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의 배경이 되는 청하공진시장. 지역 주민들이 오랫동안 사랑했던 전통시장을 촬영지로 활용됐다. 청하시장의 25곳 상가가 드라마의 배경이 됐고 대다수 상인들은 주민으로, 또 길손으로 출연했다.
전직 인기 가수 카페·보라 슈퍼·청호철물
오래된 청하와 새로운 공진이 하나가 된 곳
'스프링 피버' 주 촬영 장소 기청산식물원
로맨스가 피어난 숲속 교정과 희귀 식물
봄기운 처럼 따뜻한 가족·이웃들의 터전
색동 우산들과 까만 그늘막, 빨갛고 하얗고 파란 천막들이 장터를 가득 메운다. 그들은 햇빛에 젖어 있는 거리를 동그란 그늘로 수놓고 온갖 갯것과 들것, 잡화와 가축 등 각종 품목의 난전을 펼쳐 놓는다. 웃음소리, 짤막한 대화들, 활기를 증명하는 소음, 안부의 인사들, 기침소리, 또 웃음소리가 퍼진다.
그 속을 도시에서 온 치과의사 혜진이 두리번대며 걷는다. 그 속을 만능 백수 홍반장이 날듯이 걷는다. 속도도 방향도 다른 두 사람이 장터를 통과해 만난다. 바닷가에서의 첫 만남 이후 '안다고 해야 할지 모른다고 해야 할지' 모를 두 번째 만남이다.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는 이렇게 우연히, 평범하게, 기적적으로 시작된다.
◆청하공진시장
'갯마을 차차차'는 2021년 여름 tvN에서 방영된 16부작 드라마다. 2004년 영화 '홍반장'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바다마을 '공진'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공진'은 대문도 없고, 툭하면 함께 밥을 먹고, 음식 봉다리가 오가는 일이 일상인 마을이고, '공진 사람들'은 저마다의 서사를 가진 오지랖이 태평양인 사람들이다. 그들 속으로 혜진이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주요 배경이 됐던 곳이 '청하공진시장'이다.
이곳은 드라마 촬영을 위해 일부러 만든 세트장이 아니다. 지역 주민들이 오랫동안 사랑했던 전통시장을 촬영지로 활용한 것이다. 원래 청하시장이었다. 백년이 넘는 전통 속에서 역사의 부침도 겪었고 현대화의 파도에도 휩쓸렸다. 그렇게 흔들리면서 살아냈고,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일상을 지켜나가는 터전이자 1일과 6일마다 장이 서는 오일장으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은 스토리와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를 찾아낸다. 청하시장의 25곳 상가가 드라마의 배경이 됐고 대다수 상인들은 주민으로, 또 길손으로 출연했다. 그리고 공진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곳에 그대로 스며들었다. 오래된 청하와 새로운 공진이 하나 돼 '청하공진시장'이다.
드라마 '갯마을차차차'의 주요 로케이션이었던 '한낮에 커피 달밤에 맥주'. 이곳의 커다란 파스텔 톤의 문은 인기 많은 포토존이다. 카페 안쪽 공간은 쉼터로 꾸며져 있다.
청하공진시장에는 드라마 속 공진시장의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보라슈퍼'는 마을 사람들의 쉼터이자 동네 사랑방이었다. 보라 아빠가 운영했던 '청호철물'은 홍반장이 마을의 온갖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들락거린 곳이고 '오징어탑'은 혜진이 동네 꼬마들과 앉아 이야기를 나눈 곳이다. '한낮에 커피 달밤에 맥주'는 전직 가수 오윤의 카페다.
이곳에서 혜진과 홍반장이 두 번째로 만났다. 몇 번을 부딪쳐도 혜진은 홍반장을 몰랐다. "진짜 뭐 하는 사람이야? 대체 그쪽 정체가 뭐냐구!" 며칠을 겪어도 홍반장은 혜진을 몰랐다. "그쪽은 본인이 잘났다고 생각하지? 머리 좋고, 공부도 잘했을 테고, 의사 됐고, 인생이 아주 탄탄대로였겠어. 아 물론 시련도 있었겠지. 어쩌다가 덜컹하는 방지턱 같은 거?"
