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는 '대구 정치 1번지'로 꼽히는 지역이다. 학군지와 고급 주거지, 중산층·전문직 중심 인구구조가 맞물리며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꾸준히 우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보수 일색으로만 설명되지는 않는다. 회초리를 들 때도 들었다. 2016년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6·3지방선거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를 꺾고 수성구갑에서 당선되며 전국적 주목을 받았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수성구의회에서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해 수성구의회 의장을 배출하기도 했다.
그래픽=염정빈 기자
◆ 수성구에서 가장 진보적인 동네는 고산동
수성구에서 가장 진보적인 동네는 시지지구를 아우르는 고산1·2·3동이다. 2025년 대선 기준 선거인 수는 고산1동 2만3천643명, 고산2동 1만9천592명, 고산3동 2만2천735명으로, 세 지역을 합치면 6만6천명에 가까웠다.
동시에 정치적 유동성도 가장 큰 지역으로 꼽힌다. 2025년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고산1동에서 26.2%(수성구 평균 23%)를 얻어 수성구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 고산2동과 고산3동에서도 각각 24.7%, 23.7%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63.7~66.7%대로 수성구 평균(66.6%) 수준이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 서재헌 대구시장 후보가 고산동에서 21.1~23.2%를 득표하면서 수성구 평균 18.8%를 훌쩍 뛰어넘었다.
여기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박정권 수성구청장 후보는 "고산권은 높은 주거·교육비 부담이 따르는 범어·만촌 학군지의 대안으로, 30~50대 실거주층이 꾸준히 유입되는 지역"이라며 "교사·공무원·직장인 등 중산층 실거주 비중이 높고, 현실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유권자가 많다"고 분석했다. 이어 "고산권은 총 3개의 동에 10만명이 사는 하나의 신도시"라며 "그런 만큼 공동육아·마을 커뮤니티 같은 공동체 문화가 잘 형성돼 있고, 이런 분위기가 정치 성향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동네 분위기 때문일까. 이 지역 광역의원 수성구 제3선거구엔 민주당 황혜진 후보, 국민의힘 이성오 후보, 개혁신당 서운교 후보, 무소속 김삼조 후보 등 총 4명이 출마했다. 3명을 뽑는 기초의원 라선거구에서는 민주당 2명, 국민의힘 2명, 개혁신당 1명, 정의당 1명, 무소속 2명 등 8명이나 출마했다. 비(非) 국민의힘 정당에게는 '기회의 땅'인 셈이다.
대구 수성구 법이산에서 바라본 수성구 지역 아파트. <영남일보 DB>
◆ 지산·범물권은 '보수 초강세'
지산동·범물동·상동 등은 강한 보수 지형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국민의힘 중심 표심이 견고하다. 2025년 대선 당시 범물1동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득표율은 76.7%에 달했다. 상동 75.0%, 지산1동 72.6% 등이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이들 지역에서 10%대 후반 득표율에 머물렀다. 2022년 대구시장 선거에서도 범물1동에서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 득표율은 79.3%, 상동은 80.7%에 달했다.
수성구 안에서 가장 강한 보수 결집력이 나타난 지역들로, 장기 거주 주민 비율과 중장년층 비중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수성구 지역 올 4월 고령인구 비율은 20.7%인데, 지산1동은 30.7%, 범물1동은 44.2% 등으로 수성구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30여년 전 아파트 개발로 입주한 분들이 그대로 살고 계셔서 고령화된 지역으로, 보수 지지자가 많다"며 "30년 간 같이 살다보니, 비유하자면 '옆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도 아는 시골정서가 남아 있는 동네"라고 귀띔했다. 범물동 주민 강모(65)씨는 "아이들 학교 보내려고 30년 전에 아파트에 입주해 지금까지 이 동네서 살고 있다"며 "아무래도 우리 동네는 안정성을 가장 중요시 하고, 대구의 기본 정서와 함께 가려고 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민의힘은 선거 때마다 지산·범물권의 결집력을 바탕으로 수성구 전체 우세 흐름을 유지해온 경향을 보인다. 고산동 등 일부 지역에서 민주당과 제3지대 후보 득표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더라도, 지산·범물권에서는 국민의힘 후보들이 70% 이상의 높은 득표율을 유지하는 흐름이 반복됐다.
