서 깔딱고개 지나 상부정류장까지 이어지는 길을 '케이블카등산로'라고 한단다. 총 1.4㎞의 부담 없는 거리에 계단 많은 길이다. 그래서 케이블카 편도 승객도 많은 편이라 한다. 맞은편에서 캐빈이 다가온다. 흐린 창속으로 장년의 부부가 보인다. 또 캐빈이 다가온다. 젊은 아가씨들이다. 모두 함박웃음이다. 나무늘보 같던 내 입 꼬리가 씨-익 올라간다. 확실은 웃음은 전염된다. 5분여 만에 상부 정류장에 도착한다.
지극하면 이루어진다는 소원바위. 갓바위, 동화사와 함께 팔공산 3대 소원 성취 명소다. 자연적으로 떨어진 동전은 어려운 이들을 돕는데 쓰인다고 한다.
상부 정류장 옆에 대구 시내방향 전망대와 포토 존이 있다. 공중부양 국수 조형물은 솔마루 식당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인 '플라잉 메밀'이다.
◆ 소원바위, 러브가든, 솔마루 식당
상부 정류장은 팔공산 신림봉에 자리한다. 1층은 승강장, 2층은 식당 '솔마루'다. 건물을 중앙에 두고 계단과 데크가 360도 이어져 있다. 산 아래보다 평균기온이 10도 정도 낮다는데 당장 손끝이 얼얼하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바람을 뚫고 먼저 소원바위를 찾는다. 갓바위, 동화사와 함께 팔공산 3대 소원 성취 명소 중 하나로 '지극(至極)하면 이루어진다'는 바위다. 바위는 빼곡 붙여진 동전으로 곰보다. 테이프나 접착제로 붙여 놓은 동전도 있다. 이렇게라도 해서 이루고 싶은 간절한 소원이었겠지. 자연적으로 떨어진 동전은 어려운 이들을 돕는데 쓰인다고 한다. 볕 잘 드는 사면에 동전을 올려둔다. 소원도 빈다. 지극하게.
전망대와 포토 존이 여럿이다. 올라 온 방향의 전망대에 서 본다. 광광단지가 내려다보이고, 원래 대구 시내가 아련히 펼쳐져야 하지만 오늘은 온통 안갯빛이다. 안개도 없는데 안갯빛이어서 첩첩 산마루금과 이따금 번쩍이는 모를 것들이 몽환적이다. 전망대 옆에 공중부양 국수 조형물이 있다. 솔마루 식당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인 '플라잉 메밀'이다. 젓가락으로 집어올린 메밀 면이 공중에 떠 있는 모습인데 독특한 모양 탓에 인기가 많다.
사랑터널. 녹슨 자물쇠와 빛바랜 쪽지들이 주렁주렁 걸려 있다. 건물은 케이블카 상부 정류장으로 2층은 식당이다.
사랑터널을 지나 아래로는 러브가든이 이어진다. 꽃그늘 정자와 솔향기 정자, 사랑의 자물쇠 포토 존, 케이블카 뷰 전망대를 지나 피톤치드 쉼터까지 130m의 산책로다.
또 바로 옆에는 자물쇠와 쪽지가 주렁주렁 걸린 '사랑터널'이 있다. 터널을 지나 아래로는 '러브가든'이 이어진다. 꽃그늘 정자와 솔향기 정자, 사랑의 자물쇠 포토 존, 케이블카 뷰 전망대를 지나 피톤치드 쉼터까지 130m의 산책로다. 눈이 내리면 눈꽃터널이 만들어진단다. 수백은 될 것 같은 녹슨 자물쇠와 빛바랜 쪽지들, 오래된 사랑들이 거센 바람에도 흔들림 없다. 필요를 초월하는 것, 일견 무익하게 생각되는 것들이 언제나 마음을 들뜨게 한다.
꽁꽁 얼어버린 손을 녹이려 솔마루 식당으로 들어선다. 창 너른 전망 좋은 식당이다. 가운데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광장 같은 홀에 두 테이블, 다섯 손님 뿐이다. 연설과 같은 말들과 소곤대는 대화가 똑같이 광광 울린다. 마치 울림통 안에 들어앉은 듯하다. 소곤소곤 사이로 웅웅 바람소리가 끼어든다. 거침없다. 바람은 앙상한 수목의 모가지를 쥐고 흔드는 걸로도 모자란 듯 창을 두들긴다. 창틀 그림자가 누웠다가 사라지고 다시 누웠다가 사라진다. 그림자 덕분에 구름이 지나가고 있음을 안다.