홍반장에게 혜진을 알려준 이는 공진의 큰할머니 감리씨다. "가가 겉으로만 막 쌩하지 속은 막 물러 터졌싸. 아, 사는 동안에 애가 마이 말랐을 끼야." 혜진에게 홍반장을 알려준 이는 마을 통장 화정이다. "어렸을 때부터 어른스럽고 참는 법만 배운 애라 제 속 터놓는 법을 몰라요." 혜진은 진심으로 사과하기 위해 오윤의 음반을 들었다. "근데 솔직히 달밤의 체조는 좀 별로였어요. 근데 마음의 푸른 상어는 좋더라고요." 카페 앞에서 혜진의 사과를 받아들이는 오윤의 모습은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함께 살아가는 데는 시간과 공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함께 살면서 실수하고, 사과하고, 용서하는 법을 배우고, 마침내 서로 이해하고 보듬는다. 그 과정에서 사랑을 한다. 홍반장과 혜진이 매일 오윤 카페 앞에서 마주칠 때마다 감추지 못했던 그 사랑은 또 얼마나 사랑스러웠나.
오윤 카페의 커다란 파스텔 톤의 문은 인기 많은 포토존이다. 카페 창에 붙어 있는 잘 나가던 시절 오윤의 포스터는 추억의 저 깊은 곳에 있던 최애 가수를 보는 듯하다. 카페 안쪽 공간은 드라마와 방문객들을 위한 쉼터로 꾸며져 있는데, 주인공들의 모습과 방문객들이 남긴 메시지로 가득하다.
보라슈퍼 평상이 있던 자리에는 벤치가 놓여 있다. 공진반점은 원래 이가식당이라는 이름의 한식당이었나 보다. 곰탕, 소머리 국밥, 콩나물 국밥 등을 파는 원래의 가게로 운영 중이다.
갯마을 차차차는 평범한 일상의 특별함을 말하는 드라마다. 사람과 사람이 얽혀 빚어진 크고 작은 소동과 감정의 진폭이 남긴 여운은 길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전히 그곳을 찾고, 그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사랑에 설렌다.
오징어탑을 보면 어쩐지 감리씨가 생각난다. 새내기 주민과 이제 자라나는 아이들과 또 우리들에게, 평생 자신보다 남을 위해 살아왔던 그녀가 말하는 것 같다. "마수운 것도 많이 먹고 행복해야 돼. 니가 행복해야 내도 행복하고 또 치과 선생도 행복할기야. 여 공진 사람들 마카 다 그렇게 생각할거라니. 그간 동동거리며 사느라고 고생했다. 이제는 다리 쭉 피고 편히 살아라." 드라마가 끝난 지 근 5년, 카메라는 꺼져도 이야기는 계속된다.
청하중학교는 올해 초 tvN에서 방영된 16부작 드라마 '스프링 피버'의 주 촬영지다. 아담한 운동장과 붉은 지붕을 가진 청하중학교의 교정은 싱그러운 숲 향기로 가득하다.
수많은 꽃과 나무가 있는 청하중학교에는 '관송전'이라는 공간도 있다. 관송전은 관 소유의 솔밭이라는 뜻인데 조선 세종대왕 때 바람과 홍수에 대비하고 관에서 쓰이는 목재 조달을 위해 조성됐다.
◆청하중학교와 기청산식물원
청하교 건너 읍내 초입 서정리천 변에 무성한 숲 더미가 있다. 그 속에 청하중학교가 있고 그 뒤에 기청산식물원이 자리하는데 마치 식물원이 학교를 품에 안은 모습이다. 은행나무가 양쪽으로 늘어선 가로수 길을 따라 들어가면 아담한 운동장과 붉은 지붕의 예쁜 청하중학교가 나타난다.
