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특집] 팔공산 동화사 “마음의 등불 켜 자비와 평화의 세상으로”

  •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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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5-19 15:03  |  발행일 2026-05-19
대구·경북 불교의 상징이자 지역민의 안식처 ‘동화사’
미움보다 사랑을, 비난보다는 격려를
“시민 누구나 찾아와 쉬고, 배우고, 치유받는 공간될 것”
대구 동화사 주지인 선광스님이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영남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동화사는 단순한 종교 시설을 넘어, 지역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문화적 자산이자 정신적인 쉼표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숙명이자 소명이라고 말했다. 이윤호 기자 yoonhohi@yeongnam.com

대구 동화사 주지인 선광스님이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영남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동화사는 단순한 종교 시설을 넘어, 지역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문화적 자산이자 정신적인 '쉼표'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숙명이자 소명"이라고 말했다. 이윤호 기자 yoonhohi@yeongnam.com

동화사 전경. <동화사 제공>

동화사 전경. <동화사 제공>

동화사 대웅전. <동화사 제공>

동화사 대웅전. <동화사 제공>

지난 16일 오후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및 2·28자유광장 일대에서 열린 형형색색 달구벌 관등놀이에 불자와 시민들이 연등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동화사 제공>

지난 16일 오후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및 2·28자유광장 일대에서 열린 '형형색색 달구벌 관등놀이'에 불자와 시민들이 연등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동화사 제공>

오는 24일은 불기 2570년 '부처님오신날'이다. 올해 부처님오신날 봉축 표어는 '마음은 평안으로, 세상은 화합으로'다. 올해 부처님오신날의 진정한 의미는 밖으로 향하던 시선을 안으로 돌리는 데 있다. 내 마음의 화를 다스리고 그 자리에 자비의 씨앗을 심는다면, 내가 서 있는 그 자리가 바로 극락이 될 수 있단 뜻이다.


◆팔공산 천년고찰 동화사, 마음의 등불로 세상을 밝히다


팔공산 자락에 자리한 동화사는 대구·경북 불교의 상징이자 지역민의 안식처 같은 사찰이다. 동화사를 찾으면 천년고찰의 엄숙함과 고요함이 먼저 방문객을 맞는다. 경내에 들어서면 시간이 조금 느려지는 느낌을 받는다. 바쁜 일상에 쫓기던 마음은 가라앉고,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불기 2570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동화사가 사회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동화사 주지 선광스님은 "지금 우리 사회는 고도의 물질적 풍요 속에 살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빈곤하고 날이 서 있다"며 "나를 깨우고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각자의 마음속에서 먼저 켜지기를 염원한다"고 올해 부처님오신날의 의미를 설명했다.


동화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로, 팔공산을 중심으로 대구·경북 불교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동화사는 신라시대인 493년 창건됐고, 832년 신라 흥덕왕 7년에 왕사 심지가 중창한 사찰로 전해진다. 오랜 세월 지역 불교문화의 중심에 서 온 동화사는 임진왜란 당시에는 사명대사가 승군을 지휘하고, 의병을 모집·훈련한 호국불교의 현장이기도 하다.


동화사의 의미는 단순히 오래된 사찰이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역민에게 동화사는 위로와 의지의 공간이었다. 전쟁과 재난,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갈등의 시간을 지나며 대구·경북 시도민이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안식처로 자리해 왔다.


선광스님은 "동화사는 1천5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대구·경북의 흥망성쇠를 함께해 온 호국불교의 상징"이라며 "팔공산의 기운이 서린 통일약사대불이 중생의 아픔을 보듬듯, 동화사는 지역민들이 힘들 때 언제든 찾아와 기댈 수 있는 큰 나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종교 시설을 넘어, 시도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문화적 자산이자 정신적인 '쉼표'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동화사가 짊어진 숙명이자 소명"이라고 덧붙였다.


◆'자비'와 '평화'로 지역사회에 온기를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동화사가 강조하는 핵심 가치는 '자비'와 '평화'다. 경기 침체, 민생 불안, 세대 간 단절, 정치·사회적 갈등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공동체 의식이 약해지는 시대일수록 주변에 온기를 전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선광스님은 대구·경북 시도민을 향해 "우리는 예로부터 어려울수록 뭉치고 서로를 보듬는 강인한 정신력을 가졌다"며 "경제가 어렵고 삶이 팍팍하다고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것은 서로를 향한 자비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비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이웃의 슬픔에 공감하고 내 것 하나를 기꺼이 나누는 따뜻한 손길이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이라며 "미움보다는 사랑을, 비난보다는 격려를 보내는 상생의 문화를 먼저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신 것은 자비이고, 자비는 생명 존중이며, 생명 존중은 곧 평화"라며 "지금 지구촌 곳곳은 전쟁과 갈등으로 신음하고 있으며, 우리 이웃들 또한 고물가와 고통 속에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부처님 오신 날을 통해 위로를 받고 서로 보듬는 자비의 마음이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턱 낮춘 사찰, 시민 곁으로 더 가까이


동화사는 올해 봉축 법요식과 연등행사를 통해 팔공산 일대를 환하게 밝힐 예정이다. 선광스님이 이사장으로 있는 대구불교총연합회는 지난 16일 두류운동장에서 달구벌 관등놀이를 열고 시민과 함께 평화를 기원하는 법회를 봉행했다. 동화사는 부처님오신날 당일인 24일에도 찬란한 연등으로 사찰과 산문을 장엄한다.


올해 동화사의 또 다른 과제는 '문턱을 낮추는 사찰'이다. 선광스님은 "동화사의 문턱을 더 낮추고 시민들께 더 가까이 다가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찰이 불자만의 공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찾아와 쉬고 배우고 치유받는 열린 공간이 돼야 한다는 취지다.


그 중심에는 'K-명상' 대중화가 있다. 동화사는 현대인의 마음 치유를 위해 템플스테이를 강화하고,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명상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있다. 빠른 속도와 경쟁에 지친 이들이 팔공산 자연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마음을 정화하는 시간을 갖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전통문화의 현대화도 동화사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분야다. 대표적인 예가 '팔공산 승시 축제'다. 승시는 과거 사찰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전통 장터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행사다. 동화사는 이 축제를 더욱 내실 있게 준비해 불교문화가 대중과 어떻게 호흡할 수 있는지 보여주겠다는 계획이다.


동화사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축은 실질적인 자비 나눔이다. 선광스님은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라 실제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움이 되는 쌀 나눔과 장학 사업 등 복지 활동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동화사의 이러한 행보는 대구불교총연합회를 중심으로 한 '자비나눔 행동'과도 맞물린다. 선광스님은 "불교계가 앞장서서 종교와 국경의 벽을 허물고 인류 보편의 가치인 평화를 구현하고자 한다"며 "일등능제천년암(一燈能除千年暗), 우리가 밝히는 작은 등불 하나가 전 세계의 어둠을 걷어내는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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