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장 발언대]45년 신평골목 지킨 윤숙자 통장 “도시재생도 사람사는 이야기부터 봐야”

  •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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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5-16 11:12  |  발행일 2026-05-16
금오공대 시절 활기 기억하는 신평1동 7통…주차난·빈방 문제 속 주민중심 변화 모색
윤숙자 구미시 신평1동 7통장 <박용기 기자>

윤숙자 구미시 신평1동 7통장 <박용기 기자>

구미시 신평1동 7통은 세월이 켜켜이 쌓인 주택들이 골목을 따라 이어진 동네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보다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이 많고, 젊은 세대보다 한 곳을 오래 지켜온 주민들이 많은 곳이다. 이 동네의 변화와 주민들의 사정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이 윤숙자 신평1동 7통장이다.


윤 통장은 1981년 1월 결혼과 함께 신평에 들어왔다. 당시 그의 나이는 스물네 살이었다. 이후 한 차례 집을 옮긴 것 말고는 45년째 신평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처음 왔을 때는 지금처럼 동네가 형성돼 있지도 않았다. 집 몇 채가 있고, 주변은 벌판에 가까웠다"며 "신평 초등학교 앞에도 물웅덩이가 있어 아이들이 뛰어놀던 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윤 통장에게 신평은 시부모를 23년 동안 모시고, 아이들을 키웠으며, 이웃들과 함께 나이 들어온 삶의 터전이다. 2001년 마을 부녀회 활동을 시작한 뒤 동 부녀회장, 신평1동 주민자치위원장, 청소년 상담봉사 등 지역 활동도 꾸준히 이어왔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통장을 맡았고, 지난해 다시 7통장을 맡았다.


그는 "이 동네는 오래 사신 분들이 많다. 40년 넘게 사신 분들도 적지 않다"며 "오래 살다 보니 어느 집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고 말했다.


윤 통장은 통장의 일이 주민 생활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물품나눔 때 어려운 이웃에게 물품을 전달하고, 경로당을 찾아 어르신들의 불편을 듣는다. 동행정복지센터의 소식을 주민에게 전하고, 행정 절차를 몰라 답답해하는 주민들에게 설명해주는 일도 그의 몫이다.


현재 마을의 가장 큰 고민은 주차 문제다. 윤 통장은 "신평 상권이 살아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주택가 주민 입장에서는 주차 불편이 커지고 있다"며 "큰길에는 차를 세우기 어렵다 보니 차량이 골목 안으로 들어온다. 내 집 앞에 남이 차를 세워도 쉽게 빼달라고 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가 오래전부터 품었던 또 하나의 생각은 도시재생이다. 금오공대가 있던 시절, 신평 일대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다가구주택 2층 방마다 학생들이 살았고, 골목에는 젊은 활기가 있었다. 그러나 대학 이전 이후 빈방이 늘었다. 윤 통장은 한때 이 빈 2층 공간을 활용해 금오공대 졸업생과 가족들이 머물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로 꾸미는 방안도 구상했다.


윤 통장은 "예전에는 이 동네가 금오공대생들이 살던 곳이나 마찬가지였다"며 "졸업생들이 자녀를 데리고 와서 아버지가 학교 다니던 동네를 둘러보고, 하룻밤 묵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이 연세가 많고 추진 과정에 대한 부담도 커서 시작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윤 통장은 사회복지사 2급 자격을 취득했고, 청소년 상담봉사도 10년 가까이 했다. 그는 "봉사를 해보면 내가 얼마나 감사한 삶을 살고 있는지 알게 된다"며 "내 자식들이 잘 자라준 것, 집안에 큰일 없이 살아온 것, 이웃과 함께 지내온 것이 모두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행정이 미처 보지 못하는 이야기를 보고, 주민들이 말하기 어려운 불편을 대신 전하고 싶습니다. 신평이 다시 활기를 찾으려면 골목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부터 살펴야 합니다."


윤 통장은 앞으로도 주민과 행정 사이의 가교 역할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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