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소상공인 실패에서 배운다] 제조업 파산 딛고 식당 인수… 60대에 재창업 도전

  • 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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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3-02 18:45  |  발행일 2026-03-02
<3> 대구백화점 식당가서 ‘도원예찬’ 운영하는 곽상헌 대표
조선소 일용직 거쳐 재기 성공, 2년 내 공장 설립 목표
대구백화점 식당가서 도원예찬 운영하는 곽상헌 대표가 인터뷰 중이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대구백화점 식당가서 '도원예찬' 운영하는 곽상헌 대표가 인터뷰 중이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대구백화점 식당가서 도원예찬 운영하는 곽상헌 대표가 매장 카운터를 보고 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대구백화점 식당가서 '도원예찬' 운영하는 곽상헌 대표가 매장 카운터를 보고 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오랜 기간 사업을 하다 보면 개인 역량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외부 변수를 마주하게 된다. 경기 침체와 산업 구조 변화, 거래 환경의 불안정성은 한 개인의 노력과 무관하게 사업에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


대구백화점 프라자점 11층에서 한식당 '도원예찬'을 운영 중인 곽상헌(64)씨는 제조업과 요식업을 모두 경험한 자영업자다. 그는 사업 확장과 파산, 재창업 과정을 거쳤다. 업종은 달라졌지만 그의 경영 기준은 변하지 않았다. 사람을 우선에 둔다는 점이다.


◆ 일어설 수 있었던 힘 '가족'


곽씨는 30대부터 제조업에 몸담았다. 1999년부터 2013년까지 제조업체를 운영하며 섬유기계 부품 가공을 시작으로 자동차 부품, 굴삭기 부품 가공까지 영역을 넓혔다. 현장에서 기술을 쌓아온 그는 엔지니어로서의 자부심이 컸다.


그는 전성기를 2008년도 무렵으로 기억했다. 대구 달성군 다사읍에 건물을 세울 정도로 사업은 번창했다. 직원도 많았을 때는 16명에 달했고 거래처도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여러 곳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와 맡길 정도였습니다. 대기업에도 납품했어요.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외부 환경 변화는 피할 수 없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제조업 전반이 흔들렸다. 특히 어음 중심 거래 구조는 거래처 부실이 곧 연쇄 타격으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결국 그는 파산을 신청했고 2014년 파산면책 결정을 받았다. 공장과 건물도 정리해야 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세계경제 위기를 여러 번 겪었습니다. 결국 부도라는 결과 앞에서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업은 정리됐지만 가장으로서의 책임은 남아 있었다. 당시 그는 다섯 자녀의 아버지였다. 그중 늦둥이 두 자녀는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이었다.


"옆을 돌아볼 여력도 없었고 주저 앉아 있을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앞만 보고 달려나가야 했어요."


결국 그는 2016년 경남 거제도의 한 조선소에서 일용직으로 근무했다. 제조업 대표에서 현장 노동자로 위치가 바뀌었지만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선택이었다.


힘든 시기 가족은 그의 버팀목이었다. 자녀들은 아르바이트로 가계에 보탬이 됐다.


"자녀들이 학생 신분이었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며 함께 뛰어줬습니다. 그게 가장 큰 힘이 됐습니다. 힘든 시기 가족들이 옆에서 위로해주고, 때로는 눈물 섞인 술잔을 함께 기울이며 버텼습니다. 그렇게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 제조업에서의 노하우 요식업으로


제조업 시절 경험은 이후 업종 선택에도 영향을 줬다.


곽씨를 가장 힘들게 했던 요소 중 하나는 '어음' 거래였다. 대금 회수의 불확실성은 사업 안정성을 위협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현금과 카드 결제가 중심인 요식업을 선택했다. 초기 자본 부담이 제조업보다 적다는 점도 현실적인 판단이었다.


2025년 8월 8일 대구백화점 프라자점 식당가의 '도원예찬'을 인수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가정에서는 라면 정도만 조리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학원을 다니고 배우자에게 배우며 준비했습니다."


음식점인 만큼 주방장 채용 과정도 신중했다. 제조업 시절의 관리 경험이 반영됐다. 지원자에게 3일간 근무하며 직원들에게 음식을 선보이도록 했다. 직원들이 맛을 인정하면 채용하는 방식이었다. 근무 기간 급여는 전액 지급을 원칙으로 했다.


운영 방식에도 노하우가 발휘됐다. 과거 제조업은 '남성'을 상대하는 반면 요식업에선 '여성'을 상대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었다. 그는 배우자에게 매장 내부 관리를 맡겼고 본인은 세무·영업·백화점 지침 대응·홍보 등 외부 업무를 담당했다.


또 5일에 한 번씩 직원들과 회의를 열어 손님 응대 기준을 공유하고 있다. 과도한 친절보다는 '자연스러운 응대'를 원칙으로 삼는다. 음식의 맛과 함께 공간의 편안함을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운영 방식은 직원들의 신뢰로 이어졌다. 내부에서는 "보기 드문 사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매출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인수 이전 월 2천 만원 수준이던 매출은 인수 이후 3천 만원 이상으로 상승했다. 조직 안정과 서비스 기준 정립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요식업에서도 그의 경영 기준은 유지되고 있다. 제조업 시절 부도 상황에서도 직원 임금을 우선 지급했던 원칙을 지켜왔다. 당시 함께 일했던 직원들과는 지금도 연락을 이어가고 있다.


"옛 직원들과 지금도 왕래합니다. 식당에서 단체 모임으로 오기도 합니다. 그 관계가 참 고맙고 큰 위안이 됩니다."


◆ 다시 세우는 목표


현재 목표는 도원예찬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꾸준히 찾는 매장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정성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운영이 핵심이다.


동시에 그는 제조업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오랜 기간 몸담았던 뿌리 산업에 대한 책임감과 애정이 크다. 2년 안에 자금을 마련해 다시 제조업에 도전하는 것이 목표다.


"뿌리 산업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K-방산과 K-조선도 결국 기술자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기술이 사라지면 산업도 흔들립니다. 젊은 기술 인력이 부족한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끝으로 곽 씨는 또래 연배에게 '도전'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같은 세대분들은 이미 다양한 경험과 고생을 하신 분들입니다. 다시 한번 고비를 이겨낼 자신이 있다면 어떠한 도전이든 쟁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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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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