파동은 과거 이 지역들과 함께 묶였지만, 최근 수년 간 7천세대 이상의 신축 대단지 아파트가 대거 들어서면서 보수 텃밭 내에서도 새로운 변수 지역이 됐다. 수성구 평균 집값 대비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아 젊은 층의 '내 집 마련' 수요를 흡수하면서다. 2022년 지선에서 파동 선거인 수가 1만215명이었는데, 지난해 대선에서는 1만2천209명으로 뛰었다.
2022년 대구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서재헌 후보는 파동에서 14.5%를 득표했지만, 지난해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20.6%를 득표했다. 이 지역에 출마하는 한 지방의원 후보는 "아파트 입주민 증가로 40대 여성들이 많이 유입됐다"며 "'젊은 엄마 표심'이 새롭게 생기면서 국민의힘에게 파동은 공략이 쉽지 않은 동네가 됐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가 14일 오전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출근길 차량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영남일보DB>
◆ 범어·만촌동 안에서도 갈리는 표심
수성구 핵심 학군지와 부촌으로 꼽히는 범어·만촌권은 동별로 표심 차이가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난다. 전반적으로는 국민의힘 우세 흐름이 유지되고 있지만, 범어3·4동과 만촌3동에서는 상대적으로 정치적 개방성이 높게 나타나는 반면, 범어1·2동과 만촌2동은 전통적인 보수 성향이 비교적 강하게 유지되는 모습이다.
실제 2025년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범어2동에서 73.2%를 기록했다. 맞붙은 만촌2동도 김문수 후보가 67.5%를 기록하며 비교적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2022년 대구시장 선거에서도 홍준표 후보는 범어2동 80.2%, 만촌2동 77.5%를 기록했다. 범어1동은 범어2동만큼은 아니지만, 68.5%를 얻으며 안정적인 우세였다.
반면 범어3·4동과 만촌3동에서는 상대적으로 비보수 성향 후보 득표율이 높게 나타났다. 2025년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 득표율은 범어3동 23%, 범어4동 23.2%, 만촌3동 22.4%였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역시 세 지역 모두에서 10% 안팎 득표율을 기록했다. 2024년 총선에서도 민주당 강민구 후보는 범어3동 30.6%, 범어4동 32.9%, 만촌3동 30.7%를 얻으며 수성갑 평균(30%)과 비슷하거나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지역 정치권 인사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이런 차이는 주거 형태와 세대 구성 영향으로 분석된다. 범어1·2동은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터줏대감과 전통적 자산가, 장기 거주 주민 비중이 높아 '지키는 투표'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법원·검찰청·구청 주변 생활권 영향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만촌2동은 육군 제2작전사령부를 끼고 있어 저층 주택가로 형성된 지역으로, 역시 보수세가 높다. 맞붙은 두 동네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고 있기도 하다.
반면 범어4동과 만촌3동은 '자녀 교육'이라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진입한 젊은 학부모층이 상대적으로 높다. '범4만3'이라는 신조어가 있을 정도다. 대단지 아파트와 원룸·빌라 등이 혼재돼 있고 학원가가 밀집해 전월세 수요가 많다. 이들은 정당 충성도나 이념적 투표를 하기보다는 교육·교통·생활 인프라 같은 실용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분석이다. 법원 건너 범어3동은 범어권 안에서의 신흥 주거지로서 후보 경쟁력을 중심으로 표심이 움직이는 경향을 나타낸다.
민주당 박정권 수성구청장 후보는 "선거 운동 초반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지역에 공을 들여왔다"며 "막바지로 갈수록 고산동 등 수성구갑 지역을 위주로 돌며 지지층을 결집하려 한다"고 다짐했다.
국민의힘 김대권 수성구청장 후보는 "동네별 주민 밀착 공약을 이미 냈다"며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측면에서 대구가 사람이 들어오고 투자가 이뤄지는 도시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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