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 경북본사 피재윤
2018년 겨울, 경북 예천은 지역 발전이나 정책이 아닌 군의원의 해외연수 논란으로 전국 뉴스의 중심에 섰다. 캐나다 해외연수 과정에서 예천군의회 부의장이 현지 가이드를 폭행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주민 혈세로 진행된 공무국외연수는 국제적 논란으로 번졌고 예천이라는 이름 역시 전국적 비판의 대상이 됐다.
당시 폭행 당사자는 사건 초기 폭행 경위를 축소하는 취지의 해명을 내놨지만, 이후 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피해자는 상해를 입었고 현지 경찰까지 출동했다. 사건은 단순 폭행을 넘어 외유성 연수와 공직자 윤리 문제로 확산되며 지방의회의 책임성과 품격 논란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폭행 사건만이 아니었다. 이후 외유성 연수 논란, 과도한 출장비 문제, 부실한 연수 보고서, 관광성 일정 의혹 등이 잇따라 제기됐다. 주민들이 분노했던 이유 역시 단순한 개인 일탈이 아니라 주민 세금으로 진행된 공무 연수 과정에서 드러난 부적절한 처신과 책임감 부족 때문이었다.
결국 폭행 당사자는 군의회에서 제명됐다. 당시 주민들은 '의원 전원 사퇴'를 요구하며 항의했고, 예천 농산물 불매운동까지 이어졌다. 지역 농민과 상인, 군민들은 자신들과 무관한 일로 전국적 비판을 감내해야 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지금, 당시 논란의 당사자가 다시 군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지난 지방선거에 이어 또다시 배지를 달겠다고 나선 것이다. 법적으로는 출마에 문제가 없다. 그러나 법적 가능 여부와 별개로 주민들이 느끼는 정치적·도덕적 판단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재출마는 지역사회에 여러 질문을 던진다. 시간이 흐르면 과거 논란도 자연스럽게 잊히는 것인지, 중대한 공직 윤리 논란을 겪었던 인물에게 주민들은 어떤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다. 지역 기반 정치 특성상 인물과 조직 중심 선거가 반복되다 보면 공직 윤리에 대한 기준 역시 느슨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초의원은 주민과 가장 가까운 권력이다. 주민 삶과 맞닿은 예산과 행정을 다루는 만큼 더 높은 윤리 기준이 요구된다. 특히 주민 신뢰는 기초의회 운영의 가장 기본적인 토대다. 과거 국제적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 충분한 사회적 책임과 성찰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한 검증 요구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정치인은 실수할 수 있다. 그러나 공직자의 품격은 사고 이후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에 따라 평가받는다. 얼마나 책임을 졌는지, 얼마나 반성했는지, 다시 공적 권한 앞에 얼마나 신중한지가 중요하다. 이번 재출마를 바라보는 복잡한 시선 역시 그 지점에서 비롯된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런 논란이 반복될 경우 지방정치 전반의 윤리 기준 자체가 무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중대한 공직 윤리 논란 이후에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정치권에 복귀할 수 있다는 인식이 굳어진다면 결국 피해는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배지는 명예 회복 수단이 아니다. 주민이 맡긴 권한과 책임의 상징이다. 그 신뢰를 한 차례 흔들었던 인물이 다시 그 자리를 요구한다면 주민들은 더욱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예천군민은 아직 그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선거철마다 당시 논란이 다시 소환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잊을 권리는 있다. 하지만 공직 사회에서의 책임과 평가는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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