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차 아시아태평양 재건 미세수술학회(APFSRM) 총회에서 2030년 경주 유치가 확정된 뒤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준표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 우상현 W병원장, 김광석 전남대병원 성형외과 교수, 김영우 W병원 정형관절외상센터장.<W병원 제공>
세계 미세수술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대회가 2030년 경주에서 열린다. 대한민국 유치위원회가 아시아태평양 재건 미세수술학회(APFSRM) 차차기 대회 한국 개최권을 확보한 것이다. 특히 이번 유치전은 지방 개인 사립병원이 전면에 나서 성과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료계 안팎의 시선을 끌고 있다.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유치위원회는 현지 시각 17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제7차 APFSRM 총회에서 경쟁국들을 제치고 2030년 대회 개최지로 한국을 확정지었다. 대회는 2030년 5월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간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행사 기간 아시아·태평양은 물론 세계 30여 개국에서 1천여명의 전문가가 경주를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APFSRM은 2년마다 열리는 재건 미세수술 분야의 대표 국제 학술대회다. 의료계에서는 이 학회를 두고 미세수술 분야의 '아시안게임'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상징성과 위상이 크고, 국제적 파급력도 상당하다는 뜻이다. 2028년 대회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번 유치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목은 W병원 역할이다. 통상 이 정도 규모의 국제 학술행사는 수도권 대형병원이나 대학병원, 국공립 의료기관이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방의 개인 사립병원이 유치전의 선봉에 섰다. 의료계가 이번 결과를 예사롭게 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역 의료기관도 전문성과 전략, 추진력을 갖추면 세계적 학술행사를 끌어올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유치전의 중심에는 우상현 W병원장이 있었다. 유치위원장을 맡은 우 병원장은 발리 현지에서 각국 대표단을 상대로 한국 미세수술의 임상 역량과 학문적 성과를 집중 부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시에 개최지 경주의 역사·문화적 경쟁력, 국제행사를 치를 수 있는 기반 시설, 접근성 등을 두루 설명하며 지지를 이끌어냈다. 오랜 기간 축적한 수술 경험과 대외 신뢰, 끈질긴 설득이 맞물리며 표심을 움직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유치전은 특정 기관의 힘만으로 성사된 것은 아니다. 대한미세수술학회가 중심축을 맡았고, 전 학회장을 지낸 우 병원장은 학회 자문위원회와 이사회의 승인을 끌어냈다. 대한수부외과학회, 대한말초신경수술학회, 대한성형외과학회, 대한정형외과학회도 공식 후원에 나섰다. 여기에 한국관광공사의 국제 홍보 지원, 경주시의 행정적 뒷받침, HICO의 컨벤션 인프라가 더해지며 유치전의 외연을 넓혔다.
이번 성과는 일반적인 국제행사 하나를 따낸 데 그치지 않는다. 한국 미세수술의 수준과 경쟁력이 국제무대에서 다시 한 번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아울러 의료·학술 역량이 더 이상 수도권 대형기관에만 집중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역 의료기관이 세계 학술지형의 변방이 아니라 중심 무대에 설 수 있음을 입증한 셈이다.
우 병원장은 "지역의 사립 종합병원도 세계 학회를 이끌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상징적 결과"라며 "의료계의 열정과 정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의지가 함께 모여 가능했던 일"이라고 밝혔다.
