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프=생성형 AI>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남인순·최보윤 의원 대표발의)을 두고 대구 지역 의료계가 24일 유례없는 강경 대응을 선포했다. 해당 개정안이 의료 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하면서다. 대구시의사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개정안을 "환자의 생명권을 담보로 한 위험천만한 입법 시도"로 규정하고, 국회에 즉각적인 법안 폐기를 촉구했다. 250만 대구 시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6천여 명의 의사가 이토록 격렬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지는 이번 개정안이 몰고 올 파장을 3가지 관점에서 심층 분석했다.
◆'지도'와 '처방'의 메울 수 없는 간극
현행 의료법 체계에서 의료기사는 의사의 '지도·감독' 하에 업무를 수행하도록 명시돼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이 문구를 삭제하고 '처방 또는 의뢰'로 대체하는 것. 의료계는 이를 단순한 용어 정비가 아닌 '임상 현장의 안전장치 해체'로 규정하고 있다.
의학적으로 '지도·감독'은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전 과정에서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돌발 상황 발생 시 즉각 개입할 수 있는 '연속적 통제권'을 의미한다. 반면 '처방'은 행위의 방향만을 지시하는 단발적 명령이다. 대구시의사회는 "물리치료나 각종 검사 도중 환자의 신체 징후는 초 단위로 변할 수 있다"며 "현장을 지켜야 할 의사의 의무가 사라진 자리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그 결과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즉, 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탱하던 마지막 보루가 무너진다는 분석이다.
◆사고 발생 시 '법적 공백'의 딜레마
두 번째 쟁점은 의료사고 발생 시의 책임 소재다. 현 시스템은 의사와 의료기사가 하나의 유기적인 팀으로 묶여 있어 책임 관계가 명확하다. 의사가 최종 결정권자로서 행위 전체를 책임지는 구조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의사는 '단순 지시자'로, 의료기사는 '독자적 행위자'로 이원화된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사고 발생 시 필연적으로 '책임 전가'의 악순환을 불러온다. 처방의 적절성을 주장하는 의료진과 시술 과정의 불가항력을 주장하는 의료기사 사이에서 법적 공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구제 절차가 늦어지는 환자들이다. 시의사회는 "책임 주체가 모호한 의료는 필연적으로 서비스의 질 저하를 초래하며, 그 법적·경제적 부담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편의보다 앞서는 것이 생명"
법안 발의 측은 고령화 사회를 맞아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의 의료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찾아가는 의료 서비스'를 위해 의료기관 밖에서도 의료기사가 독자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는 논리다.
이에 대해 대구 의료계의 시각은 단호하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접근성은 복지가 아니라 '위험한 방치'라는 지적이다. 특히 만성질환이나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취약계층일수록 돌발 사고에 대비한 전문의의 밀착 관리가 더욱 절실하다. 의사회는 "안전장치를 제거한 채 접근성만을 강조하는 것은 의료의 본질을 왜곡하는 행위"라며, 대신 ICT 기술을 활용한 원격 지도나 한지아 의원이 제시한 대안적 입법 등 '안전한 혁신'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 의료계 결집과 향후 전망
시의사회는 이번 성명을 통해 특정 직역의 이해관계를 넘어 '환자 보호'라는 의료계의 대원칙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지역 의료 전문가들은 국회가 임상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졸속 심의를 강행할 경우, 국가 보건의료 전달 체계 전반에 회복 불가능한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법안 논쟁을 넘어, 대한민국 의료가 '효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안전'이라는 절대 가치를 포기할 것인가를 묻는 중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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