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광병원 여창기 진료 원장이 진료실에서 척추 모형을 가리키며 허리디스크 등 척추 질환의 발생 원인과 치료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허리 통증은 흔하지만 치료 기준은 단순하지 않다. 같은 MRI를 보고도 병원마다 설명이 엇갈리고, 환자들은 "수술이 필요하다" "조금 더 지켜봐도 된다"는 상반된 말을 듣고 혼란을 겪기 쉽다. 보광병원 여창기 진료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척추 치료의 출발점을 "영상이 아니라 증상"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영남대병원에서 전임의까지 지내며 응급 상황과 고난도 수술을 두루 경험한 그는 현재 지역에서 척추 환자들을 진료하며, 치료 방향을 정할 때 환자가 실제로 겪는 통증과 기능 저하를 먼저 본다고 했다. 여 원장은 "사진만 보고 수술 여부를 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얼마나 아픈지, 일상생활이 얼마나 무너졌는지, 신경학적 이상이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의사는 치료 방법을 설명하고 조언하는 사람이지, 결정을 강요하는 사람이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가 신경외과를 택한 계기는 인턴 시절 신경외과 응급실에서 중증 환자들이 치료를 통해 회복하는 모습을 본 경험이었다. 그는 "의식 없이 실려 온 환자가 수술 뒤 살아나고, 다시 걸어 나가는 모습을 보며 이 길을 택하게 됐다"며 "힘든 과이지만 환자와 보호자가 고맙다고 인사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학병원 경험, 전문병원 진료 밑바탕
대학병원에서 쌓은 경험은 지금의 진료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여 원장은 "대학병원에는 1·2차 의료기관에서 해결되지 않은 복잡하고 난이도 높은 환자들이 많이 온다"며 "그때 축적한 수술 경험과 판단력이 지금 전문병원 진료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보광병원에서는 주 2회 아침 컨퍼런스를 열어 수술 증례와 치료 방향을 함께 논의한다. 그는 "혼자 판단하지 않고 의료진이 함께 검토하는 과정이 결국 치료의 완성도를 높인다"고 말했다.
환자들이 가장 자주 혼동하는 질환은 척추관협착증과 허리디스크다. 둘 다 허리와 다리 통증을 일으키지만 양상은 다르다. 여 원장은 "디스크는 대개 갑자기 시작되고 한쪽 다리가 아픈 경우가 많다"며 "반면 협착증은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서서히 좁아지면서 진행돼 증상이 점진적이고 양쪽 다리에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고 설명했다.
또 "협착증은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아파 쉬게 되고,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편해지는 경우가 많다"며 "디스크는 오히려 허리를 앞으로 굽힐 때 통증이 심해지는 일이 잦다"고 했다. 다만 "엑스레이 한 장으로 둘을 구분할 수는 없고, 증상과 진찰, 필요한 검사 결과를 함께 놓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비는 놓치면 안 되는 신호…고령 수술도 달라졌다
무분별한 수술은 피해야 하지만, 반대로 수술 시기를 놓쳐 상태를 악화시키는 일도 경계해야 한다. 여 원장은 척추 질환의 대표적인 위험 신호로 마비를 꼽았다. 그는 "척추 치료에서 가장 먼저 보는 것은 통증보다 마비"라며 "발목이나 발가락에 힘이 빠지거나, 걷다가 다리에 힘이 풀리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서둘러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약물치료, 주사, 물리치료, 운동치료 등을 충분히 했는데도 4~6주 이상 통증 조절이 안 되고, 길게는 석 달 가까이 지나도 일상생활이 무너질 정도라면 수술적 치료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치료 기준은 영상 자체가 아니라, 그 병변이 실제로 어떤 증상을 일으키고 있는가에 있다는 설명이다.
고령 환자 수술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여 원장은 "요즘 80대, 90대 환자들은 예전과 비교해 건강관리를 잘하고, 조기 진단과 치료 기회도 많아졌다"며 "실제로 수술을 고민하고 시행하는 고령 환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나이보다 중요한 것은 기저질환과 뼈 상태다. 그는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질환이 있는지, 마취를 견딜 수 있는지, 골다공증은 없는지 등을 먼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수술 기법은 최소침습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내시경 수술은 절개가 작고 근육 손상이 적어 회복이 빠르고, 유합술 역시 근육 손상을 줄이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사진보다 증상, 결정은 환자"…성공 치료는 기능 회복까지
여 원장이 여러 차례 강조한 대목은 '의료적 양심'과 '설명의 책임'이었다. 척추 치료는 병원마다 주력 분야가 달라 설명이 달라질 수밖에 없고, 그 탓에 환자들이 더 혼란을 겪는다는 것이다. 그는 "그래서 더더욱 의사가 자신의 방식만 밀어붙여선 안 된다"며 "사진상 이상이 있다고 곧장 수술을 권하지 않고, 실제 주증상과 불편 정도부터 본다"고 말했다.
최종 선택은 환자에게 맡겨야 한다는 원칙도 분명했다. 여 원장은 "같은 검사 결과를 놓고도 어떤 분은 너무 아파 수술을 원하고, 어떤 분은 버틸 만하다고 말한다"며 "척추 치료는 삶의 질과 만족의 문제이기 때문에 최종 결정은 환자 본인이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필요하면 다른 병원 의견도 들어보고 결정하라고 권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생각하는 성공적인 척추 치료는 통증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여 원장은 "수술은 통증을 줄이는 과정일 뿐, 이후 기능을 회복하고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치료 이후엔 바른 자세, 꾸준한 운동, 충분한 영양 섭취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특히 고령 환자일수록 근육 유지와 단백질 섭취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여 원장은 향후 역할에 대해 "고령화가 심해질수록 척추 질환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민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지역사회에서 믿고 찾아올 수 있는 척추 전문의로서, 환자들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 치료를 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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