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중구 우리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96.01포인트(1.72%) 내린 5,487.24에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지난달 24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3.63% 오른 20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김도연 영남대(경제금융학부) 교수가 인터뷰 중이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올해 재테크 시장의 중심은 단연 코스피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코스피 지수는 5,000선을 넘어 6,000선까지 돌파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지난달 27일에는 장중 6,244.13까지 오르며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상승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의 영향력도 크게 확대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하루 평균 8천191억원을 순매수해 1월(7천1억원)보다 매수 규모를 1천억원 이상 늘렸다. 개인 투자자의 매수세는 지난해 10월 이후 꾸준히 강화되는 흐름이다. 특히 지난달 코스피가 종가 기준 6,300선을 돌파하는 과정에서도 개인 투자자의 역할이 컸다.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에 나선 날에도 개인 투자자가 7조6천억원 넘게 순매수하며 지수 하락폭을 줄였다.
다만 3월 들어서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영향으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롤러코스트 장세가 연출되면서 직·간접 투자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의 주의도 요구되고 있다. 그럼에도 코스피 6,000 돌파는 한국 자본시장의 새 국면으로 평가된다. 반도체 호황과 투자환경 변화 기대가 상승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 11일 김도연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를 만나 코스피 6,000 시대의 의미를 짚어봤다.
▶코스피 6,000선 돌파했는데 경제학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나.
"주식시장이 오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기업 실적이 좋아져서 주가가 오르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투자환경이 좋아져서 시장 전체의 평가가 높아지는 경우다. 지금 한국 증시는 이 두 가지가 함께 작동했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반도체나 조선 같은 일부 산업의 실적이 좋아진 건 사실이다. 특히 반도체가 이번 코스피 상승을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정부가 자본시장 관련 정책을 내놓고 상법 개정 등을 추진하면서 한국 주식시장 투자환경이 좋아졌다는 기대도 반영됐다."
▶지금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보나.
"미래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오른 데에는 반도체 호황의 힘이 컸고, 반도체는 원래 사이클을 탄다. 지금처럼 좋다가도 내리막길을 걷는 시기가 올 수 있다. 그래서 기업 실적 측면에서는 조정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다만 투자환경 자체는 좋아진 측면이 있다. 앞으로 주가조작 등 문제를 더 엄격히 다스리고 시장 신뢰를 높인다면 한국 시장은 지금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젊은세대부터 은퇴세대까지 주식 이야기를 한다. 주식이 왜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됐다고 보나.
"일단 주가가 단기적으로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주가가 급등하면 늘 사람들이 몰린다. 코로나19 시기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때는 주식뿐 아니라 가상자산까지 함께 열풍을 탔다. 다만 체감으로는 지금이 코로나19보다 더 과열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은 많이 오른 만큼 '더 갈까'보다 '곧 떨어지는 것 아닌가' 하고 경계하는 사람들도 많다."
▶최근 미국·이란 전쟁 같은 외부 충격으로 코스피 등락폭이 크다. 이런 변동성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변동성이 심한 건 사실이다. 하루에 5%씩 오르내리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다. 시장이 짧은 시간에 급등하거나 급락할 때 변동성이 함께 커지는 현상 자체는 아주 특별한 일은 아니다. 미국도 지수가 급격하게 올라가거나 급격하게 떨어지는 경우에는 늘 높은 변동성이 따라왔다. 코스피가 급상승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변동성도 작았을 것이다."
▶글로벌 충격이 생길 때마다 한국 증시가 특히 크게 흔들린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 경제는 미국 경제의 영향을 크게 받고, 국제정치적 위험에도 많이 노출돼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고, 북한 변수도 있다. 게다가 수출 의존도가 높다. 미국·중국과의 교역에 크게 기대고 있기 때문에 외부 변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투자에서도 한 바구니에 계란을 다 담지 말라고 하듯 한국 경제도 비슷하다. 지금 수출과 경기 흐름이 반도체에 너무 많이 기대고 있다. 반도체가 잘되면 GDP가 오르고, 반도체가 주춤하면 경기 전체가 흔들린다. 수출 품목 다변화가 중요한 이유다."
▶큰 변동성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무엇을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나.
"장기투자 원칙이 중요하다. 잘 모르는 사람이 단기 흐름에 휩쓸리면 위험하다. 그런 경우에는 ETF나 대형주 중심의 분산투자가 상대적으로 낫다. 사람들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은 잘 알지만 정작 리스크를 가볍게 보는 경우가 많다. 수익률만 보고 들어가지 말고 그 수익률 뒤에 어느 정도 손실 가능성이 붙어 있는지를 같이 봐야 한다."
▶요즘 '빚투'도 다시 늘고 있는데.
"빚을 낸다는 건 리스크를 배로 키우는 일이다. 은행에 저축해 리스크를 낮추는 것과 정반대다. 빚투는 사실상 레버리지를 쓰는 것이다. 물론 본인이 고위험·고수익 전략을 감당하겠다고 선택할 수는 있지만 리스크를 두세 배 키우는 일이라는 점은 정확히 알고 들어가야 한다."
▶한 달 일해 번 월급보다 하루 주식 수익이 더 크게 느껴진다는 말도 많다. 이런 분위기가 장기적으로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까.
"사람들은 돈을 잃은 날보다 돈을 딴 날을 더 강하게 기억한다. 하루 10만원을 번 경험만 떠올리면 '일하는 것보다 주식이 낫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보면 수익률이 그렇게 높은 것은 아니다. 최근 코스피가 많이 올라서 그렇지 장기적으로는 한국시장 수익률이 환상만큼 높았던 것도 아니다. 단기적인 급등에 너무 환상을 가지고 쉽게 투자에 들어갔다가는 리스크도 커질 수가 있다."
▶앞으로 한국 경제에서 자산시장의 역할은 더 커질까.
"현 정부가 내건 자본시장 관련 공약을 실제로 이행한다면 부동산보다 주식시장의 역할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그 과정은 단순히 지수만 끌어올리는 데서 끝나면 안 된다.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공정한 규칙을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정책적으로는 무엇이 중요하다고 보나.
"핵심은 자본시장을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만드는 일이다.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거래세처럼 시장 거래를 위축시키는 요인을 손보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도 단순히 세수 확보 수단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주식 자본이득에 과세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중과세 논란이 있는 만큼 법인세, 배당소득세, 거래세 등 함께 고려해야 한다. 거래세는 줄이거나 없애고, 금투세는 실제 수익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원칙 아래 검토하되 배당소득세와 법인세도 함께 조정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주주환원도 늘리고 시장 신뢰도 높일 수 있다."
▶개인 투자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현실적인 조언이 있다면.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 수준을 먼저 알아야 한다. 수익률만 보지 말고 내가 어느 정도 손실까지 견딜 수 있는 사람인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 그 기준에 따라 종목을 고르고 전체 자산 중 얼마를 주식에 넣을지를 결정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크게 버느냐보다 내가 버틸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투자하고 있느냐다."
정지윤
영남일보 정지윤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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