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대구시장 국민의힘 공천 레이스 결산 관련 그래픽. <그래픽=생성형AI>
6·3지방선거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추경호(대구 달성군) 의원이 26일 확정되면서 지난해 말부터 4개월여 간 이어진 공천 레이스가 막을 내렸다. 현역 의원 5명이 동시에 출사표를 던지며 시작된 후보 난립 국면은 컷오프(공천 배제) 강행과 가처분 신청, 무소속 출마 압박 등 굴곡을 거친 끝에 추 의원을 보수 단일후보로 내세우는 형태로 봉합됐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공천 잡음으로 실망한 대구시민들의 마음을 돌려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 현역 대거 참전으로 조기 점화된 경선전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전은 지난해 12월29일 추 의원의 출마선언으로 사실상 조기 점화됐다. 이후 주호영(대구 수성구갑)·윤재옥(대구 달서구을)·유영하(대구 달서구갑)·최은석(대구 동구-군위군갑) 의원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홍석준 전 의원, 이재만 전 동구청장, 김한구 전 달성군 새마을협의회 감사 등 9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2일 오전 대구시당에서 오는 지방선거 대구시장 공천과 관련해 대구지역 국회의원들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현역의원 5명이 한꺼번에 도전장을 낸 것은 대구가 보수진영의 핵심 거점이라는 상징성 및 광역단체장을 통한 추후 정치적 도약이 가능하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됐다.
판도가 출렁인 결정적 계기는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출마였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행진과 맞물려 김 전 총리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을 앞서는 결과가 나오자, 대구 민심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당내에서 확산됐다.
위기감 속에 공관위가 꺼낸 카드는 '중진 정리'였다.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이정현 전 의원은 지난달 22일 주 의원과 이 전 위원장 등을 동시에 컷오프하고 추경호·유영하·윤재옥·최은석 의원과 홍석준 전 의원, 이재만 전 청장 등 6명을 경선 대상으로 결정했다.
당초 이 위원장이 시사했던 '현역 중진 대거 컷오프' 방침에서는 한 발 물러섰지만, 8명 전면 경선이 점쳐졌던 당시 분위기와는 크게 다른 것이어서 국민의힘은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결정에 따라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경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당사 앞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무소속 출마 점쳐졌지만 '선당후사' 선택
컷오프된 두 후보는 즉각 반발했다. 주 의원은 서울남부지법에 컷오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이 전 위원장은 선거운동을 이어 나갔다. 이들은 경선 재실시를 요구하면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며 당을 압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시장 선거판은 혼돈에 빠졌다. '3자 구도'로 보수 표심이 분열될 경우 민주당 김 전 총리에게 승리를 안길 수 있다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제기됐고, 컷오프 잡음에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에 등을 돌린 지역민심도 확인됐다.
전환점은 사법부의 판단과 '추가 경선은 없다'는 당의 강경한 입장이었다. 서울고법은 지난 22일 주 의원의 컷오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항고를 기각했다.
결국 주 의원은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위원장도 경선 마지막 날인 25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결국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들 모두 보수진영이 분열될 경우 민주당의 높은 지지세에 밀려 '필패'할 것이란 우려에 이런 결단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다만 지역 정가에서는 이번 경선이 끝이 아닌 시작으로 본다. 표면적으로는 보수 단일후보 구도를 만들어내며 분열을 막아냈지만, 공천 갈등이 남긴 상흔과 앙금이 작지 않다는 것이다.
◆ 현역 3인 가능성 엿보였다
지난 10일 국민의힘 소속 대구시장 공천신청자들이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민의힘 당사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있다. 영남일보DB
지역 정가에선 대구시장 경선에서 낙마한 국회의원 3명이 각자의 정치적 가능성을 입증할 무대를 마련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약진은 본경선까지 오른 유영하 의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 출신으로 22대 국회 입성 1년여 만에 다선 의원들을 제치고 본경선까지 올라선 것 자체가 정치적 체급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4선 중진 윤재옥 의원은 예비경선 단계에서 탈락했지만, 원내대표 등을 역임한 의정 경험과 안정적 이미지를 부각했다는 평가다. 때문에 향후 당 지도부 도전이나 5선 도약 과정에서 이번 경험이 자산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초선이자 대기업 출신으로 화제를 모은 최은석 의원 역시 중진들 사이에서 '세대교체' 카드로 부각되며 인지도 상승 효과를 거뒀다. 초선이 광역단체장 경선에 뛰어든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당내 차세대 주자 그룹으로의 진입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는 평가다.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