세계 학회 1천명 경주 온다…지역에 남는 진짜 효과는
<그래프=생성형 AI>
국제학회 하나를 유치하는 일은 겉으로 보면 며칠짜리 행사 일정을 따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역이 실제로 얻는 것은 학회 개최 자체에만 머물지 않는다. 숙박과 교통, 식음료 소비 같은 직접 효과는 물론이고 도시 브랜드, 마이스(MICE) 산업 경쟁력, 의료·학술 네트워크 확장까지 뒤따르기 때문이다. APFSRM 경주 개최가 지역사회 안팎에서 단순한 행사 유치 이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선 가장 쉽게 체감되는 것은 경제적 파급효과다. 30여 개국에서 1천여명 규모의 전문가들이 찾는 국제행사는 참가자 본인뿐 아니라 동반 인력, 학회 운영 인력, 관련 업체까지 움직이게 만든다. 행사 기간 호텔과 식당, 교통, 관광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기본이다. 지역 상권 입장에서는 짧지만 밀도 높은 수요가 한꺼번에 유입되는 셈이다. 대형 국제회의 한 건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더 큰 가치는 숫자로 바로 잡히지 않는 데 있다. 국제학회는 도시의 이름을 바깥으로 내보내는 통로가 된다. 해외 의료진과 연구자들에게 경주는 더 이상 수학여행지나 관광도시에만 머물지 않게 된다. 국제회의를 치를 수 있는 기반을 갖춘 도시, 의료·학술 행사를 소화할 수 있는 공간과 동선을 가진 도시라는 인식이 함께 형성될 수 있다. 한 번 각인된 도시는 이후 다른 학술대회나 국제행사 유치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
경주가 기대할 수 있는 또 다른 자산은 도시 이미지의 확장이다. 지금까지 경주를 설명하는 언어가 주로 역사와 문화, 관광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국제학술과 컨벤션이라는 새로운 축이 더해질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수식어 하나를 추가하는 문제가 아니다. 도시 경쟁력의 결이 달라지는 일이다. 관광도시가 국제회의 도시로 외연을 넓히면 비수기 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고, 체류형 방문객을 늘릴 여지도 커진다. 지역 입장에서는 문화유산과 회의산업을 결합한 복합 도시 모델을 시험할 기회가 되는 셈이다.
의료 분야에서의 의미도 작지 않다. 국제학회는 발표와 토론, 수술 술기 교류, 연구 협력의 장이다. 개최 도시와 국내 의료진은 자연스럽게 세계 전문가들과 접점을 넓히게 된다. 이는 단순한 행사 운영 경험을 넘어 향후 공동 연구, 학술 교류, 인적 네트워크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특정 분야에 강점을 가진 지역 병원이나 의료진에게는 자신들의 역량을 국제무대에 선보일 기회가 된다. 결국 학회 유치는 지역 의료기관의 브랜드를 높이고, 후속 협력의 발판을 놓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번 APFSRM의 경우에는 그 상징성이 더 뚜렷하다. 재건 미세수술은 고난도 술기와 풍부한 임상 경험이 뒷받침돼야 하는 전문 영역이다. 이런 분야의 국제 학술대회가 경주에서 열린다는 것은 한국 의료의 경쟁력을 외부에 보여주는 무대가 국내에 마련된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 지역 의료계에도 적지 않은 자극이 될 수 있다. 수도권 대형병원 중심으로 인식돼 온 국제 학술행사 유치 구조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게 하기 때문이다.
물론 국제학회 유치가 곧바로 장밋빛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회성 행사에 그친다면 지역에 남는 것은 반짝 소비와 홍보 효과 정도일 수 있다. 진짜 성과는 학회가 끝난 뒤 무엇을 남기느냐에 달려 있다. 경주가 국제회의 도시로서 신뢰를 쌓고, 지역 의료기관이 학술 네트워크를 넓히며, 행사 경험이 후속 유치로 이어질 때 비로소 의미가 커진다. 유치 그 자체보다 준비와 운영, 사후 활용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역 차원의 과제도 분명하다. 국제행사를 치르려면 회의장만 있어서는 부족하다. 숙박, 교통, 통역, 안내, 도시 동선, 관광 프로그램, 참가자 편의까지 촘촘하게 맞물려야 한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컨벤션 플랫폼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뜻이다. 이 과정이 매끄럽다면 경주는 의료 분야를 넘어 다른 국제행사 유치전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반대로 준비가 허술하면 어렵게 얻은 기회를 스스로 약화시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승규
사실 위에 진심을 더합니다. 깊이 있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기록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6·3 地選 인터뷰] “정부를 TK공항 공동 투자자로…대구 위해 김부겸 써야 할 때”](https://www.yeongnam.com/mnt/webdata/content/202604/5_26.04_.12_김부겸_인터뷰_썸네일_출력본_.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