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혜 경제팀장
주택가 사이 골목을 따라 걷는 게 즐거운 시절이다. 키 보다 조금 높은 담장 위로 흐트러진 빨간 장미들이 한 집 건너 한 집씩 얼굴을 내밀고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빼앗는다.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곁으로 온 향기는 또 어떤가. 괜시리 담장 곁으로 가 코 끝을 대어보는 일도 5월에 갖는 소소한 행복감이다. 괜히 계절의 여왕이 아니다.
5월의 향기도, 시선을 빼앗는 붉은 장미 송이도 6월이 되면 저물테지만, 세상은 여전히 장밋빛에 물들어 있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나 주식시장이 그렇다.
화려한 장밋빛이 유권자나 투자자를 현혹하는지, 밝은 미래의 불을 켜는 것인지 당장은 구분하기 힘들다. 그래서 어렵고 아슬하다.
장밋빛 반응은 지방선거 후보자 공약보단 증권사들이 내놓는 삼성전자의 목표주가에 더 기민하다.
전통시장을 찾은 대통령에게 다가와 "주식에 승부를 봤는데 억대 수익을 냈습니다"며 인사하던 상인. 연예인 누구의 삼성전자 주식이 몇배가 되었다는 가십성 뉴스. 코스피 1만피, 1만5천피가 가능하다는 증권사 리포트도 온통 장밋빛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달리는 말에서 굳이 내려올 필요 없다"는 말로 지금의 주식시장을 표현하기도 했다. 반도체에서 비롯한 유례없는 호황이 대세 상승장을 만들고 있지만, 빚내서 투자한 규모도 사상 최고치까지 불어났다고 하니 투자가 투기가 되는 위험성이 부각돼 보이는 건 지나친 기우일까.
"거기요? 뭐하는 회사인지 몰라요.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지인이 추천한 종목이라 들어갔어요." 주변 추천으로 매수해 수익을 봤다는 지인은, 추천인에 강한 신뢰를 보내고 있었다. 작은 성공의 경험은 그에겐 확신이 되었고, 앞으로 투자 방향을 결정짓는 것 같아서 내심 우려스러웠다.
다행히 코스피는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조정이 오면 누군가는 손실을 입는다. 개인이 감정 동요 없이 그 시기를 버텨낼 수 있을지, 바로 이 지점에 우려가 있다.
지난 2~3일 간 나타난 하락장에서도 '한달 전 얻은 수익을 모두 반납했다'며 괴로워한 지인이 있었다.빚을 내 한 종목에 올인했다가 하루에도 수백만원씩 증발하는 계좌를 견디지 못하고 (주식을) 포기했다는 20대도 있다. '비싼 수업료'를 냈다는 경험담은 '내가 팔면 오르고, 사면 떨어진다'는 시장의 속설을 되새기게 한다. 감정에 영향을 받은 개인의 주식 투자가 보편적으로 얼머나 어렵고 힘든지를 보여주는 말이 아닌가 싶다.
세계 랭킹 1위 프로게이머 페이커 조차 감정의 동요로 게임을 망치는 일이 빈번하다는 고백을 한 적이 있다. 하물며 아마추어인 우리가 큰 변동성 앞에서 냉정함을 찾기란 쉽지 않다. 대구 직장인들의 평균 근로소득은 지난해 기준 월 332만2천여원이다. 수백만원 손실은 한달 치 급여를 날리는 일이 된다. 평범한 직장인들이 평정심을 찾기 어려운 이유다.
개인 투자자들은 수익이 난 종목을 손실 종목보다 더 빨리 매도한다는 분석이 있다. 수익 종목은 서둘러 보내고, 손실 종목을 오래 갖고 있는 게 바로 개인 투자자다. 감정으로 판단하는 매수·매도 타이밍의 엇박자는 '내가 팔면 오르고 사면 떨어진다'와 같은 속설을 만들어 냈다.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투기와 투자 사이 아슬한 줄다리기의 균형추가 어디에 있는지, 베팅이 아닌 투자인지 스스로 묻고 답을 찾아야 한다.
윤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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