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팝업스토어에 온 부처

  •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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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4-10 11:17  |  발행일 2026-04-10

지난해 넷플릭스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선보인 K-컬처는 예상 밖의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반가사유상 등 '뮷즈' 역시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전통'과 '소비'의 새로운 접점을 만들어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인기의 흐름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최근 서울국제불교박람회까지 그 열기가 이어지며 전통과 종교를 소비하는 방식이 분명히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온라인에는 방문 후기와 인증 사진이 빠르게 퍼지고, 행사장에는 개장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선다. 엄숙하고 정적일 것이라는 기존의 종교행사에 대한 통념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현장에 들어서면 그 이질감은 더욱 커진다. 인형뽑기와 갓차, 부처님 생일카페, 포토존처럼 젊은 세대에게 익숙한 요소들이 '불교'라는 이름 아래 자연스럽게 묶여 있다. 일부 공간은 종교행사장보다 팝업스토어나 편집숍에 더 가까워 보인다. 키링과 모자, 티셔츠가 팔려나가고, 방문객은 인증사진을 남기고, 굿즈를 사기 위해 줄을 선다. 올해 사전예약자만 5만7천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오는 6월 대구, 8월 부산에서도 개최를 앞두고 있다.


종교를 주제로 한 박람회 개최를 놓고 일각에서는 가볍다거나 상업적이라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종교가 시대의 언어를 빌려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려는 시도가 꽤나 자연스럽다. 실제로 박람회에서는 굿즈를 구경하던 관람객이 사찰 음식을 맛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고, 명상과 다도 체험을 한다. 낯선 교리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익숙한 형식으로 종교의 문턱을 낮추는 방식은 지금 시대에 충분히 유효한 전략일 수 있다.


생각해볼 지점은 있다. 종교의 본래 역할이 짧은 흥미나 즉각적인 만족을 주는 데 있지 않기 때문이다. 종교는 오히려 시간을 들여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 앞에 오래 머물게 하는 데 가깝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의 인기는 단순한 흥행 이상의 의미를 갖게 하는 것 같다. 전통이 얼마나 유연하게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깊이보다 접근성을 우선하는 시대의 감각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변화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다. 다만 그 변화가 성찰의 문턱을 낮추는 데 그치지는 않는지 또는 성찰 자체를 대체해버리는 것은 아닌지 곱씹어볼 일이다.


종교를 팝업스토어에서 만나게 되는 시대다. 사람들은 더 쉽게 다가오고, 더 편하게 소비한다. 분명 반가운 변화일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체험과 소비에 머물 수 있다는 점은 짚어볼 필요가 있다. 팝업스토어에서의 흥행을 넘어 일상에서도 종교가 깊이 있는 사유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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