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없으면 규모화도 못 해”…영양 농가 지탱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 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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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4-08 19:53  |  발행일 2026-04-08
입암면 대천리 김진탁씨 농장 가보니…3명 투입 뒤 사과·고추·수박 농사 확대
반복 배치·행정 지원 정착되며 산간 농촌 인력난 해소에 힘
영양군 입암면 대천리에서 과수농가를 하는 김진탁 씨. <정운홍기자>

영양군 입암면 대천리에서 과수농가를 하는 김진탁 씨. <정운홍기자>

경북 영양군 입암면 대천리의 한 과수 농가. 봄 영농 준비로 분주한 밭과 과수원에서는 베트남 국적 외국인 계절근로자 3명이 김진탁씨와 함께 손발을 맞추며 작업에 한창이었다. 김씨 농장에서 일하는 계절근로자는 흐엉(47), 하우(33), 부(33) 등 3명이다. 모두 지난해에도 이 농장에서 일했던 근로자들로, 올해 다시 같은 농가에 배치됐다.


교통 여건과 인구 구조상 상시 인력 확보가 쉽지 않아 '육지 속의 섬'으로 불리는 영양군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영농을 떠받치는 핵심 인력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귀농 14년 차인 김씨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고용한 지 5년가량 됐다고 했다. 처음에는 하반기에만 1명씩 쓰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전반기 3명, 하반기 1명 등 올해 모두 4명을 고용할 계획이다. 현재 농사 규모는 약 5.5㏊ 수준으로, 사과를 중심으로 고추와 수박까지 재배하고 있다.


김씨는 "예전에는 부부가 함께 일해도 사과밭 1㏊ 정도밖에 감당하지 못했다"며 "근로자가 오면서 규모를 키울 수 있었고 수익도 늘어 대만족"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근로자가 없으면 농사를 규모 있게 짓는 건 사실상 어렵다"고 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들어오면서 작목 구성도 달라졌다. 사과와 고추 위주였던 농사에 수박을 추가한 것도 이들 인력을 연중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6월부터 8월 사이 잠시 손이 비는 시기가 있는데, 그 기간 근로자들을 쉬게 할 수 없어 수박을 넣었다"며 "노동력이 안정적으로 확보되니 경영 자체를 다시 짤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양군 입암면 대천리에 위치한 김진탁씨의 과수농장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들과 김진탁씨가 함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운홍기자>

영양군 입암면 대천리에 위치한 김진탁씨의 과수농장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들과 김진탁씨가 함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운홍기자>

현장에서 체감하는 제도 개선 효과도 있었다. 김씨는 "예전엔 올해 우리 집에서 일한 사람이 다음 해엔 다른 농가로 가고, 또 새로운 사람을 처음부터 가르쳐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집집마다 작업 방식과 환경이 다른데 새로 온 근로자에게 다시 익히게 하려면 한두 달이 걸려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큰 문제가 없는 한 지난해 일했던 근로자를 다시 요청할 수 있게 돼 만족도가 크다"고 했다.


실제 이날 농장에서 만난 3명도 모두 지난해 근무 경험이 있어 적응 부담이 훨씬 덜한 상태였다. 농가 입장에서는 교육 시간을 줄일 수 있고, 근로자 입장에서도 익숙한 작업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김씨는 "지금 일하는 세 분도 작년에 함께했던 분들이라 작업에 큰 무리가 없고 분위기도 좋다"고 했다.


영양군은 봄철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두고 외국인 계절근로자 추가 배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군에 따르면 지난 3월 23일부터 26일까지 1차로 228명이 입국했고, 이달 2일부터 9일까지 2차 배정 인원인 베트남·라오스 국적 318명이 순차적으로 들어오면서 현재까지 총 546명이 지역 농가에 배치된다. 이들은 계약 농가에 투입돼 정식 작업과 초기 생육 관리 등 농번기 핵심 작업을 맡고 있다.


영양군 입암면 김진탁 씨의 농가에서 일하고 있는 베트남 계절근로자 부, 하우, 흐엉 씨가 농사일을 도우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정운홍기자>

영양군 입암면 김진탁 씨의 농가에서 일하고 있는 베트남 계절근로자 부, 하우, 흐엉 씨가 농사일을 도우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정운홍기자>

군은 올해 3월과 4월, 6월, 7월 등 모두 4차례에 걸쳐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유치해 468농가에 총 1천161명을 배치할 계획이다. 입국 당일 오리엔테이션, 마약 검사, 통장 개설, 상해보험 가입, 통역 지원 등 현장 적응을 돕는 절차도 병행하고 있다.


산간 오지 농촌의 인력난을 메우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숙련된 근로자의 반복 배치와 초기 적응을 돕는 행정 지원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양의 봄 농사는 이제 외국인 계절근로자와 함께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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