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도와드릴까요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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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2-15 10:18  |  발행일 2026-02-15

얼마 전 카페에서 본 광경이다. 그곳은 무인 정보 단말기인 키오스크로만 주문할 수 있는 카페였다. 80대쯤 되어 보이는 분이 키오스크에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아이스커피를 주문했다. 요청한 커피가 나오는 동안 휴대전화를 열심히 보던 그분은 커피가 나오자 한 모금 마시더니 씩씩한 걸음으로 목적지를 향해 갔다.


그분을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났다. 2년 전쯤 초밥집에서 처음으로 키오스크 주문을 하면서 한 실수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가서 초밥 2인분을 시켰는데 3인분이 나왔다. 황당해서 직원에게 물으니 3인분을 주문했다고 했다. 얼른 키오스크 주문 내역을 살펴보니 나의 실수였다. 아직 키오스크에 익숙하지 않았던 터라 3번 터치한 것을 몰랐던 것이다. 과거 내 모습을 떠올리니 그 어르신의 스마트한 행동이 멋스러워 보였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카페와 식당은 물론 은행, 터미널 등에서도 키오스크의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키오스크는 손님이 직접 화면을 눌러가며 필요한 음식을 주문하거나 요구사항을 진행해야 한다. 디지털 문화가 몸에 밴 젊은 세대는 빠른 주문과 결제에 이를 선호하지만, 첨단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에게는 터치스크린 방식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조작이 쉽지 않아 진땀을 빼다가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시도해 보려고 하면 뒤에 줄 선 이들의 따가운 시선을 참아내야 한다. 아직 50대인 기자도 키오스크를 사용할 때마다 매장 따라 조금씩 다른 작동법에 긴장을 하는데 디지털 문화에 취약한 노인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실제 노년층 60% 이상이 키오스크나 스마트기기 등의 이용에 불편함을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최근 키오스크 등 디지털 기기가 급속도로 늘면서 지자체와 복지관 등에서 노령층을 위한 키오스크 주문, 스마트폰 사용 등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지만, 여전히 많은 노년층이 이들 기기의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데 있어 선택 항목이 어렵고 속도가 늦다 보니 뒷사람의 눈치가 보인다는 호소가 많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로, 처음으로 20%를 돌파하면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이들 중 상당수가 디지털 소외라는 새로운 형태의 차별을 겪고 있다. 디지털 기기의 저변 확대를 막을 수는 없지만, 노인들도 이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적, 기술적 배려가 요구된다.


키오스크 사용에 두려움이 없던 어르신이 나가고 30분쯤 뒤 60대 어르신이 카페에 들어왔다. 커피를 주문하려는데 카페 주인이 계속 주문받은 커피만 만들고 있자 다른 손님이 "이곳은 키오스크로만 주문하는 카페"라고 설명해줬다. 당황해하며 커피 주문을 포기하고 나가려는 어르신을 카페 주인이 불러 세웠다. "밀린 커피 주문이 많아서 손님 온 걸 미처 못 봐서 죄송합니다"라며 주문을 받았다. 키오스크에 익숙하지 않은 이를 배려하는 주인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노년층이 디지털 세상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는 적절한 교육 기회 마련도 시급하지만, 이보다 더 필요한 것은 카페 주인과 같은 배려일지도 모른다. 디지털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도와드릴까요" "같이 해볼까요"라는 관심과 도움이 디지털기기의 일상화 속에서 노년층이 소외와 차별 받는다는 인식을 줄이는 방법이 될 것이다. 나이 드는 게 더는 장애가 되는 세상이 되지 않길 바란다. 김수영 콘텐츠&사회공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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