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4년이 지났으나 기초·광역자치단체 사이에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갑을(甲乙)'의 위계와 서류 중심의 행정관습이 견고하다. 예산과 인허가권을 쥔 광역단체의 처분만 기다리는 수동적 태도는 지역경쟁력을 갉아먹는다. 반면 지난 14일 구미시의 '도청 점령'에 가까운 소통행보는 지방행정의 문법을 바꾼 신선한 충격이다.
정성현 구미부시장과 100여명의 간부공무원이 경북도청을 찾아가 22개 부서를 방문한 '구미 DAY'는 결코 의례적 방문이 아니었다. 실무진이 40여건의 현안을 놓고 도청 담당자들과 머리를 맞댄 것은 공문 뒤에 숨지 않는 '영업하는 지자체'의 진면목을 보여준 것이다.
구미시가 경북도에 요청한 굵직한 사업에는 절박함의 깊이가 느껴진다. △김천~구미~신공항 철도의 제5차 국가철도망 계획 반영 △동구미역 신설 및 대구경북선 예타 통과 △방위산업 소재·부품 특화단지 지정 △AX(AI전환) 실증산단 구축 등은 구미의 미래 50년을 결정지을 프로젝트다. 고무적인 것은 기초·광역의 관계설정이 '상명하복'이 아닌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느낀 황명석 경북도지사 권한대행이 오히려 "고맙고 감사하다"고 화답한 것이다.
구미시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구미시장 권한대행과 실무진이 정부세종청사 5개 부처를 찾아가 내년도 예산확보를 위한 '속도전'에 방아쇠를 당겼다. 구미시민 15만여명의 서명부와 함께 대구경북 광역철도 조기 추진을 국토부에 건의해 예산편성의 골든타임을 지키려는 세일즈 행정의 정석을 보여줬다. 각자도생의 길을 넘어 유기적인 '원팀(One Team)' 플레이를 발휘한 '발로 뛰는 행정구미 DAY'가 지방자치의 새로운 협치 모델로 뿌리내리길 기대한다.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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