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신문에서 '대한민국 생존도시 지도'라는 그래픽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감사원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만든 자료인데, 저출산·고령화가 '훗날' 인구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해 시각화한 것이다. 여기서 '훗날'은 오는 2047년. 검색을 통해 다시 이 지도를 봤다. 섬뜩하다. 21년 후 대한민국 지도에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는 눈에 익은 지명만이 드문드문 남아있고, 대부분 비어있어서다. 무엇보다 가슴이 아리는 것은 대구경북이다. 대구·포항·구미를 빼곤 모두 비어있다. 사실상 '소멸'인 것. 오랜 세월 농·어업 공동체의 뿌리였던 곳들이다. 젊은이의 대도시 유출을 비롯해 일자리 급감, 고령화 가속이 맞물려 '텅 빈 마을'은 이미 흔한 풍경이 됐다. 예삿일이 아니다. 이 지도는 예측일 뿐이다. 하지만 소멸의 악순환을 끊지 못하면 지도 위 공백은 더 넓어질 일만 남았다.
대구경북 인구의 반전(反轉)을 노릴 타이밍이 왔다. 작금 지역의 최대 화두인 '행정통합'이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대구경북행정통합특별법이 지난주 뜻하지 않게 제동이 걸렸지만, TK 정치권의 합심으로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천금같은 기회다. 어떻게든 잡아야 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말마따나, 행정통합은 지방(인구) 소멸을 막기 위한 우리 모두의 절박한 사명이다.
대구경북통합특별시가 탄생한다면 과연 생존도시 지도는 바뀔 것인가. 통합특별시라는 '레떼르'만으론 바꾸기 어렵다. 경북의 인구 소멸을 멈추거나 속도를 늦추지 못한다면 통합특별시는 단순한 '1+1(합산)'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면 통합특별시는 수도권 일극을 허무는 강자(強者)가 될 수 있다. 행정통합이 행정지도만을 바꾸는 게 아니라 미래의 인구지도까지 바꾸는 방향이어야 하는 이유다. 경북 시·군에서도 아이가 얼마나 많이 태어나는 가, 젊은이가 얼마나 많이 살고 있는 가 등으로 증명돼야 한다.
대구경북행정통합시대, 경북의 '생존지도 빈 곳'을 채우는 전략이 절실하다. 우선, 대기업을 유치해야 한다. 공장 하나가 아니다. 젊은이들이 인생의 든든한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앵커산업이어야 한다. 때맞춰 추진중인 2차 공공기관 이전은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그 의지와 계획을 확고부동하게 실천해야한다. 수도권 기득 세력이 어떤 딴지를 걸어도 말이다. 아울러 대구경북통합특별시는 영양가 있는 공공기관 유치를 위해 주도면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일자리를 위해 경북을 떠났던 젊은이와 수도권 젊은이를 이 곳으로 불러 정착시키는 길이다.
의료 격차도 줄여야 한다. 분만·소아·응급이 불안한 지역엔 사람이 떠날 수밖에 없다. 경북 북부지역엔 국립대 의과대 신설이 급하다. 대학은 지역 정주(定住)를 이끄는 플랫폼이 돼야 한다. 안정된 지역 취업 루트를 만들지 못하면 청년 유출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문화·여가 환경도 확충해야 한다. '살기 좋은 도시'는 '금·토·일요일'에 달려 있다. 주말을 즐길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인구 소멸 극복'은 경북도의 주요 시책 가운데 하나다. 무엇보다 '저출생과의 전쟁'은 시그니처급이다. 이 도지사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저출생 전담 조직(저출생극복본부)을 만들었다. 주거·출산·양육을 패키지로 묶었다. 그 결과, 경북 출생아가 9년 만에 소폭 늘었다. 출산율도 반등의 조짐을 나타냈다. 통합특별시가 출범한다면 '저출생 전담 부서'는 존치시키는 게 옳다. 거듭 강조한다. 행정통합시대, 지속 가능한 인구 구조를 형성해야 한다.
이창호 경북본사 본부장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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