교정은 온통 싱그러운 숲 향기로 가득하다. 먹구슬나무, 모감주나무, 벽오동나무도 있고 섬초롱, 금낭화, 참나리, 구절초, 쑥부쟁이, 해국 등 갖가지 꽃과 나무로 교정은 스스로 식물원 같다. 무엇보다 눈에 띠는 것은 관송전이라 불리는 솔밭이다.
관송전은 관 소유의 솔밭이라는 뜻인데 조선 세종대왕 때 바람과 홍수에 대비하고 관에서 쓰이는 목재 조달을 위해 청하현감 민인(閔寅)이 조성했다고 한다.
청하중학교는 지난 2005년 환경보전 우수 시범학교로 선정된 만큼 경관이 뛰어난 학교다. 아름다운 숲을 가진 전원학교로 받은 상 목록이 아주 길다.
청하중학교와 기청산식물원은 올해 초 tvN에서 방영된 16부작 드라마 '스프링 피버'의 주 촬영지다. 교사 윤봄(이주빈)과 조카바보 선재규(안보현)의 로맨스를 다룬 작품으로 신수읍이라는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도시에서 잘나가는 교사였던 윤봄은 어떤 사건으로 인해 신수읍으로 들어온다. 그녀가 새롭게 교사 생활을 시작한 신수고등학교가 바로 청하중학교다. 그녀는 매일 아침 다짐한다. "오늘도 침울하게 하루를 시작해 볼까. 웃지 말기, 즐겁지 말기, 기쁘지 말기." 머리를 질끈 묶고 칙칙한 옷을 입은 그녀는 동료 교사들의 악의 없는 뒷담을 들으며 출근한다. 윤봄은 피어난 채로 얼어버린 꽃 같다.
선재규는 봄이의 학생 한결이의 삼촌이다. 투박하고 솔직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주저 없이 직진하는 뜨거운 심장의 남자다.
'스프링 피버'는 봄이 되면 마음이 들뜨는 현상을 뜻하는데 사랑이 시작될 때 생기는 감정의 열병을 의미한다. 윤봄이 선재규라는 남자를 만나 마음이 들뜬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얼어붙어 있던 봄이의 마음을 뜨거운 심장을 가진 재규가 녹여준다는 뜻이기도 하다.
'스피링 피버'에서 주인공의 데이트 장소로 등장한 기청산식물원. 식물을 사랑하는 한 개인이 일군 정원으로 2천여 종의 토종 식물과 포항 및 울릉도 일대에 자생하는 수많은 희귀식물들이 산다.
기청산식물원은 두 사람의 데이트 장소로 등장한다. 기청산은 산 이름이 아니다. 곡식을 거를 때 사용하는 '키'와 무릉도원을 의미하는 '청산'을 합해 만든 이름이다. 식물을 사랑하는 한 개인이 일군 정원으로 2천여 종의 토종 식물과 포항 및 울릉도 일대에 자생하는 수많은 희귀식물들이 산다. 2004년에는 환경부의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선정돼 멸종위기야생식물의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식물원에서 가장 유명한 나무는 킹트리(king tree)다. 원뿔형으로 밑동이 굵고 묵직한 낙우송으로 주변에 공기뿌리가 석순처럼 솟아 있다. 축축한 땅 속에서 숨 쉬기가 어려워 땅을 뚫고 나온 호흡근이다. 나무를 살리는 조용한 아우성이다.
봄이와 재규의 우당탕탕 로맨스는 보는 내내 웃음을 자아낸다. 그들을 둘러싸고 묵묵한 울타리가 돼 주는 것은 순수하고 풋풋한 아이들과 결국 따뜻하고 다정한 동료들,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이웃들이다. 청하중학교에 납매도 지고, 기청산식물원에 벚꽃도 지나갔다. 오는 5월에는 백합나무(튤립나무)와 쪽동백나무가 흐드러질 게다. '꽃멀미'가 나면 식물원 찻집이 좋겠다. 따뜻함에 안겨 평온해지도록.
글=류혜숙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포항시청>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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