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분만과 신생아 치료 현장을 배경으로, 의료진의 판단과 동시에 뒤따르는 법적 책임 부담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필수의료 인력 부족과 의료진 법적 보호 논란을 시각화했다. <그래프=생성형 AI>
최근 대구 동구에서 잇따라 발생한 고위험 임산부 의료기관 미수용 사고(영남일보 4월 8·9·10일자 보도)를 계기로, 필수의료 인력을 보호할 입법을 더는 미뤄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구 의료계는 이번 사태를 응급 이송 혼선이 아니라, 법적 위험 속에서 필수의료 인력이 버티기 어려워진 현실이 드러난 사례로 보고 있다.
12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고위험 분만과 신생아 진료는 대표적인 필수의료(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 분야다. 하지만 의료진이 최선을 다해도 결과를 완전히 통제하기 어려운 영역이기도 하다. 문제는 산모나 신생아 상태가 악화하면 곧바로 소송으로 이어지고, 응급 상황에서 환자를 받아 치료한 뒤 결과가 좋지 않으면 민·형사상 책임 부담이 의료진 개인에게 집중되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점이다. 이 같은 환경이 지속되면서 젊은 의사들은 필수의료 분야 진입을 꺼리고, 기존 인력마저 현장을 떠나고 있는 형편이다.
의료계는 필수의료 붕괴의 근본 원인으로 '과도한 법적 책임 구조'를 지목한다. 국가가 유지해야 할 필수의료 영역임에도, 실제 위험과 책임은 의료진 개인에게 집중돼 있다는 것. 생사를 다투는 응급 상황에서 내려진 판단까지 사후적으로 법적 책임의 대상이 되면서, 현장에서는 적극적인 진료 행위가 위축되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의료계 안팎에서는 의료진 법적 보호를 명문화하는 입법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단순한 지원책을 넘어, 책임 구조 자체를 손질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중대한 과실이나 고의가 없는 필수의료 행위에 대한 형사책임 제한 △불가항력적 분만·신생아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 책임 확대 △의료분쟁이 형사사건으로 직행하는 구조 완화 △조정·중재를 우선하는 절차 정비 등이 주요 과제로 거론된다.
현행 제도에도 분만 과정에서 발생한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해 국가가 보상하는 규정은 있다. 하지만 피해 보상 중심에만 머물러 의료진의 법적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필수의료를 공공 영역으로 본다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도 개인이 아닌 국가와 제도가 함께 책임지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래프=생성형 AI>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지은 교수(소아청소년과·모아센터장)는 "지금 필수의료 현장은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산모나 신생아 상태가 나빠지면 곧바로 소송이 제기되고, 응급으로 환자를 받아 최선을 다해 치료해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의료진이 민사적·형사적 책임을 떠안는 구조가 이어진다"고 했다. 이어 "이런 분위기에서는 젊은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기피할 수밖에 없고, 기존 인력도 버티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재발 방지를 위한 첫 번째 대책으로 법적 보호를 꼽았다. 그는 "돈보다 더 큰 문제는 법적 위험"이라며 "최선을 다한 필수의료 행위에 대해 책임을 과도하게 묻지 않는 보호 장치만 마련돼도 현장의 수용 역량은 어느 정도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공호흡기와 병상, 장비 등 인프라 지원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필수의료를 맡은 의료진이 제도적으로 보호받는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고 부연했다.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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