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특집]주왕산 천년고찰 대전사, 상처 위에 자비의 등을 밝히다

  • 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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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5-19 15:06  |  발행일 2026-05-19
부처님오신날 앞둔 청송의 산사…화마와 슬픔을 품고 위로의 공간으로
청송 주왕산 대전사 전경. <정운홍 기자>

청송 주왕산 대전사 전경. <정운홍 기자>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대전사 앞마당에는 봉축연등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정운홍 기자>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대전사 앞마당에는 봉축연등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정운홍 기자>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청송 주왕산 대전사는 어느 해보다 조용하면서도 깊은 기도의 시간을 맞고 있다. 봄빛은 산문 앞까지 내려왔지만, 이 산사가 품은 계절의 의미는 가볍지 않다. 지난해 대형산불의 위협을 가까스로 넘긴 데 이어, 최근 주왕산을 찾았던 초등학생 강군이 숨진 채 발견되는 안타까운 사고까지 겹치면서다. 그럼에도 대전사는 다시 연등을 달고, 상처 입은 마음들을 위해 자비의 불빛을 밝히고 있다.


청송군 주왕산면 공원길에 자리한 대전사는 주왕산국립공원을 찾는 이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천년고찰이다. 사찰 뒤편으로는 주왕산을 대표하는 기암이 병풍처럼 솟아 있고, 그 아래 보광전이 단정하게 앉아 있다. 산세의 웅장함과 사찰의 고요함이 한 화면에 담기는 풍경은 대전사를 청송 불교문화의 상징으로 만든다.


대전사는 신라 문무왕 12년인 672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전해진다. 사찰 이름은 주왕산 설화 속 주왕의 아들 대전도군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래 큰 사찰이었지만 여러 차례 화재로 상당 부분 소실됐고, 지금은 보광전을 중심으로 관음전, 명부전, 응진전, 산령각, 요사채 등이 남아 있다. 경내 곳곳의 주초석은 옛 사찰의 규모를 짐작하게 한다.


대전사의 중심은 보물로 지정된 보광전이다. 보광전은 임진왜란 때 불탄 뒤 조선 현종 13년인 1672년 중창된 불전으로, 2008년 국가지정유산 보물로 지정됐다. 화려하게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오래 버틴 목조건축의 깊이를 보여주는 건물이다. 처마 아래에 서면 기암의 거친 선과 불전의 부드러운 선이 맞물리며, 자연과 신앙이 서로를 받쳐온 시간을 느끼게 한다.


대전사는 역사 속에서도 화마를 여러 번 견뎌낸 사찰이다. 지난해 3월 경북 북동부를 덮친 대형산불 당시에도 주왕산 일부가 피해를 입었고, 대전사 뒤편 산등성이까지 불길이 번지면서 사찰은 긴박한 시간을 보냈다.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반출과 방어가 검토될 만큼 위기감이 컸지만, 다행히 사찰 경내는 직접 피해를 피했다. 연등을 준비하는 올해의 대전사가 더 각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최근의 사고는 또 다른 슬픔으로 남았다. 지난 10일 가족과 함께 주왕산을 찾았던 강군은 홀로 산행에 나섰다가 연락이 끊겼고, 이틀 뒤 주봉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주왕산은 아름다운 절경을 품은 산이지만, 동시에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겸손해야 하는지를 다시 일깨웠다.


그래서 올해 대전사의 부처님오신날은 축제의 의미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연등 하나하나에는 무사와 평안을 비는 마음, 갑작스러운 이별을 겪은 이들을 향한 위로, 산불의 상처를 딛고 다시 일어서려는 지역의 염원이 함께 담긴다. 부처의 자비는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그 곁에 머무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대전사의 불빛은 바로 그 자리를 향하고 있다.


주왕산을 찾는 탐방객에게 대전사는 산행의 출발점이자 마음을 가다듬는 쉼표다. 바쁜 발걸음으로 지나치기 쉬운 사찰 앞마당에 잠시 멈춰 서면, 천년의 시간과 오늘의 기도가 한곳에 머물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대전사는 말없이 전한다. 어둠을 겪은 자리에도 등은 다시 켜지고, 상처를 품은 산사에도 봄은 다시 찾아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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