신림봉 정상석을 대신하는 돌아저씨를 지나 오르면 해발820m 전망대다. 이곳에서 동봉으로 길이 이어진다.
해발820m 신림봉전망대. 눈앞에 낙타봉이 짙다. 멀리 방송 중계탑이 서 있는 곳이 팔공산 정상인 비로봉이다. 좌우로 서봉, 톱날능선, 동봉, 염불봉이 이어진다.
◆ 해발 820m, 신림봉전망대
신림봉 정상석을 대신하는 돌아저씨를 지나 전망대에 오른다. 눈앞에 낙타봉이 짙다. 멀리 방송 중계탑이 서 있는 곳이 팔공산 정상인 비로봉이다. 비로(毘盧)는 '두루 빛을 비추는 자'라는 의미로 최고의 부처를 의미한다. 옛날에는 비로봉 아래에서 나라의 태평과 백성의 평안을 위해 하늘에 제를 올렸다. 아스라하다. 그 왼쪽으로 서봉인 삼성봉과 톱날능선이 이어지고, 그 동쪽으로 동봉인 미타봉과 염불봉이 이어진다. 비로봉과 동봉이 부옇다. 눈인가. 며칠 전의 눈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일지 모른다. 조선 전기의 학자 서거정은 대구에서 가장 경치가 빼어난 10곳을 칠언절구 한시로 읊었는데 그 중 아홉 번째가 '팔공산에 쌓인 눈'이다. '천길 팔공산 층층이 험준한데/ 쌓인 눈 하늘 가득 이슬처럼 맑구나./ 신사에 신령님 계심을 알겠거니/ 해마다 서설 내려 풍년을 기약하네.' 저 부연 것이 서설이면 좋겠다.
팔공산은 비로봉을 중심으로 좌우로 날개를 펼친 봉황의 모습이라 한다. 신림봉은 봉황의 자궁 자리에 위치한다. 신림봉에는 코끼리, 고인돌, 달마 모양의 세 바위가 있는데 이를 봉황의 알이라 한단다. 그래서 팔공산은 봉황이 알을 품은 '봉황포란'의 형상이라 한다. 무엇이 코끼리인지 고인돌인지 모르겠지만 알 가운데 함께 안겨 있으니 부화의 순간을 상상하게 된다. 달마바위는 기억한다. 이곳에서 동남쪽 아래 100m 지점에 우뚝 서 있는 괴석이다. 1989년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의 마지막 부분에서 젊은 승려 기봉이 동트는 하늘을 응시하며 딛고 섰던 바로 그 바위다. 신림봉 정상에서 기봉스님처럼 하늘을 올려다본다. 오한이 곧장 심장으로 치닫는다. 시원하다. '6개월 이내 재방문하면 20% 할인'이라는 문구를 본다. 주머니 속에 찌그러져 있던 티켓을 꺼내 쓱쓱 편다.
글·사진=류혜숙 전문기자 archigoom@yeongnam.com
>>여행정보
대구국제공항을 기점으로, 공항 앞 불로삼거리에서 팔공로 따라 계속 직진, 백안삼거리에서 좌회전해 팔공산로를 타고 동화시설집단지구까지 가면 된다. 자동차극장 정문 맞은편 편의점과 나사리 식당 사이 길로 올라가면 케이블카승강장과 주차장이 있다. 대중교통 이용 시 지하철1호선 아양교역에 내려 2번 출구로 나간 뒤 급행1번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면 된다. 2월 운행시간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며 케이블카 요금은 대인 왕복 1만4천원, 편도 1만1천원, 어린이(48개월-초등학생) 왕복 8천원, 편도 5천500원, 경로·유공자·장애인 왕복 1만2천원, 편도 8천원이다. 주차는 무료다. 오는 설 연휴 동안에는 17일 명절 당일만 12시30분부터 5시30분까지 단축 운행한다. 날씨와 점검 등으로 운행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홈페이지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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