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의 창으로 바라본 한반도] 북한여자축구단 방한에 쏠린 눈…“남북관계 진전? 희망회로 접어야”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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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5-13 19:27  |  수정 2026-05-15 08:50  |  발행일 2026-05-14
전문가들 “남북관계 개선 무관”
두 국가론 따른 정상국가 자격 참가
김기웅 “국제대회일 뿐 확대해석 말아야”
북한의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출전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  대한축구협회는 2025-2026 AWCL 4강전에서 수원FC 위민을 상대하는 내고향의 방한이 확정됐다고 4일 밝혔다. 북한 선수가 한국에서 열린 스포츠 대회에 출전한 건 2018년 12월 인천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가 마지막이다. 사진은 지난 2025년 11월 15일 미얀마 양곤에서 열린 AWCL ISPE(미얀마)와의 경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는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 연합뉴스

북한의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출전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 대한축구협회는 2025-2026 AWCL 4강전에서 수원FC 위민을 상대하는 내고향의 방한이 확정됐다고 4일 밝혔다. 북한 선수가 한국에서 열린 스포츠 대회에 출전한 건 2018년 12월 인천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가 마지막이다. 사진은 지난 2025년 11월 15일 미얀마 양곤에서 열린 AWCL ISPE(미얀마)와의 경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는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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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일 AFC 주관 여자축구 대회를 계기로 북한 여자축구단의 방한이 확정됐다. 정치권에선 이를 두고 남북관계 진전 신호로 해석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북한 선수들의 방문을 계기로 남북 대화가 열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통일부 측도 최근 브리핑에서 "이 행사가 잘 시작돼야 한다는 데 의미를 두고 좋은 선례를 만들기 위해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여자축구단의 방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천명한 '두 국가론'이 시스템 차원에서 작동한 결과일 뿐 남북관계 개선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북한 및 외교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남북 관계는 2023년 12월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뒤 경색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대북 유화 정책에도 북한은 '조한(조선·한국) 관계'를 되돌릴 수 없다고 지속해서 밝힌 바 있다. 때문에 이번 '축구 외교'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지만 큰 의미가 없으며 오히려 '두 국가'의 의미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 호주서 확인된 '두 국가론'…지원은 챙기고 외교채널은 차단


정치권에선 이번 북한 여자축구단의 남한행이 철저히 '국가 대 국가'의 관계에서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선언으로 봐야한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확고한 국가운영 매뉴얼에 따라 국제행사에 정상국가 자격으로 참여하는 지극히 계산된 수순이라는 평가다.


북한 전문가들은 지난 3월 호주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상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호주 한인 교민들은 응원단을 꾸려 북한 여자 축구대표팀을 응원했다.


특히 영남일보 취재 결과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의 주력인 최일선 선수가 인대 파열로 수술이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종교계 채널과 한국 측의 비공식 협조를 통해 의료 지원이 이뤄진 정황도 함께 확인됐다. 최 선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평소 활약과 건강상태를 확인할 정도로 북한 권력층에서 주목하는 인물로 전해졌다.


북한은 이를 '재외 교민의 호의'로 처리해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남한이 아닌 호주인들의 지원으로 인식해 이를 수용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응원단이 내건 플래카드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정식 국호가 그대로 표기됐으며, 응원단장과 선수단, 한은경 북한축구협회 부회장 겸 AFC 집행위원의 식사 자리 등도 사실상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영남일보가 입수한 지난 3월 호주에서 열린 AFC 여자 아시안컵 당시 북한 한은경 단장 및 북한 여자 축구단 최일선 선수가 우리 교민들과 만난 모습. 텔레그램 화면 캡처

영남일보가 입수한 지난 3월 호주에서 열린 AFC 여자 아시안컵 당시 북한 한은경 단장 및 북한 여자 축구단 최일선 선수가 우리 교민들과 만난 모습. 텔레그램 화면 캡처

익명을 요구한 대북 소식통은 영남일보 기자와 만나 "북한이 외부 의료 지원을 받아들였다는 사실 자체가 평양 최고위층의 사전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선수의 부상과 치료, 응원단 운영, 본국 보고가 하나의 패키지로 굴러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체제상 외부 자원의 이 정도 수용은 중간 간부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평양 최고위의 사전 가이드라인이 현장 단위까지 내려와 있었다는 정황이라는 것이 이 소식통의 진단이다.


