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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TK) 행정통합 특별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결집하지 못하고 오락가락하는 지방의회의 형태가 빈축을 사고 있다. 그동안 추진됐던 TK 통합이 차례로 무산된 데에는 지방의회의 '딴지걸기' 영향이 컸다는 지적이다. 행정통합에 대한 합리적 논쟁과 합의, 최선안 도출이란 상식적 절차를 밟기보다 '이해 관계에 따른 발목잡기'에 치중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그래서 나온다.
25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를 폐지·설치 또는 나누거나 합칠 때 관계 지방의회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구역 및 명칭을 변경할 때도 지방의회 의견을 듣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대사를 결정하고 추진할 때 지방의회 의견을 듣도록 한 것은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지역민의 대표인 지방의회를 존중한다는 의미다.
또 이번 TK 행정통합 추진처럼 속도감 있게 절차가 진행될 때는 지방의회 의견 청취를 통해 주민투표를 대신하고 민주적·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TK 행정통합 과정에서 지방의회는 시도민을 위한 결단력과 단결력을 끝내 보여주지 못했다. 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는 통합추진의 가장 중요한 길목에서 번번히 찬물을 끼얹었다.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시의회가 찬성하면 도의회가 반발하고, 도의회가 동의하면 시의회가 반대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대구와 경북은 민선 7기부터 전국 최초로 광역 지방정부 간 행정통합 논의를 시작했다. 2024년 10월엔 당시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행정안전부장관, 지방시대위원장이 정부 서울 청사에서 대구경북 통합을 위한 공동 합의문에 서명도 했다. 당시 합의문에는 △대구시·경북도 폐지 후 수도에 준하는 위상의 통합자치단체(대구경북특별시) 출범 △대구경북특별시의 '통합 발전 전략' 마련 △권역별 특색 있는 성장 및 북부지역 발전 대책을 담아 현재 추진 중인 지역내 균형발전 통합안과 유사했다.
같은해 12월, 대구시는 행정통합에 대한 시의회의 동의를 받은 반면 도의회의 동의는 전제되지 못했다. 이는 결국 TK 통합이 장기과제로 전환되는 한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당시 통합 추진 방식과 일정, 내용 등을 두고 경북도의회의 반발은 이어졌고, 주요 당사자간 합의는커녕 갈등만 깊어지는 양상이 벌어졌다. 올해 초 정부가 행정통합 인센티브안을 내놓으면서 급물살을 타게 된 이번 통합은 시의회에서 지난 23일 'TK 통합 졸속 추진 규탄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흐름에 변수가 됐다.
앞서 경북도의회가 TK 통합 찬성 의견을 제출해 지역사회에서 "행정통합을 위한 큰 산 하나를 넘었다"는 반응이 나온 지 불과 1달 만이다. 시의회 규탄 성명서는 결국 TK통합 특별법 처리 보류의 빌미가 됐다.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체회의에서 광주·전남 통합 특별법만 처리했다. 이를 두고 대구시의회의 반대 성명이 민주당에 TK 통합 특별법 보류의 명분을 제공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지방의회가 행정통합에 대해 비판이나 신중한 입장을 표명할 수 있지만, 대구시의회의 행보는 시기와 전략 면에서 상당히 부적절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대구경북통합발전시도민추진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상걸 경북대 교수(의대)는 "대구시의원들이 스스로 통과시킨 통합안을 이제 와서 부정한다는 것이 선뜻 이해가 안 된다"며 "시의회가 주장하는 의원 정수 등 일부 문제점들은 협상의 영역이고, 특별법도 꾸준히 보완할 수 있는데, 시의회가 굉장히 민감한 시기에 뒤늦은 반발을 하고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하혜수 경북대 교수(행정학) 역시 "시의회에서 처음부터 반대를 했으면 모르겠지만 특별법 처리가 거의 다 된 와중에 갑자기 반대하는 성명을 낸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선출직이라면 시민과 지역의 미래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데 정말 안타깝다. 반대를 하더라도 유력한 대안을 제시해 시·도민을 설득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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