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미 월드컵] 손흥민의 눈물 VS 홍명보의 오만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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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6-28 17:15  |  발행일 2026-06-28
48개국 확대에도 최종 34위 추락… ‘브라질 저점’ 경신한 사상 최악의 참사
황금세대 앞세우고도 ‘1년짜리 스리백’ 고집, 2018년 이후 8년 만에 조별리그 탈락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27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옆으로 홍명보 감독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27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옆으로 홍명보 감독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홍명보의 축구는 틀렸다. '손흥민 보유국'이란 대한민국의 프리미엄을 전혀 살리지 못했고 '1년짜리 스리백'은 공 돌리기만 하다 정작 골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과정의 불공정을 성적으로 돌파하겠다던 그의 오만은 참사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이제 한국 축구가 그에게 허락할 관용의 자리는 없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해온 한국 축구대표팀은 대회 조별리그 마지막 날인 28일(이하 한국시각) J·K·L조 경기 결과 조3위 12개 팀 중 10위로 내려앉았다. 32강 진출의 마지노선인 8위 밖으로 밀려나 탈락이 확정됐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2018 러시아 대회 이후 8년 만의 일이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참가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된 가운데 한국의 최종 순위는 34위다. 32개국이 경쟁한 예전 대회 기준으로 따지면 본선 진출도 하지 못한 것이나 다름없다. 승점 1에 그쳤던 2014년 브라질 대회의 '저점'을 경신한 '사상 최악의 월드컵'이다.


◆손흥민의 '눈물'


이번 대회는 '에이스' 손흥민의 네 번째 월드컵이었다.


막내로 나선 2014년 브라질 대회와 주축으로 분투한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서 연거푸 탈락의 눈물을 쏟았던 그는 2022년 카타르 대회 조별리그 포르투갈과 최종전에서 후반 46분 황희찬(울버햄프턴)의 극적인 결승 골을 어시스트하며 마침내 16강 진출의 감격을 누렸다.


하지만 북중미에서 받아 든 성적표는 또다시 짙은 아쉬움뿐이었다. 앞선 세 차례 대회에서 3골을 기록, 박지성·안정환과 함께 한국인 통산 최다 득점 공동 1위였던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 단독 1위 등극을 노렸다.


새 역사를 겨냥한 채 조별리그 1, 2차전에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쉴 새 없이 상대 수비를 흔들었지만, 골 운이 따르지 않았다. '캡틴' 손흥민을 필두로 역대 최고 수준의 '황금 세대'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정작 그가 출격한 4차례의 월드컵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한 것은 단 한 번뿐이라는 뼈아픈 현주소만 재확인했다.


홍명보 감독은 체코전에서는 후반 24분, 멕시코전에서는 후반 12분에 그를 일찌감치 벤치로 불러들였다. 마지막 남아공전에서 홍 감독은 손흥민을 선발에서 제외한 뒤 후반전 '조커'로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손흥민은 끝까지 상대의 촘촘한 수비벽과 거친 압박 속에서 어떻게든 빈틈을 노렸으나, 고대하던 득점포는 결국 침묵했다. 다음 월드컵이 열릴 때면 손흥민의 나이는 만 나이로 37세가 된다.


◆홍명보의 '오만'


홍명보호는 '스리백 전술'을 고집해 실패했다. 홍 감독이 스리백 전술을 본격적으로 대표팀에 이식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년 전부터다.


지난해 7월 동아시안컵에서 스리백을 처음 가동한 뒤 9월 미국 원정 평가전에서 미국에 2-0 승리, 멕시코와 2-2 무승부를 거두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후 스리백은 홍명보호의 '플랜 A'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브라질에 0-5로 참패하고 올해 3월 코트디부아르(0-4), 오스트리아(0-1)에 연패하면서 스리백을 향한 의구심이 증폭됐다.


그런데도 홍 감독은 수비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삼아 스리백 전술을 밀어붙였다. 이번 대회 3경기 모두 스리백을 가동했다.


결국, 홍 감독의 스리백 축구는 '자리 지키기'에 방점이 찍혔다.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안전하게 볼을 돌리는 데 치중하다 보니 승부에 소극적이었다.


수치가 이를 방증한다. 조별리그 마지막 날 경기를 남겨놓은 시점 기준으로 한국의 패스 횟수는 1천853회로 48개 참가국 중 스페인, 독일에 이어 3위였다. 패스 정확도도 89%로 독일, 모로코 등과 공동 9위에 올랐다. 수치만 보면 화려하다.


하지만 정작 승리는 한 번에 그쳤다. 뒤로 돌리는 패스만 넘쳐났을 뿐, 골을 만들어내는 전진 패스와 과감한 시도는 턱없이 부족했다. 볼은 소유하고도 위협하지는 못한 셈이다.


승리하려면 골이 필요하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소극적 축구로 일관해서는 절대 승리하지 못한다는 걸 홍명보호가 보여줬다.


박찬하 축구 해설위원은 "남아공전은 대한민국 축구 사상 최악의 경기"라면서 "앞으로 갈 생각이 없는, 두려움에 떤 축구라는 점에서는 체코, 멕시코전 역시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홍명보 감독은 0-1로 지고 있어도 뒤집으려고 하지 않고, 한 골 더 먹어 0-2로 지는 걸 두려워하는 축구를 했다"면서 "대체 뒤로만 공을 돌리는 '뒤키타카'로 뭘 하려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앞서 홍 감독은 브라질 월드컵에서 '의리 축구' 논란 속에 1승도 거두지 못하고 1무 2패로 쓸쓸하게 발길을 돌리며 축구 인생 최고의 시련을 겪었다. 당시 홍 감독이 대표팀을 이끈 1년간의 성적은 5승 4무 10패였다.


2024년 7월 홍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에 다시 오른 뒤에는 선임 과정에서의 불공정 논란이 이어지며 한국 축구에 깊은 상처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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