반면 한은경 부회장이 출장을 위해 베이징에 모습을 드러냈을 당시 한국 측 5개 안팎의 채널이 접촉을 시도했지만 모두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북 소식통은 이에 대해 "평양은 응원단·종교·교민 채널은 열어두면서 정식 외교·정보 채널은 차단하는 '선택적 통로 운용'을 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지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지원을 받아들인 것은 두 국가인 만큼 취사 선택을 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수원에서도 같은 패턴 반복될 것


전문가들도 북한의 '두 국가론' 체계에서 한국은 같은 민족이 아니라 '다른 나라'로 규정되며 국제대회에 정상국가 자격으로 참가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들의 노선에 부합한다고 보고 있다. 최근 북한 헌법상 영토 조항 신설은 이 같은 자기규정을 제도화한 장치라는 해석도 이를 뒷받침 한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이 지난 7일 국정원 보고 후 브리핑을 열었다. 영토 조항 신설에 대해 국정원은 "단절은 분명히 하지만 대한민국에 대한 공세적 의미보다는 현상유지 및 상황관리에 방점을 뒀다"고 평가했다. 축구단 방한에 대해서도 국정원 측은 "특별히 큰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긍정적으로 본다는 수준"이라며 "남북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일절 발언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17일 수원 경기에서도 호주에서의 상황이 그대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통일부가 지난 7일 북한이 남북관계를 '두 개 국가관계'로 규정한 터라 선수단 일행이 여권을 제출해 입국심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표명할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것도 주목된다.


방남 허가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절차로, 승인을 받은 북측 인사에게는 남한 방문증이 발급된다. 북한이 외국이 아닌 만큼 입국심사 본인 확인에서 방문증이 여권·비자를 대신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북한이 남북관계를 '별개 국가'로 규정한 터라 선수단 일행이 여권을 제출해 입국심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지난 12일 경유 훈련지인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축구단은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전을 치르기 위해 방남 예정이다. 연합뉴스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지난 12일 경유 훈련지인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축구단은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전을 치르기 위해 방남 예정이다. 연합뉴스

한 북한 전문가는 "호주에서 이미 두 국가 프레임이 작동했고, 한국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작동할 것"이라며 "(남측이) 남북관계 진전 신호로 환영하는 그 순간 평양은 자기 프레임을 한 번 더 굳히게 된다"고 말했다.


◆ 김기웅 "축구대회 확대 해석 경계해야"


통일부 차관 출신인 국민의힘 김기웅(대구 중구-남구) 의원도 "국제대회는 남북 문제와 관계가 없는 것"이라면서 "북한 입장에서는 마치 UN 회의나 올림픽에 참석하는 것과 같은 당연한 행보"라고 말했다.


더욱이 지방선거 상황 등 외교적으로 민감한 상황에서 북한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도 낮다는 것이 김 의원의 지적이다. 김 의원은 이번 북한 진보 정권 인사들이 정치적으로 '한 건'을 노리거나 무리하게 물밑 접촉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북한 측은 당 고위층의 결정에 따라 '우리는 경기하러 왔지 당신들과 밥 먹으러 오지 않았다'며 딱 잘라 거절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선수단 역시 파견 전 "체육 경기 외에는 남측과 일절 대화하지 말라"는 엄격한 지침을 받고 내려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또 "북한 입장에서 선거에 도움 될 말은 일절 하지 않을 것" 이라며 "결국 이번 축구단 방남이 남북관계의 변수가 되기는 어렵다. 북한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많이 떨어진 상태라 정치적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경기장 응원 문화에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남측 응원단이 선의로 '한반도기'를 흔들 경우, 북한 측에서 항의하며 치워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이 최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두 국가' 기조에 따라 '우리는 하나다'라는 식의 접근이나 구호를 오히려 불편해할 것이며, 이로 인해 남측 응원단이 어떻게 응원해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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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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