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남극의 빙하가 '아래'부터 녹기 시작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최근 미국 브라운대(大) 연구진은 인류가 간과해온 '빙저(氷底) 화산'의 위험을 경고했다. 온난화로 남극 빙하가 녹으면서 지각을 누르던 압력이 감소하고, 빙하 밑에 잠들어 있던 화산들이 연쇄적으로 분화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남극의 두께 2~4㎞에 달하는 빙하 아래에는 100여 개의 화산이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활동 정지' 상태다. 빙하의 막대한 중량이 지각을 짓눌러 마그마 분출을 물리적으로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남극 빙하가 녹으면 빙저 화산의 분화가 더 잦아질 뿐 아니라, 그 위력 또한 증폭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빙하가 줄어들수록 이 '천연 압력솥'의 뚜껑이 헐거워지기 때문이다. 빙저 화산이 깨어나는 순간, 감당하기 어려운 재앙이 연쇄적으로 밀려온다. 1천℃에 달하는 마그마는 빙하를 순식간에 녹여버리고, 거대한 빙벽이 아래서부터 무너지면 해수면은 걷잡을 수 없이 상승해 세계 주요 해안 도시가 수몰 위기에 처하게 된다. 여기에 급격한 담수 유입으로 인한 해류 시스템 붕괴까지 더해지면, 기후 재앙의 악순환은 더욱 깊어진다.
문제는 이 시한폭탄의 시계가 예상보다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 재앙을 막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5℃ 상승선'은 이미 무너졌다. 지난 2023년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를 넘어선 것이 확인됐다. 빙저 화산의 분화는 미래의 가설이 아니라, 지금 당장 막아야 할 현실의 위협이다. 지구가 더는 뜨거워지지 않도록,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절실한 때다.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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